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5·18 헌법 전문 수록 추진본부’ 재추진한다
강 시장 “국회에 협조·동의 요청”
“노벨상 수상, ‘세계 정신’ 승화”
오월단체 “환영…정부 등 나서야”
‘역사박물관 서적 5·18 왜곡’ 규탄
입력 : 2024. 10. 24(목) 18:13
지난 5월17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 제44회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광주시의원들이 5·18헌법전문 수록을 촉구하고 있다.
광주 출신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지역에 ‘오월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한 열망이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광주시가 지난해 무산됐던 ‘5·18 헌법전문수록 개헌추진본부(이하 개헌추진본부)’ 구성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지역 오월단체·유가족 등은 환영의 뜻을 밝히며 ‘정부·국회의 적극적인 대처’를 요청했다.

여기에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발행한 ‘대한민국 100년 통사(1948~2048)’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악의적인 대목이 발견되면서 지역 여론은 더욱 들끓고 있다.

24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23일 입장문을 통해 “지난 7월 15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발행한 ‘대한민국 100년 통사’에 ‘1980년 5·18은 확실히 민주주의 기반 강화를 가로막고 그 결과가 국가에 너무나 유해한 반동이고 반역이었다’는 5·18의 진실을 왜곡하는 터무니없는 내용이 담겼다”면서 폐지하라고 성토했다.

광주시는 “저자 김진현은 뉴라이트가 주축이었던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을 역임했던 인물로 어떻게 집필자로 선정됐는지, 책자 발간 의도는 무엇인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5·18을 왜곡하는 책자가 국가기관의 이름으로 발간된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공약과 취임사에서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기관에서 버젓이 5·18을 왜곡해 현 정부의 진정성마저 의심케 한다”면서 “이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있다. 공개 사과와 책임자 문책, 발간된 책자의 폐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시는 “국가기관마저 5·18의 진실을 왜곡하는 현실을 통탄한다”며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박차를 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광주시 국정감사에서 강기정 시장이 밝힌 국회 차원의 개헌추진본부 구성과도 연결된다.

강 시장은 “광주는 김대중 대통령과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으로 오월 정신을 세계 정신으로까지 승화시킬 수 있게 됐다”며 “지금이야말로 5·18 정신이 헌법 전문에 담겨 오월 정신이 세계 정신으로 나아갈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개헌추진본부를 만들 때 국회의 협조·동의를 구하겠다. 많이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강 시장이 말한 개헌추진본부는 지난해 8월 ‘5·18정신 헌법 수록 추진본부’라는 명칭으로 국민의힘 하태경, 성일종 의원이 추진본부 상임대표직을 수락했고,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 광주시당위원장인 이병훈 의원도 참여해 총 4인체제로 구성됐다. 당초에는 그해 12월까지 200명 이상 의원들에게 동의를 받겠다는 서명 운동을 펼치기로 했으나 상임대표를 선정하는데서 멈췄다.

이런 추진본부를 개헌추진본부라는 명칭으로 바꿔서 재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강 시장의 재추진 의지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뒷받침하고 있는데, 실제 국감에서도 민주당 채현일·한병도 의원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에는 오월 광주의 아픔이 처절히 담겨 있다. 5·18 북한 개입설은 명백한 허위사실로 판명된 망언”이라며 “(폄훼·왜곡이 일어나지 않도록) 광주시는 국회·국민들의 뜻을 모아 헌법 전문 수록에 앞장서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강 시장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서도 “개헌권이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에 윤 대통령에게 ‘대선공약을 지키라’고 요청하겠다”면서 “추진본부 구성을 위한 타이밍을 재고 있다. 조만간이 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오월 유가족·단체들은 강 시장의 수위 높은 비판·촉구 발언에 공감하며 최근들어 다시 번지고 있는 5·18 왜곡에 대해 ‘당과 국회·정부에서 헌법전문 수록에 적극 화답하라’고 요청했다.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광주의 아픔과 오월정신을 세계적으로 알려준 감사한 작품이다. 이제 ‘광주 오월’은 이 지역 것만의 역사가 아니다”며 “정치인들은 매번 ‘오월 기념관 등을 짓겠다’고 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진정성 있는 정신 계승’이 우선돼야 한다. 정치권이 헌법전문 수록에 더욱 앞서주길 바란다”고 개헌 필요성을 언급했다.

5·18 유족회 관계자는 “광주 오월은 모두가 인정하고 계승해야할 민주적 가치가 있다. 최근 여러 정부기관 관계자들의 왜곡과 폄하 발언은 문제가 크다”며 “동생은 민주주의를 위해 자기 몸을 바쳤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헌법전문수록을 약속했던 만큼, 이제는 야당·여당이 힘을 합쳐 개헌 조속 추진을 진행해주길 바란다. 최소한 망자들의 억울함이라도 풀어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노병하·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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