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 불가 폐암, 표적 치료제로 5년 생존율 88% 가능
●도움말=화순전남대병원 오인재 교수
대한민국 부동의 암 사망률 1위 폐암
조기 진단 20% 불과…완치도 힘들어
수술 후도 재발률 높아 치료 지속해야
3세대 EGFR 억제제 개발 생존률 상승
입력 : 2024. 10. 22(화) 18:30
폐암은 2000년부터 지금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대한민국 암 사망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36.3명이 폐암으로 생을 달리했고, 2023년에도 폐암으로 사망한 환자는 대한민국 전체 1만8646명으로 암으로 인한 전체 사망자 10명 중 2명 이상이 폐암이었다.
화순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오인재 교수
폐암은 2000년부터 지금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대한민국 암 사망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36.3명이 폐암으로 생을 달리했고, 2023년에도 폐암으로 사망한 환자는 대한민국 전체 1만8646명으로 암으로 인한 전체 사망자 10명 중 2명 이상이 폐암이었다. 더욱이 이는 남녀가 따로 없다. 흡연 비중이 높은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서도 폐암은 암 사망률 1위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조기발견 20%…4기까지 모를수도

화순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오인재 교수는 폐암 사망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 “완치가 가능한 조기에 병을 발견하는 환자가 전체의 약 20%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폐에 통증을 느끼는 감각 신경이 없기 때문이다. 고통이 없으니 암 덩어리가 자라도 주변 장기를 침범하거나 원격 전이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상당수의 환자는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폐암 진단을 받는데, 그 가운데서도 전이가 이뤄진 4기에 암을 발견하는 환자가 40% 이상이다.

더욱이 폐암은 전이가 너무 쉽다. 폐는 주변에 모세혈관과 림프절이 많아 다른 암에 비해 주변의 혈관이나 림프절을 통해 주위 조직이나 타 장기로 전이가 빠르다.

이런 폐암은 크기와 형태에 따라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으로 구분되는데, 먼저 ‘암세포의 크기가 작지 않다’는 뜻의 비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비소세포폐암 1기와 2기는 수술로 종양을 절제하는 것이 완치 확률을 가장 높이는 표준 치료다.

반면 소세포폐암에 비해 비교적 진행 속도가 느려 조기 발견 시 수술적 치료가 가능하다.

문제는 조기 발견을 해 수술한 경우에도 30~40%의 폐암은 재발률을 보인다는 점이다.

조기에 절제하면 완치 확률이 높은 위암이나 유방암과 달리 폐암은 1기의 재발률이 20%, 2기는 40%이며, 3기 이상이 되면 70% 이상이 재발한다. 이는 사망률을 높이는 큰 원인이 된다.



●세포독성 항암제 한계 명확해

폐암은 수술 후 재발 방지를 위해 보조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는데, 현재의 표준 치료는 백금 기반의 세포독성 항암제를 4차례 투여하는 것이다. 세포독성 항암제는 암세포뿐만 아니라 피부, 장기 내부의 점막, 머리카락 등 빠르게 분화, 성장하는 정상세포들까지 무차별 공격해 오심, 구토, 구내염, 설사, 탈모, 백혈구 감소 등과 같은 부작용으로 환자들이 많이 힘들어한다.

아울러 부작용보다 더 큰 문제는 치료 효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점이다.

수술 후 백금 기반 항암제 시스플라틴으로 보조 항암요법을 받은 환자의 5년 이내 재발 또는 사망률은 1B기 약 45%, 2기 약 62%, 3기 약 76%로 보고된 바 있다.

늦은 진단과 높은 재발률로 인해 폐암은 암의 완치를 의미하는 ‘5년 생존율’도 낮은 편이다. ‘1993년~1995년’ 12.5%에서 ‘2017~2021년’ 38.5%로 5년 생존율이 26%나 증가했지만, 아직도 주요 암 가운데 췌장암, 담낭 및 기타 담도암에 이어 5년 생존율이 세 번째로 낮은 암이다.



●새로운 억제제 개발…생존률 상승 희소식

다행인 것은 의학의 발전이 어떤 분야보다도 눈부시게 빨라졌다는 점이다.

특히 특정 암세포만을 공략하는 표적 치료제의 성장은 암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기존의 세포독성 항암제가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구분하지 않고 무차별 폭격했다면, 표적 치료제는 암세포만을 골라 죽인다. 당연히 표적 치료제 쪽이 효과는 높고 부작용은 적다.

폐암을 일으키는 중요한 유전자 돌연변이 가운데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가 있다. 서양에서는 전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약 20%에서 EGFR 돌연변이가 나타나는 반면, 대한민국에서는 비소세포폐암에서 가장 흔한 선암 환자들의 30~50%에서 EGFR 돌연변이가 발견된다.

이런 EGFR 돌연변이에 작용하는 표적 치료제인 EGFR 억제제는 현재 3세대까지 개발이 됐는데, 3세대 EGFR 억제제인 ‘오시머티닙’이 등장하면서 생존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수술 후 오시머티닙을 경구 복용한 1B기~3기의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무질병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위약군 대비 73% 감소시켰다. 또한 임상시험에서 수술 후 오시머티닙 복용 환자의 ‘5년 생존율’은 88%로 나타났다.

해당 치료제는 2020년 FDA로부터 승인을 받았고, 2021년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사용 허가도 받았다. 현재 수술 후 보조요법에 사용 가능한 유일한 EGFR 억제제다.

오 교수는 “폐암 예방에 가장 중요한 것이 금연이고 , 폐암의 조기 진단에 가장 좋은 것이 정기적인 저선량 흉부CT 촬영이라면, EGFR 변이를 가진 초기 비소세포폐암 수술 환자의 완치 가능성을 확실하게 높여주는 보조 요법은 표적치료제”라면서 “이런 표적치료제가 환자와 의료진에게 좋은 선택지가 돼 부디 폐암이 정복 가능한 암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병하 기자 byeongha.no@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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