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부조리로 조현병 얻었다’…법원, “보훈보상 대상”
국가유공자는 인정 안 돼
입력 : 2024. 10. 15(화) 16:03
광주고등법원 전경.
1970년대 군 복무 당시 선임병들의 구타와 가혹행위로 정신질환을 갖게 됐다고 주장한 예비역이 행정소송을 통해 ‘보훈보상 대상자’로 인정받았다.

광주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양영희 고법수석판사)는 육군 예비역 A씨가 광주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보훈보상 대상자 요건 비해당 결정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원고 청구 기각)을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15일 밝혔다.

1979년 육군 포병대대 관측병으로 입대한 A씨는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군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진행했으나 ‘전환 신경증’ 진단에 따라 끝내 의병전역했다.

이후 A씨는 ‘복무 도중 겪은 육체적 노동, 사고, 폭행 등 외상 경험으로 정신질환이 악화됐다’며 2005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했으나 광주지방보훈청은 ‘해당 질환이 국가 수호 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직접 원인이 돼 발병한 것이 아니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다만 입대 전에는 정신질환도 없이 건강상태가 양호했지만 입대 이후 선임들의 구타로 극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됐다는 것이 A씨 주장이다.

군복무 당시 A씨의 부대는 사격 교육 훈련 도중 정신착란증세가 일어난다고 대대의무대에 진찰을 받게 시켰고, 심한 육체적 작업을 하면 정신 건강이 맑아질 것이라는 의무관 통보를 받고 연대 공사 선발대로 투입했다는 등의 기록이 남겨져 있었으며 A씨 부모가 자택 치료를 희망했지만 거부당했다. 이후 A씨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면서 의병 제대했다.

1심은 국가유공자·재해 부상군경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며 보훈청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병영생활 도중 극도의 스트레스가 유전적 원인과 함께 조현병 발현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판단된다”며 “조현병 발병 이후에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과도한 스트레스로 병이 악화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보훈 보상대상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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