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필순>“계엄을 넘어 지방분권으로, 광주의 염원”
박필순 광주시의원
입력 : 2025. 04. 23(수) 17:51

박필순 광주시의원.
“12·3 계엄을 이긴 광주정신.”
지난 13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만민공동회’에 현수막이 걸렸다. 1980년, 무도한 군사정권을 타도했던 광주광역시는, 2025년 공권력을 남용해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12·3 계엄을 물리쳤다. 독재를 타도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했던 광주시민들은, 지금 다시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지방이 살아 숨 쉬는 새 질서를 요구하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어느 때보다 혹독한 재정 현실을 직면하고 있다. 2025년 광주시 본예산은 7조 6070억원으로 사상 최대지만, 재정자립도 35.52%는 최근 5년 최저이자 특·광역시 중 최하위권이다. 올 상반기 지방세 징수율은 47%에 그쳐 전년 대비 1134억원이 줄었다. 도시철도 2호선(총사업비 3조 1449억 원)·군공항 이전 같은 국책 매칭 부담만 1조원대. “확장예산의 착시”가 시민복지 예산을 잠식하고 있다.
할 일은 차고 넘친다. 도시철도 2호선은 아직 1단계도 마무리하지 못했고, 호남고속도로 확장공사, 복합쇼핑몰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한 광천·상무선 등 해야 할 대형사업들이 줄을 서고 있다. 갈수록 노후화되고 있는 아파트, 교량, 하수관거 등 도시 기반시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잠재부채다.
광주광역시는 지난 20여 년 동안 ‘문화수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간판 사업에 기대어 지역 부흥을 꿈꿨다. 하지만 국비 의존형 쇼케이스 사업은 번번이 예산 삭감과 운영적자에 발목이 잡혔고, 지역 경제를 떠받칠 지속 가능한 재정 기반을 만들지 못했다. 대형 국책 매칭 부담까지 겹치며 시 살림은 ‘빚내서 생존’하는 구조로 고착됐다. 더는 중앙 눈치만 보는 전시성 프로젝트로 버틸 수 없다. 광주가 살길은 ‘진짜 지방분권’이다.
이제는 전환이 필요하다. 국토 균형발전과 수도권 수준의 비수도권 성장을 이루려면, 과감히 지방분권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방자치 30년 되는 해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그 분기점이다.
대선 후보마다 ‘메가시티’를 외치지만, 재정권 없는 메가시티는 껍데기다. 광주·전남 역시 초광역 경제권을 꿈꾼다. 그러나 지방재정이 빈사 상태인 현실을 외면한 거대 청사진은, 시민의 삶을 바꿀 수 없다. 광주광역시만 해도 도시철도 2호선, 군 공항 이전 등 국책사업 부담으로 허리가 휘고 있다. 지방이 일어서려면, 보다 근본적인 구조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첫째, 지방재정분권 로드맵을 세우자. 차기 정부 임기 내 지방재정의 자립을 위해 ‘강력한 재정분권’을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국세~지방세 비율을 7대3, 장기적으로 6대4 수준으로 개선하려는 목표를 확립하자. 이미 유럽 선진국 대부분은 주민 삶과 직결된 예산은 지방이 직접 편성·집행하도록 해 자치권을 확실히 보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중심 예산 구조에서 지방자치단체에게 의결권과 예산권을 부여해야 한다. 칼자루를, 이제는 지방에 넘기자.
둘째, ‘제2국무회의’를 신설, 자치권과 의결권을 부여하자. 중앙부처 장관 중심 제1국무회의와 다른, 지방자치단체장이 의결권을 갖는 제2국무회의를 법제화하자.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약속하고도 미완에 그친 과제를 이제는 실현하자. 계엄 사태로 우리는 대통령 중심제의 모순을 확인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참여하는 제2국무회의는 분권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다.
차기 정부 임기 내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개헌하여 실질적인 자치권을 부여하자.
