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전남도청의 '기억과 사건' 예술로 소환하다
ACC 야외전시 ‘현장속으로’
내달 24일까지 상상마당 등
5·18 항쟁지 흔적 재해석 눈길
복원공사서 나온 폐기물 활용
입력 : 2024. 10. 15(화) 17:13
5·18민주화운동 당시 현장을 지켰던 광주시민 정용국 씨가 15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야외전시 ‘현장속으로’의 작품 중 하나인 ‘인사이드 아웃 프로젝트’에 참여해 자신의 초상을 프린트하고 있다. 도선인 기자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부지는 광주읍성이라는 일제강점기 저항의 역사, 전남도청이라는 5·18민주화운동 항쟁의 역사 등 근현대사를 상징하는 중요한 ‘현장’ 중 하나다. 동시대 새로운 건축물들이 채워진 그 자리에 과거의 사건과 기억은 지워져 있다. 현재 ACC는 2015년 11월 개관 당시 일부 훼손됐던 옛 전남도청의 흔적을 복원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ACC는 공사장 가설 울타리로 둘러싸인 전당의 모습을 ‘장소에 축적된 사건과 기억’이라는 맥락으로 재해석하기 위해, 야외전시 ‘현장속으로: 기억과 사건’을 오는 11월 24일까지 선보인다. 옛 전남도청 복원공사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을 활용하거나 광주시민의 참여로 작품을 완성시키는 다양한 작업들이 펼쳐진다.

전시에는 김동희, 석운동, 오종, 이웅열, 정소영, 인사이드 아웃 프로젝트(Inside Out Project) by JR, OBBA가 참여하며, 조각, 설치, AR 등 다양한 작품이 준비돼 있다. 가장 먼저 ACC 상상마당에 설치된 ‘인사이드 아웃 프로젝트’가 눈길을 끈다. 이 작품은 포토부스 형태로 관람객들이 이 공간에 들어가 즉석으로 자신의 초상을 촬영한 후, 오디오 녹음 공간에서 옛 전남도청 등 광주의 역사에 얽힌 개인의 이야기를 듣는 참여형이다.

전시 프레스투어가 진행된 15일, 5·18때 현장을 지켰던 광주시민 정용국 씨가 시연자로 참여했다. 이 작품은 프랑스 유명 아티스트 JR의 전지구적 예술 프로젝트로 정용국 씨 이 외에 오는 19일까지 광주에 거주하는 시민 1000명의 참여를 기다린다. 프린트 된 시민들의 사진은 바로 앞 옛 전남도청 복원공사 울타리 벽면에 부착된다. 그의 프로젝트에서 초상은 예술 작품이 되고 거리는 미술관이 된다.

김동희 작 ‘망루’, ‘해변’. ACC 제공
ACC 광장에 펼쳐진 김동희 작 ‘망루’와 ‘해변’은 큐알코드를 통해 연동되는 AR(가상현실) 작품이다. 이 작품은 옛 전남도청을 복원하기 위해 설치된 하얀색 가설 울타리와 연결돼 폐장한 겨울철 해수욕장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특히 복원공사 현장에서 수집한 콘크리트와 파벽돌을 놓아, 과거의 흔적을 드러내 작품을 완성했다.

ACC 음악분수 곳곳의 정원을 채운 석운동의 ‘둑’은 벤치형 작품으로 실제 관람객들이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시작된 민주화 역사가, 퇴적과 침식이 반복돼 강에 자연스레 생긴 ‘둑’의 모양에 빗대져 제작된 작품이다.

OBBA 작 ‘바람의 골짜기’. ACC 제공
정소영은 물자국 형태의 금속 조각을 ACC 지표면에 응짚시킨 ‘응결’과 옛 전남도청 복원공사에서 수집한 폐자재, 흙, 시멘트 가루들을 굳힌 조각 ‘침전물’을 선보인다. 이소정, 곽상준이 설립한 디자인 그룹 OBBA는 ACC 예술극장 빅도어 앞 플라자 브릿지에서 패브릭 설치 작품 ‘바람의 골짜기’를 선보인다. 패브릭과 와이어 등의 소재로 바람의 움직임을 시청각적으로 전환해 새로운 공간을 매개하고 관람객을 맞이한다. 오종은 ACC에 조성된 배롱나무 숲 사이 선형의 조명을 매달아 ‘빛 드로잉’을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이웅렬은 광주읍성의 이미지에서 착안한 ‘상실공유’를 선보인다. 건축현장의 폐플라스틱을 재처리해 성곽 파빌리온을 완성했다.

ACC는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열린 문화기관이 되고자 물리적, 심리적 장벽을 없애고 전시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전시 접근성 강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 관람을 위해 ACC는 무장애(배리어 프리) 동선을 개발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확대글자, 촉각 도표, 음성해설이 들어간 홍보물을 준비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 작품 감상 가이드는 배우 김홍표의 재능기부로 녹음했다. 전시가 열리는 10~11월 두 달간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터치 투어도 진행할 예정이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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