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400mm 역대급 물폭탄에 '초토화'
실종됐던 80대 숨진 채 발견
19억원 재산피해 잠정 집계
입력 : 2024. 09. 22(일) 18:03
폭우가 쏟아진 지난 21일 오후 3시55분께 해남군 일대가 물에 잠겨 고립된 주민들을 소방 당국이 구조하고 있다. 전남소방 제공
주말 사이 광주·전남 지역에 최대 4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장흥에서 1명이 숨지고 주택과 농작물이 침수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22일 광주지방기상청과 전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나흘간 여수 401.5㎜, 장흥 339.3㎜, 순천 331.5㎜, 강진 313.9㎜ 등 많은 비가 내리면서 주택과 도로가 침수되는 등 지역 내 1096건의 호우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22일 오전 11시35분께 장흥군 장흥읍 한 저수지에서 전날 실종됐던 A(89)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치매에 걸린 아내와 단 둘이 살던 A씨는 많은 비가 내리자 치매주간보호센터에서 귀가하는 아내를 마중 나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불어난 수로와 인도를 구분하지 못하고 발을 헛디뎌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일 해남 문내면과 황산면 지역에서는 마을이 침수돼 성인의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 올랐다. 소방대원들은 마을 주민들을 직접 등 뒤에 업고 나르며 주민들을 구조했고 배수작업까지 진행했다. 문내면에서는 차량에 고립된 운전자가 구조되기도 했다.

여수시 소라면과 낙포동에서도 주택과 도로가 침수돼 구조와 배수작업이 이뤄졌다.

같은날 장흥 연산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해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으며 광양시 진월면에서는 토사가 유출돼 도로가 통제됐다.

화순에서는 캠핑장 옆 저수지 제방이 무너지면서 토사가 흘러내려 야영객 60여명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완도 신지에서는 전신주 변압기가 낙뢰로 파손됐고 여수에서는 여객선 터미널 천장 슬레이트와 유리가 부서졌다.

이번 비로 농작물 피해도 발생했다. 보성 716㏊, 해남 95㏊, 영암 80㏊, 나주 73㏊ 순천 8.6㏊ 등 논 1030㏊에서 수확을 앞둔 벼가 쓰러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완도(2㏊)에서는 배추 모종이 유실됐고, 순천(0.3㏊)에서도 열무와 갓 등 농작물 침수 피해가 접수됐으며 장흥에서는 농협창고에 보관 중이던 양곡 400톤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후 비가 소강상태에 들어섰지만 22일 오전까지 국립공원 5곳, 53항로 80척, 6개 도로가 통제가 이어졌다.

기상청은 기압골의 영향으로 정체전선과 열대저압부에서 약화된 저기압의 영향이 순차적으로 가해지면서 비가 거세졌다고 분석했다.

대부분 소강상태를 유지하겠지만 곳곳에 소나기가 내릴 수 있다고 기상청은 예보했다. 예상 강수량은 광주·전남 5~20㎜이다.

전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 폭우로 19억 4000여만원의 재산 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전남도는 물이 더 빠진 뒤 피해 신고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상황을 조사하며 피해 규모에 따라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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