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배민 독립운동
김성수 논설위원
입력 : 2024. 10. 15(화) 17:20
‘96% vs 4%.’ 한국 배달앱 시장의 민간앱과 공공앱 간의 격차다. 사실상 대형 배달앱의 독점구조다. 배달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96%라는 독점 지위로 민간 배달앱이 가격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9.8%라는 높은 수수료를 책정해 이득을 창출하고, 그 이득으로 마케팅을 강화해 점유율을 확대하는 구조다. 소상공인도 소비자도 결코 이득이 될 수 없는 대기업의 횡포나 다름없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소상공인에게 지원하는 배달수수료 역시 민간시장으로 흡수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배달수수료 지원금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배달의민족·쿠팡이츠 등 민간배달앱 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무려 예산만 2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정부예산이 배달앱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대기업들의 배만 불려주는 형국이다.

민간배달앱 독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격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으로 꼽힌다. 이를 위해서는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를 위한 국회 입법이 절실하다. 또한 공공배달앱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정부 지원도 절실하다.

대형 배달앱의 독점 속 공공배달앱 육성을 통해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광주시의 ‘배민(배달의 민족) 독립운동’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전국 평균 공공배달앱 점유율이 3.87%인데 반해 광주는 17.3%를 차지한다. 공공배달앱의 점유율이 높은 데는 2021년부터 연간 적게는 5억 원, 많게는 16억원의 예산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광주는 공공배달앱에 총 4년간 43억원을 투입해 47억원의 중개수수료 절감 효과를 거뒀다. 광주시의 ‘배민 독립운동’은 유의미한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한달간 광주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에게 착한소비·가치소비를 하자며 ‘배민 독립’을 호소했는데, 캠페인 결과 매출액과 주문건수는 17%까지 늘었다. 전국 평균 공공배달앱 점유율의 4.5배가량 달한다.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의 부담을 효과적으로 줄이면서 호응이 높다.

10월 국정감사 시즌에 광주시의 ‘배민 독립운동’이 큰 관심사가 됐다. 지난 8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이상갑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이 참고인으로 출석해 광주공공배달앱 운영 실태와 성과, 한계 등을 증언했다. 공공배달앱 활성화를 위한 ‘배민 독립운동’이 배달앱 시장의 기형적인 독점구조를 타파할 유일한 길이며, 정부의 지원이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광주시가 쏘아올린 ‘배민 독립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돼, 많은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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