셋째, 5대 메가시티에 자치권을 부여하자. 수도권·충청권·호남권·부울경·대구경북 등 5개 권역으로 ‘메가시티 자치정부’를 구성해 성장동력을 분산하고, 세입·세출의 자율예산권을 부여하자. 이재명·김경수·김동현, 민주당의 세 대선후보의 공통점은 지방자치단체장 출신이라는 것이다. 수도권 중심에서 지역 중심으로의 국토 균형 대전환, 적기에 적임자들이 나서고 있다.
넷째, 노무현의 ‘문화수도 광주’ 구상을 완성하자. 대통령실 이전으로 행정수도 세종을 완성하고, 지방시대를 열자. ‘해양수도’ 부산으로 해양수산부가 간다면, ‘문화수도’ 광주로 문화관광부가 이전해도 좋겠다. 그게 어렵다면, 광주광역시에 ‘아시아문화청’을 신설해 문화산업의 국제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한국문화기술연구원(CT)’을 설치해 콘텐츠·디지털 예술·기술의 융합 기반을 갖추자.
다섯째, 광주광역시를 명실상부한 AI중심도시로 세우자. 핵심은 AI정부기구를 광주에 설치하는 것이다. ‘AI데이터청’과 ‘AI진흥원’을 꿈꿔본다. 국가데이터센터와 슈퍼컴퓨팅센터를 운영하고, 국가적 AI산업의 전략을 광주에서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하자.
‘재정 없는 자치’는 허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여수 지방자치박람회에서 “지방분권공화국”을 천명하고 지방 재정분권과 제2국무회의를 약속했으나 아직 첫걸음도 떼지 못했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새 민주정부는 선거 과정에서부터 △제2국무회의 신설 △단계별 재정분권 로드맵을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재정 분권을 약속하고, 구체적 실행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의 흥망을 가를 분수령이다. 수도권에 밀집돼 모두 함께 말라가는 대한민국을 유지할 것이냐, 오랜 과제인 지방분권을 해소해 대한민국의 막힌 혈을 뚫는 전환점이 될 것이냐. 이제는 수도권 블랙홀에 갇힌 ‘서울공화국’을 넘어, 광주광역시와 지방이 함께 숨 쉬는 대한민국으로 가자. 지방이 살면 나라가 산다. 이번 대선, 그 분수령을 넘어야 한다.
지난 13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만민공동회’에 현수막이 걸렸다. 1980년, 무도한 군사정권을 타도했던 광주광역시는, 2025년 공권력을 남용해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12·3 계엄을 물리쳤다. 독재를 타도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했던 광주시민들은, 지금 다시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지방이 살아 숨 쉬는 새 질서를 요구하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어느 때보다 혹독한 재정 현실을 직면하고 있다. 2025년 광주시 본예산은 7조 6070억원으로 사상 최대지만, 재정자립도 35.52%는 최근 5년 최저이자 특·광역시 중 최하위권이다. 올 상반기 지방세 징수율은 47%에 그쳐 전년 대비 1134억원이 줄었다. 도시철도 2호선(총사업비 3조 1449억 원)·군공항 이전 같은 국책 매칭 부담만 1조원대. “확장예산의 착시”가 시민복지 예산을 잠식하고 있다.
할 일은 차고 넘친다. 도시철도 2호선은 아직 1단계도 마무리하지 못했고, 호남고속도로 확장공사, 복합쇼핑몰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한 광천·상무선 등 해야 할 대형사업들이 줄을 서고 있다. 갈수록 노후화되고 있는 아파트, 교량, 하수관거 등 도시 기반시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잠재부채다.
광주광역시는 지난 20여 년 동안 ‘문화수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간판 사업에 기대어 지역 부흥을 꿈꿨다. 하지만 국비 의존형 쇼케이스 사업은 번번이 예산 삭감과 운영적자에 발목이 잡혔고, 지역 경제를 떠받칠 지속 가능한 재정 기반을 만들지 못했다. 대형 국책 매칭 부담까지 겹치며 시 살림은 ‘빚내서 생존’하는 구조로 고착됐다. 더는 중앙 눈치만 보는 전시성 프로젝트로 버틸 수 없다. 광주가 살길은 ‘진짜 지방분권’이다.
