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보도가 이끈 ‘목포 동명원 인권침해’ 진실규명 결정
2022년 10차례 연속 탐사 보도
묻혀있던 어두운 과거사 파헤쳐
진화위, 강제수용·폭행 등 인정
국가 상대 '피해자 지원' 등 권고
피해자들 "치유·회복 위한 지원"
묻혀있던 어두운 과거사 파헤쳐
진화위, 강제수용·폭행 등 인정
국가 상대 '피해자 지원' 등 권고
피해자들 "치유·회복 위한 지원"
입력 : 2025. 04. 23(수) 18:29

지난 2022년 2월 ‘목포 옛 동명원 인권침해’ 피해자 김모씨가 당시 동명원 건물의 배치도를 그리며 설명하고 있다. 도선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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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2월 당시 보도됐던 ‘목포 옛 동명원 인권침해 사건’ 관련 본보 지면. 전남일보 DB |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는 본보가 2022년 연속 보도를 통해 실태를 고발한 ‘목포 옛 동명원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권침해 사실을 인정하고, 국가의 사과와 피해자 지원을 권고했다.
진화위는 지난 22일 서울 중구 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06차 회의에서 신청인 4명으로부터 접수된 ‘목포 동명원 부랑아 수용시설 인권침해 사건’을 진실규명 대상으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결정은 옛 동명원 사건에 대한 국가기관 차원의 첫 인권침해 인정 사례로, 전남일보가 지난 2022년 10차례에 걸쳐 연속 보도한 ‘동명원 인권침해 실태 고발’ 시리즈가 계기가 됐다. 당시 전남일보는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감금·성폭행…목포 옛 동명원 피해자들의 절규’ 등의 보도를 통해 오랜 침묵에 가려졌던 과거사의 어두운 실상을 파헤치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해당 보도는 그해 4월 한국기자협회가 주관한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지난 1972년부터 목포에서 정부 시책에 따라 운영된 민간 부랑아 수용시설 ‘동명원’에서 발생했다. 진화위 조사 결과 경찰과 공무원, 동명원 자체 단속반 등이 아동을 강제로 수용하고 폭행, 강제노역, 강제 피임 시술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가해왔으며, 2014년까지도 유사한 행위가 지속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피해자 대부분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장기간 수용됐고 퇴소도 불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중 1명은 1990년부터 무려 25년간 동명원에 수용된 채 인권침해를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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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대성동에 위치한 옛 동명원 터. 1980년대 중반 무안군 청계면으로 시설이 옮겨진 후, 현재 이곳은 공동주택으로 사용되고 있다. 정성현 기자 |
진화위는 특히 동명원이 설립한 산업폐기물 포장재 업체 ㈜금호포리머에서 아동 20여 명이 하루 12시간 이상의 강제노역에 동원됐으며, 이들 대부분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장기간 수용된 것을 확인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위법한 수용을 묵인하고 예산을 지원해왔다는 점에서 국가의 책임 또한 명확히 드러났다. 그간 목포시와 국가인권위원회 등은 피해자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객관적인 증거 확보의 어려움을 이유로 적극적인 조사에 난색을 표해왔으며, 이로 인해 진상규명은 장기간 지연돼 왔다. 그러나 본보의 연속 보도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증언이 사회적 공감과 관심을 끌어냈고, 이번 진화위 결정을 이끌어냈다.
진화위는 이번 결정을 통해 국가의 공식 사과와 함께 △피해자 회복 지원 △법·제도 개선 및 재발방지 대책 수립 △트라우마 치유 △추가 피해자 조사 및 보상 제도화 등을 권고했다. 특히 신청인 외에도 다수의 미신고 피해자가 존재할 것으로 판단되므로 향후에도 관련 조사와 적절한 보상 및 치유를 지속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명원 피해자들은 오랜 기다림 끝에 피해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데 대해 남다른 감회를 드러냈다.
문모(48)씨는 “금호포리머에서 일하다가 감전 사고를 당했는데 가까스로 살아났다. 그때 후유증으로 청각장애와 정신질환을 앓게 됐다”며 “아무도 우리의 억울함을 들어주지 않았는데, 이번 결정을 통해 그 고통이 조금이나마 인정받은 것 같아 다행이다. 이제라도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책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현주(52)씨도 “진실규명 결정을 듣고 만감이 교차했다. 민주화 사회가 되면서 이제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할 일은 없겠지만, 마음의 상처와 트라우마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다”며 “첫 과제를 마친 것으로 생각한다. 피해자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전남일보는 앞으로도 이 사건의 후속 조사와 피해자 지원 방안이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보도를 이어갈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