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부양’ 책무 사회적 품앗이 위한 제도 보완 시급
요양보호사 공급, 수요 못 따라가
외국인력 유입 신중한 검토 필요
보호사, 근로시간 연장·임금 상승
“국가가 돌봄 책임, 보편적 복지로”
입력 : 2024. 09. 23(월) 18:53
지난해 9월20일 광주시청 대회의실 3층에서 열린 제16회 치매극복의 날 기념식. 광주시 제공
지난 2008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치매 환자 확산과 맞물려 가족에게만 지워진 노인 부양이라는 책무를 사회가 나눠 ‘품앗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16년이 지난 현재, 수급자와 요양보호사 모두에게 만족스런 평가를 얻지 못하고 있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요양보호사 인력난·고령화 ‘심각’

요양보호사의 경우 요양보험 시행 전엔 호봉제로 운영돼 1년마다 급여가 소폭 상승했지만, 제도 시행 이후 호봉제 폐지로 최저임금만을 받게 됐다. 이는 젊은 인력의 대거 이탈로 이어지며 인력난과 고령화를 부추겼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요양보호 종사자 평균 연령이 61.7세로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8년 이후 장기요양 인정자 수는 연평균 11.5%씩 증가해 지난해에는 109만명까지 늘어나 요양보호사의 돌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거란 우려마저 낳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이 발표한 ‘시·도별 급여종류별 장기요양기관 현황’을 보면 지난해 11월 기준 광주시의 장기요양기관은 890곳·정원 1만171명이었고 전남도는 장기요양기관 1366곳·정원 1만9888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에게 요양보호사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허용하고 현행 2.3명인 요양보호사 1인당 담당 수급자 수를 내년부터 2.1명으로 축소키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요양보호사 취득 외국인 자격 확대로 젊은 요양보호사 부족 문제가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법무부는 국내 체류 동포들의 요양보호사 취업을 장려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방문취업(H-2) 비자를 가진 동포가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경우 체류기간 연장이 가능한 재외동포(F-4) 비자로 자격 변경을 허용할 예정이다.

●외국인력 유입 방안 찬반 엇갈려

정부의 외국인력 유입을 통한 요양보호사 인력난 해소 방안을 놓고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순천대학교 겸임교수를 맡고 있는 이수부 강남노인복지센터장은 “요양보호사는 나이 제한이 없어 종사자의 평균 연령대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수급자들도 젊은 사람에게 반감이 있는 분들이 많아 60~70대 보호사를 선호하는 경우가 잦다”고 지적했다.

외국인력 문호 개방 정책에 대해선 “여전히 요양보호사 자격증 시험에 응시하는 분들이 많고 지원자도 충분하다”며 “센터장을 하면서 인력난이 문제라고 생각했던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수급자들은 어르신들이기 때문에 단순 가사노동이 아닌 정서적 교감을 통해 소통을 나누는 것도 요양보호사로서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이라며 “외국인 요양보호사가 어르신을 상대로 돌봄을 할 때 다른 문화와 정서에 따른 고충은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인복지 전문가 이정화 전남대학교 생활복지학과 교수는 “외국인력 고용이 중·장기적 해결책이 될 순 있지만, 요양보호사들의 근로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수급자들이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받는 악순환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10년 후엔 지금보다도 더 거대한 고령 집단이 형성되고 인구의 고령화 비율은 매년 증가할 텐데 그만한 요양보호사 공급이 현재 인구 구조상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이미 선진국들은 외국인력으로 해당 서비스를 충당하고 있다. 저출생·고령화가 가속화된 현재, 인력난을 겪고 있는 분야를 외국인으로 메꾸는 건 한국 사회가 직면한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당장은 요양보호사들의 처우개선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매스컴에선 수급자가 폭언·학대를 당하는 걸 주로 다루지만, 실상은 그 반대 사례가 확연히 많다”며 “금전적으로도 합당한 진전이 필요하지만, 보호사들 스스로 보호받는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심리적 개선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양보호사와 수급자 모두를 위해선 결국 인식 변화와 조기 교육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요양보호시설 기관장이 보호사를 대하는 불친절한 태도를 재교육해 바로 잡고 수급자들이 보호사에게 무엇을 요구하면 안 되는지 등 보수 교육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면서 “결국 고용자와 이용자가 피고용자를 대하는 태도가 서비스로 직결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요양보호사·수급자 모두 “제도 보완”

요양보호사와 수급자 모두 제도 보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3년 전부터 광주 북구의 강남노인복지센터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노모(67)씨는 “병원에서 근무하기엔 나이가 많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획득해 일을 시작하게 됐다”며 “주변에서 일부 남성 수급자로부터 폭언이나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례를 들어봤지만 직접 겪은 바로는 수급자의 보호자(자녀)가 문제였던 경우가 더 많았다”고 밝혔다.

노씨는 “수급자는 본인의 몸도 잘 겨누지 못해 요양보호사에게 의지하지만, 수급자의 자녀들은 센터와의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보호사 개인에게 몇 주간 휴직을 강요하기도 한다”면서 “시간제 임금을 받기 때문에, 어느 순간 임금이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쉽게 노출된다”고 토로했다.

한 수급자는 요양보호사의 근로시간 연장과 임금 상승이 필요하다고 촉구했고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돌봄 서비스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4년 전부터 자택에서 재가 요양보호를 받고 있는 안복자(72)씨는 “요양보호사가 있는 시간 외에도 도움이 필요할 때가 많다. 오후에 갑자기 병원에 가야 할 때는 추가 요금을 내고 근무 시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한 적도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지원하는 급여가 너무 적어 요양보호사에게 무언가를 부탁할 때 되레 미안한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요양보호사가 하루에 일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리고 시급을 올려줘야 수급자 입장에서도 부담이 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모(40)씨는 “시어머니가 몇 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재가급여 신청을 통해 중증 1등급 판정을 받아 하루 4시간씩 간병인에게 방문요양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며 “중증 1등급이기 때문에 24시간 관리가 필요하지만, 그러한 시간을 제공할 센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장기요양보험을 제공받더라도 실질적으로 필요한 만큼의 지원은 받기 힘든 실정이다”며 “개인 간병인을 고용해서 한 달에 420만원을 지출하고 있는데 그만큼의 복지효과를 받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여러 부작용에 대해 그동안 잠재돼 있었던 돌봄 수요가 일시적으로 표출되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보편적 복지를 위해 거쳐야 할 과도기로 분석했다.

김지은 전남대학교 생활복지학과 교수는 “가정에서 어렵게 도맡았던 돌봄 책임을 국가가 부담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수요가 폭발적으로 쏟아진 것”이라며 “국가가 돌봄을 책임지는 정책과 제도가 늘어나면서 많은 요양보호시설이 생겨났고 수요도 증가했다. 요양센터의 급격한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는 센터들 간의 경쟁을 부추겨 질적 상승으로 이어지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지점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전히 사회적으로 피부양인을 요양보호시설에 맡기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 죄책감이 남아있다”면서 “시설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 서비스 향상과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한 부양인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걸 재고해 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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