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잊혀진 계절
취재2부 김은지 기자
입력 : 2024. 10. 09(수) 17:41
취재2부 김은지 기자
끝나지 않고 계속될 것만 같았던 더위가 끝나고 드디어 찬바람이 얼굴에 닿기 시작했다. 가을보다는 겨울에 가까운 추위가 느껴질 정도다.

쌀쌀한 날씨에 옷깃을 여미기 시작할 이맘때쯤이면 꼭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 우리는 헤어졌지요”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발매된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다. 10월의 마지막 밤이라고 한다면 또래 대부분은 할로윈을 떠올릴 테지만 어쩐지 가을이 되면 이 노래부터 떠오른다.

하지만 이번 가을은 어느 때보다도 늦은 감이 있었다.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9월에 폭염경보가 내려지는 등 늦더위가 지속됐고, 9월 첫 주까지도 온열질환자가 83명 발생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기상청은 우리나라의 계절별 길이를 재조정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계절은 봄(3~5월), 여름(6~8월), 가을(9~11월), 겨울(12월~2월) 3개월 단위로 구분됐다.

과거 여름 평균 일수는 1년 중 98일이었고 최근 10년에는 127일로 늘어났다. 여름 시작일부터 종료일도 과거엔 6월 11일~9월 16일이다가 최근 10년에는 5월 25일~9월 28일로 더 길어졌다. 이러한 기후 변화를 고려해 계절별 구분을 우리가 현재 겪는 계절의 길이와 맞추려는 조정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계절 구분 변화는 우리나라 근대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11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한반도는 점점 봄 시작 시점이 빨라지고 여름은 길어지며 겨울은 짧아지고 있다. 2050년이 되면 현재 97일 안팎인 여름철이 117~131일까지 늘어나고, 21세기 말인 2100년쯤엔 여름철이 129~169일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반면 겨울은 절반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가까운 미래에 정말 가을이라는 계절을 잃게 된다면 ‘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도 들을 수 없고, 서늘한 밤공기를 즐기며 했던 산책도 없어진다. ‘잊혀진 계절’이라는 노래 제목처럼 노래만으로만 추억할 수 있는 계절이 되고 마는 것이다.

더 이상의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작은 노력들이 필요하다. 에너지 절약부터 쓰레기 줄이기, 지속가능한 소비와 농업까지. 일상에서 실천하는 작은 변화들도 기후 위기 해결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실천들이 모이고 모여 우리의 남은 가을들이 ‘잊혀진 계절’이 되지 않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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