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개혁사상의 원류 '반계수록'…현대어 번역으로 만난다
[신간]반계수록 1: 토지제도
유형원(반계)│창비│4만2000원
입력 : 2024. 10. 24(목) 14:38
반계수록 1: 토지제도.
“토지는 천하의 대본이다.”

영조를 감동시키고 정약용의 인생을 바꿨던 조선 실학 최초의 고전 ‘반계수록’ 현대어 번역본이 출간됐다. 실학을 태동시킨 고전 ‘반계수록’ 유일한 시판본으로 원문 26권 중 토지제도를 다룬 1~8권을 묶어 ‘토지제도’라는 부제와 함께 재탄생했다. 반계 선생은 평생을 전북 부안 우반동에 거주하며 학문과 저술에 전념했던 실학자다. 조선 후기를 찬란히 수놓았던 그의 작품은 성호 이익과 다산 정약용 등으로 이어지는 중농학파 실학사상의 원천이 됐다. 토지, 교육·선발, 관직, 녹봉, 군사 등 전 영역에 걸친 국가제도를 설계한 이 책은 고금을 아우르는 방대한 참고자료와 사례를 제시했다. 실제 제도 운용까지 세세하게 고민한 구성과 서술이 후대의 지성들까지 매료시킨다.

‘반계수록’ 번역본은 수년에 걸친 강독·연구·번역으로 인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옮긴이 임형택씨는 이 ‘고설(古說)’을 조선 실학을 관통하는 ‘상고주의(옛 것을 숭상하는 주의)’로 해석했다. ‘근대주의’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활용되는 이 말을 통해 역자가 읽어내는 것은, 실학의 개혁은 동아시아 유교사회가 공유했던 고대의 이상적인 국가를 목표로 삼았다는 점이다. ‘옛날의 좋았던 시절’로 돌아가기 위한 개혁에서 출발한 실학사상은 성리학의 사변주의에 대한 도전(다산 정약용)으로 이어지고 종래에는 상고주의 자체에 대한 재고(혜강 최한기)로까지 연결됐다.

조선의 근본적 개혁을 위해 기존의 관성적인 제도를 바꾸고, 사회와 제도를 살필 것을 주문하기 위해 써 내려간 불후의 역작. 기존 성리학이 군주와 사대부의 ‘수신’에 무게를 두고 성학과 도학에 천착했던 것과 달리, 반계는 평생을 걸쳐 경세학의 중요성을 입증한다.

‘실학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는 현재, 조선 후기 실학의 개혁적 성격을 살펴보는 건 어떨까.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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