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위화감 없는 글
송민섭 취재2부 기자
입력 : 2024. 09. 11(수) 17:49
송민섭 기자.
나는 오랫동안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아왔다. 기자라는 직업은 매일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하고, 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일이다. 글쓰기는 나의 삶이자 정체성이었다. 그러나 최근 한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됐다.

“나는 아직도 글을 잘 쓰고 있는가?”

단순히 기술적인문제에 대한 질문이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더 이상 혼자서 글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챗GPT’라는 인공지능 도구를 사용한다. 때로는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장을 척척 만들어내고, 머릿속에서 혼란스럽게 떠돌던 생각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 도구에 너무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 글쓰기 능력이 퇴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자문한다. 글쓰기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나의 생각과 감정을 담아내는 과정이다. 그런데 AI가 만들어낸 문장 속에 나의 진짜 목소리는 얼마나 남아 있을까?

그렇다면 ‘내가 AI를 활용하는 이유는 뭘까?’ 나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정직해질 필요가 있다. 내가 AI에 의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글쓰기의 과정이 어려워서? 아니면 시간 절약을 위해서? 둘 다 맞는 말이다.

나는 AI를 활용해 반복적이고 기술적인 작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그 덕분에 나는 더 중요한 문제에 집중할 시간이 생긴다. 내 글 속에 나의 철학과 가치관을 담아내는 일, 그리고 독자들과의 진정한 소통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시간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AI가 제공하는 편리함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스스로의 능력을 연마해야 한다. AI가 만들어준 문장을 그대로 사용하는 대신, 그것을 바탕으로 내 색깔을 더하고, 나의 목소리를 더 강하게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챗GPT에게 물었다. “챗 gpt가 글을 너무 잘 써서 의존하게 돼. 직업이 기자인데, 스스로 퇴화 되는 것일까? 도구를 잘 활용하는 것일까?” 질문을 토대로 수필을 작성해달라고 부탁했다. 위 글은 이에 대한 답변이다.

글을 읽고 위화감이 안들었다면 기자직을 포함해 글쓰는 직업 대부분이 진짜 위기인 것이다. ‘AI를 업무에 활용할 것이냐, AI에 대체될 것이냐’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영국의 AI 전문가 리처드 드비어는 “향후 5년 내 AI가 노동인구 5명 중 1명, 즉 20%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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