광주 금당산 불법 경작 기승…시민 불편 호소
진입로 주변 십수곳서 작물 재배
거름·비료 살포 악취·폐기물 투기
아파트 옹벽 토사 유출피해 우려
“지자체, 민원에 소극 대응” 비판
남구 “행정대집행 등 원천 봉쇄”
입력 : 2024. 10. 14(월) 18:44
최근 찾은 광주 남구 진월동 금당산 진입로 일대의 남구 구유지에 농작물 경작 및 무단 점용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윤준명 기자
최근 찾은 광주 남구 진월동 금당산 진입로 일대의 남구 구유지에서 불법 경작이 이뤄지고 있다. 윤준명 기자
광주 남구 금당산 진입로 일대에서 장기간 불법 경작이 이뤄지고 있어 주민들이 불편과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관할 지자체인 남구에는 과거 민원이 제기됐지만, 강제 철거나 고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아 소극적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남구는 경작자에게 원상복구 명령을 내린 뒤 불법 경작을 원천 봉쇄할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찾은 광주 남구 진월동 금당산 일대. 진입로에 들어서자 나무패널과 나뭇가지 등으로 얼기설기 경계를 지어놓은 경작지가 눈에 띄었다.

이곳에는 상추와 고추, 호박 등 각종 작물이 자라고 있었으며, 일부 구역을 지날 때는 거름과 비료를 뿌린 지 얼마 안 된 듯 강한 악취가 났다. 페트병과 양동이, 찢어진 현수막 등 폐기물이 곳곳에 나뒹굴기도 했다.

이러한 경작지는 십수 곳으로 산책로를 따라서 수백m 이상 이어졌다. 경작지와 맞닿은 옹벽 밑으로는 아파트 단지가 위치해 지반 무너질 경우 인명피해 발생도 우려됐다.

이곳 일대 토지(임야)대장을 열람한 결과, 상당부분은 남구의 구유지이고, 일부는 호반건설의 사유지로 몇몇 시민들이 무단으로 점용해 농사를 짓는 불법 경작지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불법 경작지 주변으로는 남구청의 계고장과 안내문 등이 게시돼 있었다. 하지만 남구가 예고한 철거 날짜가 이미 7년 가까이 지나 있는 등 계고장의 실효성은 없어 보였다.

계고장에는 ‘당해 토지는 남구의 구유지로 일체의 무단 경작 및 점용 행위를 금지한다’, ‘2017년 10월 31일까지 원상복구 미진행 시 강제 철거를 진행한다. 지속 무단 경작 시 고발 조치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금당산 진입로 일대에서 오랜 기간 기승을 부리는 불법 경작에 인근 주민들의 불편과 불안감도 심화하고 있다.

박성명(67)씨는 “가을 수확철을 맞아 여러 명의 불법 경작자들이 주말 사이 농작물을 수거하고 삽으로 옹벽을 파는 등 경작지를 넓히는 것을 목격했다”며 “장마철이나 집중호우가 내릴 때면 노후화된 옹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심심찮게 발생하지 않나. 여차하면 대형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나애순(73)씨도 “이곳에서 불법 경작이 이뤄진 지 십수 년 가까이 된 것으로 기억한다. 주민이 이용하는 산책·등산로 주변으로 계속해서 각종 폐기물과 적치물 등이 쌓여 흉물스럽다”며 “거름 등으로 인한 악취도 심하다. 비가 조금이라도 오면 토사 등이 유출돼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도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주민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남구에서도 강제 철거하겠다고 계고문을 부착한 지도 하세월이다”며 “왜 철거하지 않고 수년째 방치만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고 비판했다.

최근 찾은 광주 남구 진월동 금당산 진입로 일대의 남구 구유지에서 불법 경작이 이뤄지고 있다. 윤준명 기자
이에 남구는 불법 경작지라도 농작물 소유주의 동의가 없으면 강제로 철거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불법 경작지 농산물의 경우 경작자에게 귀속된다는 대법원의 판례가 있어 강제로 철거할 시 재물손괴에 해당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곳은 경작자를 특정하기도 어려워 그동안 강제 철거를 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남구 관계자는 “최근 민원이 접수돼 현장에 자진신고를 유도하는 현수막을 부착했고, 관련 규정에 따라 3차례 계고한 뒤 원상복구 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통해 경작지를 갈아엎을 계획이다”면서 “불법 경작지로 이용된 장소에 나무를 심는 등 불법 경작을 원천 봉쇄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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