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창·하정호>복지부동 권하는 사회
하정호 광주시교육청 공무원
입력 : 2024. 09. 22(일) 18:06
하정호 광주시교육청 공무원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작년 어느날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한 이 말로 안철수 의원이 구설에 올랐다. 아인슈타인도 “Nothing happens until something moves(뭔가 움직이기 전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둘 다 맞는 말이다. 그 자체로는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그래서 이 말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새로운 정보가 아무것도 없다. 그 뒤에 숨은 배경을 들추어내야만 그 의미가 읽혀지는 말들이다.

그래서일까? 시교육청에서는 용연학교를 폐교하지 않는다고 몇 번이나 밝혔지만, 언론은 여전히 폐교 우려가 있다고 보도하고 교사노조는 폐교반대 서명운동까지 벌인다. “용연학교 폐교는 황당하고 근거없는 이야기”라고 언론에 기고문을 싫어도, 너무 당연한 이야기여서 그런지 다른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하나 보다. 지금의 학교 현실을 생각할 때 학교부적응 학생을 돕는 대안교육 위탁기관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전국의 모든 시도교육청이 학교부적응 학생의 위탁을 위해 위스쿨(Wee School)을 두고 있다. 그런 학교를 없앤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용연학교를 폐교하지 않는다고 가자들에게 답하고, 용연학교를 찾아가 말하고, 교사노조에도 찾아가 그런 일은 없다고 하고, 시교육청의 담당 부서와 정책 책임자들이 용연학교와 간담회도 했다.

그런데도 논란을 이어가는 것은 ‘용연학교 재구조화’가 곧 폐교를 말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 때문이다. 용연학교가 2008년 개교할 당시와 지금은 십수 년의 세월만큼이나 많이 바뀌었다. 당시에는 괄괄한 성격의 학생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심리·정서적으로 위축되어 의욕이 없는 학생들이 많다. 코로나19 원격수업으로 인해 도덕성과 사회성이 결여되고 규칙 준수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학교에서는 몰랐지만 느린 학습자로 밝혀지는 학생들도 있다. 용연학교에서는 이러한 학생들을 위해 검사와 치료를 연계하고, 경우에 따라 특수교육이나 장애판정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학교부적응의 이유가 다양해진 만큼 그에 맞는 대안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18분의 교직원이 50명 정도의 학생을 가르치는데, 그 중 광산구에 사는 학생이 30명 정도 된다. 학교가 집에서 멀다는 이유로 찾아오지 않는 학생들을 생각하고 일주일 단위의 단기위탁 과정도 개설한다면 학교를 나누어서 운영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특히 나주병원과 조선대병원에 병원형 Wee센터도 생긴 만큼, 기관간 연계와 역할조정도 고려해야 한다. 용연학교의 재구조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이는 용연학교 폐교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미움받을 용기’를 써서 대중에게 아들러 심리학을 소개했던 기시미 이치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책에서 아들러의 교육론을 소개한다. 그 핵심은 ‘용기 부여’이다. 야단맞거나 칭찬받으며 자란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어떻게 하면 야단맞지 않을까만 생각하게 된다. 그런 사람은 자기 밖의 공동체에 대해 관심을 갖기가 어렵다. 어른들도, 공무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비난받을 일도 없다. 복지부동하는 이유이다.

누구라도 일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는 없다. 그런 사람을 탓하면 누구도 일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도 했다. “배는 정박해 있을 때 늘 안전하다. 하지만 그러려고 배를 만든 것은 아니다.”
테마칼럼 최신뉴스더보기

기사 목록

전남일보 PC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