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동일한 목표를 위한 '경쟁'
오지현 취재1부 기자
입력 : 2024. 09. 22(일) 18:11
프랑스의 문학평론가인 르네 지라르는 사회적 지위나 시공간적 거리가 가까울 때만 ‘경쟁’이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경쟁과 갈등은 대부분 욕망을 바탕으로 생겨나는데, 욕망의 주체와 중개자 간의 사이가 멀 경우에는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나, 가까울 경우 상대방의 욕망을 마치 자신의 욕망으로 모방하는 ‘소유모방’이 일어난다. 이의 경우 욕망의 대상이 동일해지며 서로 간의 경쟁의식이 치열해지게 되면서 갈등과 경쟁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주체들은 서로를 비방하고 제거하려고 노력하며 서로가 먼저 이 동일한 ‘욕망’을 차지하려고 애를 쓰게 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주체들의 관심사는 ‘욕망’ 그 자체가 아닌 이 다른 주체를 어떻게 제거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는 이른바 ‘목적 전도현상’에 갇히게 된다. 결국 같은 욕망, 또는 목표를 위해 달리는 이들만이 서로 경쟁하고 갈등할 수 있으나, 그 과정에서 목적 전도현상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그의 주장은 경쟁을 뜻하는 프랑스어인 ‘concurrence’를 살펴보면 더 이해하기 쉬워진다. ‘concurrence’의 라틴어 어원인 ‘competere’에서 파생된 이 단어는 함께를 뜻하는 ‘com’과 노력하다는 의미를 가진 ‘petere’의 합성어로, 직역하면 ‘함께 노력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프랑스어인 ‘concurrence’도 직역하면 ‘같이 달린다’는 의미이나, 더 정확히 말하면 ‘같은 방향으로 함게 달리는 것’을 뜻한다. 달리는 방향, 즉 욕망이나 목표가 같을 때에만 경쟁이 일어난다는 것.

2026년 지방선거 미리보기로 급부상하며 전국적 관심을 받고 있는 10·16 영광·곡성군수 재선거의 현재 상황을 지켜보며 ‘경쟁’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의미를 살펴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당과 후보들이 ‘지역 발전’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향해 정말 ‘경쟁’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쉽게 사라지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한 명의 유권자로서, 당선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후보자 간 비방이나, 이번 당선을 더 큰 목표를 위한 밑거름으로 이용하는 것은 르네 지라르가 말한 ‘목적 전도현상’과 별반 다를 것이 없지 않을까. 부디 그들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 진심이기를 바라며 마지막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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