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한강 신드롬과 K-문학
도선인 취재2부 기자
입력 : 2024. 10. 14(월) 18:40
도선인 취재2부 기자.
대한민국 전역에 ‘한강 열풍’이 분다. 성인 10명 중 6명이 1년에 책 한 권도 안 읽는 나라에서, 서점 오픈런 현상에, 하루 만에 한강의 작품 30만권 이상 팔려 인쇄소를 풀가동한다는 소식이 연달아 이어지고 있다. 가히 ‘한강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한강 작가의 작품이 가장 강렬하게 다가왔던 것은 ‘채식주의자’였다. 2016년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영국 맨부커 상(인터내셔널 부분)을 안겨준 작품이다. 한강 작가가 2007년 출간한 소설로, 어느날 괴기스러운 살덩이에 둘러싼 꿈을 꾸고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한 ‘영혜’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작품은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등 세 파트로 나눠진 연작소설이다. 각각 영혜를 바라보는 남편, 형부, 언니(인혜)의 시점으로 소설이 전개된다. 영혜는 채식을 넘어 먹는 행위를 거부하기에 이르는데…. 어느날 가족 모임에서 억지로 자신의 입에 고기를 밀어 넣으며 손찌검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트라우마가 된 한 사건이 떠오른다.

베트남 참전군인이었던 아버지는 종종 전쟁에서 사람 여섯을 죽였다며 자랑스럽게 말하곤 했다. 어린 영혜가 동네 개에게 물려 다친 어느날, 아버지는 개를 오토바이에 매달아 잔인하게 죽이고는 이웃들과 나눠 먹는다. 사람들은 근육을 써 뛰다가 죽은 개가 더 맛있다고 말한다. 그녀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주제의식 ‘인간의 폭력성’이 육식 행위, 가족 간의 무관심과 방관, 뒤틀린 성적 욕망 등에 빗대져 다뤄진다.

이 작품을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소설은 노벨문학상 수상이 어렵다고 점쳐지곤 했다. 다채로운 한국어 표현에 대한 적절한 번역 때문이다. 스미스가 번역한 ‘채식주의자’는 한 작가의 섬세한 표현도 표현이지만, 한국 특수의 가부장적인 분위기와 육식 문화가 깔린 소설의 배경도 설득력 있게 번역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스미스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번역할 때 문학적 감수성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며 “소주, 만화, 선생님 등의 단어를 그대로 번역했다”고 설명한 적 있다. 소주를 Korea’s vodka로 풀어쓰지 않고 soju로 표기하는 등 한국말을 영어식 설명으로 풀어쓰지 않은 것이 세계화의 시작이었던 것. 소설 ‘채식주의자’는 이탈리아 연극으로도 제작돼 유럽진출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K-문학 이제 시작이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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