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영산강의 도전
이용환 논설실장
입력 : 2024. 10. 10(목) 17:10
이용환 논설실장
독일 남부 바이에른의 주도 뮌헨에 가면 잉글리셔 가르텐이란 공원이 있다. 10월이면 맥주 축제로 들썩이는 테레지안 비제 광장에서 동쪽으로 걷다 보면 만나는 이곳은 길이만 36㎞에 이르는 거대한 정원이다. 다뉴브 강의 지류, 이자르 강이 흘러가며 조성된 면적도 400㏊에 달한다. 이곳을 찾으면 푸른 숲을 배경으로 일광욕을 즐기는 시민과 각종 야생동물, 자전거를 타고 조깅을 하는 모습이 일상이다. 정원을 대하는 뮌헨 사람들의 생각도 특별하다. 도심 한 편, 거대한 금싸라기 땅을 뮌헨 사람들은 자신의 정원처럼 아낀다. 새롭게 활용하지는 일부의 요구도 묵살시켰다. 당장 눈앞의 유혹을 이겨낸 결과가 오늘날 뮌헨의 경쟁력을 만든 셈이다.

캐나다 벤쿠버 부차드 가든도 도시공원의 모델로 손꼽히는 곳이다. 1904년 부차드 부부가 조성을 시작한 이곳은 폐쇄된 석회암 채굴장의 황량한 돌무더기에 하나 둘 씩 꽃과 나무를 심어 조성한 자연과 인간이 만든 기적이다. 꽃들이 이어지는 면적만 24㏊. 땅에도 벽에도 하늘에도 사시사철 피어나는 수많은 꽃 무리는 그야말로 꽃들이 내지르는 향연이다. 하야신스부터 장미와 백합, 수선화와 튤립까지 꽃의 종류도 수만여 종에 이른다. 자연의 시간에 따라 피었다가 지고, 그렇게 다음해를 기약하는 꽃과 나무의 조화로운 모습도 자연이 주는 신비다.

꽃과 나무로 둘러싸인 정원은 도시민에게 평온과 휴식을 준다는 점에서 지역의 경쟁력이다. 지역 축제에 ‘정원’이 빠지지 않고, 지방자치 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정원을 조성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 지난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이후 서울식물원을 비롯해 우리나라에 대규모 국립 수목원이 2곳이나 문을 열었고, 전국에 조성된 민간정원도 100개가 넘었다. 특히 제1호 국가 정원으로 지정된 순천만과 2호 국가정원으로 등록된 울산 태화강 일원은 황무지를 정원으로 만든 벤쿠버 부차드 가든처럼 생태 복원의 상징이라는 의미가 크다.

불모지였던 나주 영산강 일대가 대규모 정원으로 탈바꿈을 시작했다. 나주시가 주최하는 축제도 9일부터 13일까지 이곳에서 펼쳐진다. 영산강 정원이 추구하는 가치는 ‘시민과 함께 만드는 정원’이다. 윤병태 나주시장의 꿈도 ‘영산강 정원을 통해 지금까지 방치됐던 영산강에 생명을 불어넣고 새로운 나주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순천만정원과 울산 태화강 정원에 이어 오는 2030년에는 국가정원 지정도 목표로 내세웠다. 2000년 역사문화 유산이 살아 숨쉬는 영산강. 시민과 함께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를 준비하겠다는 영산강의 도전이 듬직 하고 멋지다. 이용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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