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파면'으로 파헤치는 법조 권력의 실태
[신간]법조공화국
강준만│인물과사상사│1만6000원
강준만│인물과사상사│1만6000원
입력 : 2025. 04. 10(목) 10:10

법조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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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이 발표된 지난 4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생방송으로 탄핵심판 선고를 지켜본 시민들이 기뻐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
윤 전 대통령은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그간 흑백논리를 펼치며 ‘공정’이란 단어를 남용해 왔다.
3년여 만에 끝난 그의 임기 동안 진영논리와 편의적 선악 이분법은 극렬히 작동하며 분단국가를 더 갈라지게 했다.
한국은 민관합동으로 세운 법조공화국이다. 법조를 우대하는 사회적 풍토와 ‘정치의 사법화’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꼴찌 수준이며 검찰과 대법원이 경찰보다 낮은 신뢰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준만 작가는 이 책을 펴내며 우리나라에서 법은 정의보다 출세의 수단이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강 작가의 주장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 파면으로 이어진 법조공화국의 비극은 법이 정의의 편이 아니라 엘리트들을 위한 특권의 수단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법조 특권주의’의 실속형 특권주의로 ‘전관예우’를 꼽았다. 법조계에 깊이 뿌리 내린 전관예우는 어느새 ‘사회 신뢰를 좀먹는 암 덩어리’로 커졌다. 후진적 악습인데도 사라지지 않는 데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고 꼬집는다. 국회의원들마저 평소엔 전관예우를 맹비난하다가도 막상 자기 발등 위에 불이 떨어지면 전관 변호사를 구명줄처럼 여긴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줄기차게 반복된 전관예우와 관련된 대(對)국민 사기극을 중단하고 현실적인 개선책을 모색해 볼 때가 됐다는 게 강 작가의 주장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법조인 출신이 한국 정치판에 대거 포진된 점에 관한 근본적 원인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법조 출신 정치인은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선거에서 낙선해도 언제든지 변호사로 돌아갈 수 있는 안전이 보장된다. 이는 ‘변호사 모델’이 한국 정치판에서 잘나가는 정치인의 모델이 된 것을 의미한다. 법과 법치에 대한 불신이 높을수록 사법고시의 인기는 치솟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법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법을 다룰 수 있는 면허를 취득해 권력과 부를 동시에 쟁취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자 하는 갈증을 키운 것이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법은 정의보다는 출세와 특권의 수단으로서 그 가치가 높았으며 사법고시는 ‘코리안 드림’을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속성코스라는 걸 말해주는 ‘사회적 증거’가 됐다.
이러한 한국 사회에 만연한 법조계의 특권의식으로 키워낸 인물이 윤석열이다.
책에서는 윤석열의 몰락을 나아가 나르시시즘 중독에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지난해 총선에서 역사에 남을 압도적 참패에도 불구하고 민의를 저버린 12·3 비상계엄 선포는 그가 자기 객관화 능력이 없는 것은 물론 ‘현실 감각’조차 없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피력했다.
한편 강 작가는 1956년 목포에서 태어났다. 현재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며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을 토대로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친 전방위적 저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간 펴낸 책으로는 ‘정치 전쟁’, ‘한류의 역사’, ‘박근혜의 권력 중독’, ‘싸기지 없는 진보’, ‘지방 식민지 독립선언’, ‘미국은 세계를 어떻게 훔쳤는가’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