이제는 전환이 필요하다. 국토 균형발전과 수도권 수준의 비수도권 성장을 이루려면, 과감히 지방분권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방자치 30년 되는 해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그 분기점이다.
대선 후보마다 ‘메가시티’를 외치지만, 재정권 없는 메가시티는 껍데기다. 광주·전남 역시 초광역 경제권을 꿈꾼다. 그러나 지방재정이 빈사 상태인 현실을 외면한 거대 청사진은, 시민의 삶을 바꿀 수 없다. 광주광역시만 해도 도시철도 2호선, 군 공항 이전 등 국책사업 부담으로 허리가 휘고 있다. 지방이 일어서려면, 보다 근본적인 구조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첫째, 지방재정분권 로드맵을 세우자. 차기 정부 임기 내 지방재정의 자립을 위해 ‘강력한 재정분권’을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국세~지방세 비율을 7대3, 장기적으로 6대4 수준으로 개선하려는 목표를 확립하자. 이미 유럽 선진국 대부분은 주민 삶과 직결된 예산은 지방이 직접 편성·집행하도록 해 자치권을 확실히 보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중심 예산 구조에서 지방자치단체에게 의결권과 예산권을 부여해야 한다. 칼자루를, 이제는 지방에 넘기자.
둘째, ‘제2국무회의’를 신설, 자치권과 의결권을 부여하자. 중앙부처 장관 중심 제1국무회의와 다른, 지방자치단체장이 의결권을 갖는 제2국무회의를 법제화하자.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약속하고도 미완에 그친 과제를 이제는 실현하자. 계엄 사태로 우리는 대통령 중심제의 모순을 확인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참여하는 제2국무회의는 분권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다.
차기 정부 임기 내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개헌하여 실질적인 자치권을 부여하자.
셋째, 5대 메가시티에 자치권을 부여하자. 수도권·충청권·호남권·부울경·대구경북 등 5개 권역으로 ‘메가시티 자치정부’를 구성해 성장동력을 분산하고, 세입·세출의 자율예산권을 부여하자. 이재명·김경수·김동현, 민주당의 세 대선후보의 공통점은 지방자치단체장 출신이라는 것이다. 수도권 중심에서 지역 중심으로의 국토 균형 대전환, 적기에 적임자들이 나서고 있다.
넷째, 노무현의 ‘문화수도 광주’ 구상을 완성하자. 대통령실 이전으로 행정수도 세종을 완성하고, 지방시대를 열자. ‘해양수도’ 부산으로 해양수산부가 간다면, ‘문화수도’ 광주로 문화관광부가 이전해도 좋겠다. 그게 어렵다면, 광주광역시에 ‘아시아문화청’을 신설해 문화산업의 국제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한국문화기술연구원(CT)’을 설치해 콘텐츠·디지털 예술·기술의 융합 기반을 갖추자.
다섯째, 광주광역시를 명실상부한 AI중심도시로 세우자. 핵심은 AI정부기구를 광주에 설치하는 것이다. ‘AI데이터청’과 ‘AI진흥원’을 꿈꿔본다. 국가데이터센터와 슈퍼컴퓨팅센터를 운영하고, 국가적 AI산업의 전략을 광주에서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하자.
‘재정 없는 자치’는 허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여수 지방자치박람회에서 “지방분권공화국”을 천명하고 지방 재정분권과 제2국무회의를 약속했으나 아직 첫걸음도 떼지 못했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새 민주정부는 선거 과정에서부터 △제2국무회의 신설 △단계별 재정분권 로드맵을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재정 분권을 약속하고, 구체적 실행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의 흥망을 가를 분수령이다. 수도권에 밀집돼 모두 함께 말라가는 대한민국을 유지할 것이냐, 오랜 과제인 지방분권을 해소해 대한민국의 막힌 혈을 뚫는 전환점이 될 것이냐. 이제는 수도권 블랙홀에 갇힌 ‘서울공화국’을 넘어, 광주광역시와 지방이 함께 숨 쉬는 대한민국으로 가자. 지방이 살면 나라가 산다. 이번 대선, 그 분수령을 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