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하니, 눈물 흘리며 "인간으로 존중하면 일어나지 않을 일"
국감서 하이브·어도어에 '직격'
민희진 갈등 영향 없을 수 없어
아이돌 ‘근로자’ 해당 여부 쟁점
하이브 '일자리으뜸기업' 지적도
입력 : 2024. 10. 15(화) 17:58
뉴진스 멤버 하니 팜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눈물을 흘리며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뉴진스’ 멤버 하니가 소속사 어도어의 모회사인 하이브 내 괴롭힘과 관련해 국회에 출석한 가운데 작심 비판을 이어갔다.

현직 아이돌이 국감 현장에 출석한 이례적인 사태로, 이슈에 대해 피하지 않고 주체성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다. 이와 함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이돌을 포함한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 근로자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 요구도 빗발칠 것으로 보인다.

15일 하니(20·팜 하니)는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해 “(하이브 내) 한 팀의 매니저님이 ‘무시해’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이 일을 왜 당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여기 나오지 않으면 조용히 넘어가고 묻힐 거라는 걸 안다. 이 일은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다. 선배님들, 동기들, 연습생들은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하니는 또한 “데뷔 초반부터 (하이브) 높은 분을 마주쳤는데 인사를 한 번도 안 받았다”면서 “제가 한국에서 살면서 이해했던 건 나이가 많으신 분에겐 인사를 잘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하니는 ‘높은 분’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으로 추정되고 있다. 뉴진스 총괄 프로듀서인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방 의장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방 의장과 하이브가 뉴진스를 푸대접했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하니는 “(따돌림 의혹뿐 아니라) 회사 내에서 느낀 분위기, 최근에 벌어진 일들, 하이브 직원들이 블라인드 앱에서 뉴진스를 욕한 것 등을 볼 때 회사가 저희를 싫어한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하이브가 자신들을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른 길로 데뷔를 했기 때문이다. 원래 있는 회사의 정해진 길과 저희는 다르게 데뷔했는데 잘 돼서 자꾸 저희를 낮추시려고 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저희를 싫어한다는 이유가 든 건 그것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 의장과 민 전 대표의 갈등이 하이브 내 뉴진스의 대우로 이어진 것 같냐는 질문에도 하니는 “없을 수 없다”고 답했다.

● “어도어 대표 조치 미흡” vs “최선 다했다”

하니는 어도어 김주영 대표에게 사내 괴롭힘 관련 조치 및 해결을 부탁하기도 했지만, 피드백이 미흡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대표는 “하니씨의 주장을 믿고 있다. 아쉽게 증거 확보는 하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제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했다고 생각하지만 하니씨가 이런 심정을 갖고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으로 봐 제가 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되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니는 “(김주영 어도어 대표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충분히 하실 것들이 더 있었다”며 “애초에 저희를 계속 지켜주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저희를 지키려면 싸워야 한다. 그런데 싸울 의지도, 어떤 조치를 취할 의지도 없는데 최선을 다하셨다고 할 순 없을 것 같다”고 직격했다.

이어 “앞으로 더 최선을 다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면 이 문제도 넘어갈 거라는 걸 너무 잘 안다. 미래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하니씨 말씀처럼 아티스트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소통 강화하겠다. 현재 상황에서 당사자 간 서로의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진행 중인 노동청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해 사실 관계를 명확하게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하니는 결국 국감장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하니는 “오늘은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 문제를 다루는 자리다. 근데 제가 이 일을 겪으면서 많이 생각한 건데 물론 법이 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는 건 알지만, 인간으로 존중하면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 문제는 없을 거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한국에서 내가 왜 이런 경험을 해야 하는지 안타까워하면서 미안하다고 하는 이들이 많은데 새로운 가족같이 생각하는 멤버들, 직원들은 죄송해하시지 않아도 된다”며 “정작 (방 의장을 비롯) 죄송할 분들은 그걸 모른다. 당당하게 숨김없이 나와야 하는데, 이런 자리를 피하시니까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하니가 베트남계 호주 국적인 만큼 호주 대사관에서도 자신을 걱정해 부모에 연락한 것과 관련해서는 “그 부분도 너무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만약 또 나오게 된다면 한국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나오겠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하니는 의원의 빠른 한국어 질의에 일부 발언을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다.

● 아이돌 ‘근로자’ 해당 여부 쟁점… “사각지대 살펴야”

이날 하니와 관련한 국감에서 가장 큰 쟁점은 뉴진스 멤버들이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현재 고용 당국은 해당 사안이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한 직장 내 괴롭힘인지를 살펴보고 있는데, 전속계약을 맺는 연예인들을 근로자로 분류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근로기준법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은 근로계약을 맺는 근로자에게만 해당한다.

이날 역시 김유진 고용부 노동정책실장 역시 “현행 근로기준법상으로 적용하기 힘든 현실이 있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아이돌 노동인권과 관련 사각지대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반적으로 아이돌은 데뷔 전 소속사와 계약을 맺어 대등한 관계에 놓이기 어렵고, 특히 연습생 시절부터 소속사로부터 각종 규제를 받는다.

이날 안호영 환노위원장은 “이번 사안은 특정 아이돌 그룹의 문제나 가십성 이슈로 봐서는 안 된다.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이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하이브 ‘대한민국 일자리으뜸기업’ 선정 지적

국감에서는 하이브가 올해 ‘대한민국 일자리으뜸기업’으로 선정된 데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일자리으뜸기업으로 선정되면 대통령 인증패가 수여되고 신용평가 우대, 여신지원 금리우대, 조달가점 부여, 출입국 우대카드 발급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박홍배 민주당 의원은 “고용부가 하이브를 일자리으뜸기업으로 평가한 이유를 봤더니 수평적 소통을 지향하고, ‘님’으로 호칭하는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정착돼 있다는 내용이었다”며 “‘무시해’라고 얘기하거나 따돌림이 일어났다는 진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폐쇄회로(CC)TV 삭제 당사자의 퇴사 등 직장 내 괴롭힘 은폐 의혹 논란도 있고 기관 대표자가 국감장에 불려 와 책임지는 상황까지 번져있다”며 “일자리으뜸기업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정한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하이브를 일자리으뜸기업으로 뽑은 것은 국민 추천을 받았고, 단순히 수평적 조직문화만 본 게 아니라 이직률이나 일·가정 양립 지원 등 다양한 측면들을 봤다”며 인증 취소와 관련해선 “지방관서에 해당 건의 진정이 제기돼 있어 조사의 결과가 나오면 세심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하니를 비롯한 뉴진스 멤버들은 지난달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하이브의 다른 그룹 매니저가 자신에게 들리도록 “무시해”라는 말을 하고 인사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목된 매니저는 그룹 ‘아일릿’ 의전담당으로, 해당 팀의 레이블 빌리프랩은 CCTV와 해당 인물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해 왔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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