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좌우의 날개
곽지혜 취재2부 기자
입력 : 2025. 01. 06(월) 18:19
곽지혜 기자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의 책 제목이다. 그는 저서에서 “진보의 날개만으로는 안정이 없고, 보수의 날개만으로는 앞으로 갈 수 없다.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균형 잡힌 인식으로만 안정과 발전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안타깝게도 현재 대한민국은 오른쪽, 왼쪽이 각각 온전한 방향도 잡지 못한 채 반대 방향으로 가느니 추락하는 것이 낫다고 악을 쓰고 있다.
지난 연말, 대한민국은 초유의 비상계엄 선포와 헌정사 3번째 탄핵 정국을 맞이했다. 불안정한 정국 속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그늘졌던 민심을 밑바닥까지 끌고 내려갔다. 한순간 우리 곁을 떠난 179명의 희생 앞에 눈물과 분노, 참담함이 공존하는, 누구도 편치 않은 연말연시다.
‘모든 안전 수칙은 피로 쓰인다’라는 말도 있듯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항공기 사고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조류 충돌, 기체 엔진 결함, 유압시스템 상실, 콘크리트 둔덕 등 참사 원인으로 추정되는 다양한 요인이 제기되고 있지만, 테러가 아닌 이상 수백명의 희생자를 낳은 참사의 원인이 단 하나의 문제로 딱 떨어질리 만무하다. 조류 충돌과 같은 자연재해는 물론 항공기 자체의 결함, 정비나 운항 과정의 문제, 공항 시설이나 관제 소홀 문제일 수도 있다. 진행 중인 원인 규명에 집중하되, 섣부른 판단과 정치 논리를 갖다 붙이는 것은 경계해야 하는 때다.
하지만 무안공항은 어느새 ‘고추 말리는 공항’, ‘한화갑 공항’ 등 ‘정치공항’으로 불리며 애초에 지어져서는 안됐던 공항으로 폄하되고 있다. ‘공항의 부진한 실적이 안전 문제로 직결됐다’는 논리인데, 여기에 무안공항을 비롯한 지방의 공항들이 왜 경영 부진을 겪을 수밖에 없는지는 고려되지 않는다. 지역 균형 발전이나 지역민의 교통 불편은 안중에도 없다. 이들의 논리라면 179명의 희생자들은 접근성이 좋은 지역 공항의 국제선 신규 취항을 환영하고, 즐겁게 여행을 떠나서도 안됐다.
항공사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제주항공에서 엔진 이상으로 수차례 원활치 않은 이·착륙이 있었다면, 실제 이번 참사에도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히 살피고 다시는 정비나 운항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엄격히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걸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 모기업인 애경그룹의 계열사 목록을 만들고 기업 마녀사냥을 하는 것이 앞으로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얼마나 큰 도움을 줄지 의문이다.
‘무안공항 참사’냐, ‘제주항공 참사’냐를 두고 싸우는 것 역시 진영 싸움일 뿐이다. 만약 이번 참사가 영남권 공항에서 발생했다면, 두 진영은 자리를 바꿔 싸웠을 터다.
양쪽으로 갈라진 광장에서의 외침은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오늘, 우리의 좌우 날개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현재 대한민국은 오른쪽, 왼쪽이 각각 온전한 방향도 잡지 못한 채 반대 방향으로 가느니 추락하는 것이 낫다고 악을 쓰고 있다.
지난 연말, 대한민국은 초유의 비상계엄 선포와 헌정사 3번째 탄핵 정국을 맞이했다. 불안정한 정국 속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그늘졌던 민심을 밑바닥까지 끌고 내려갔다. 한순간 우리 곁을 떠난 179명의 희생 앞에 눈물과 분노, 참담함이 공존하는, 누구도 편치 않은 연말연시다.
‘모든 안전 수칙은 피로 쓰인다’라는 말도 있듯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항공기 사고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조류 충돌, 기체 엔진 결함, 유압시스템 상실, 콘크리트 둔덕 등 참사 원인으로 추정되는 다양한 요인이 제기되고 있지만, 테러가 아닌 이상 수백명의 희생자를 낳은 참사의 원인이 단 하나의 문제로 딱 떨어질리 만무하다. 조류 충돌과 같은 자연재해는 물론 항공기 자체의 결함, 정비나 운항 과정의 문제, 공항 시설이나 관제 소홀 문제일 수도 있다. 진행 중인 원인 규명에 집중하되, 섣부른 판단과 정치 논리를 갖다 붙이는 것은 경계해야 하는 때다.
하지만 무안공항은 어느새 ‘고추 말리는 공항’, ‘한화갑 공항’ 등 ‘정치공항’으로 불리며 애초에 지어져서는 안됐던 공항으로 폄하되고 있다. ‘공항의 부진한 실적이 안전 문제로 직결됐다’는 논리인데, 여기에 무안공항을 비롯한 지방의 공항들이 왜 경영 부진을 겪을 수밖에 없는지는 고려되지 않는다. 지역 균형 발전이나 지역민의 교통 불편은 안중에도 없다. 이들의 논리라면 179명의 희생자들은 접근성이 좋은 지역 공항의 국제선 신규 취항을 환영하고, 즐겁게 여행을 떠나서도 안됐다.
항공사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제주항공에서 엔진 이상으로 수차례 원활치 않은 이·착륙이 있었다면, 실제 이번 참사에도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히 살피고 다시는 정비나 운항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엄격히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걸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 모기업인 애경그룹의 계열사 목록을 만들고 기업 마녀사냥을 하는 것이 앞으로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얼마나 큰 도움을 줄지 의문이다.
‘무안공항 참사’냐, ‘제주항공 참사’냐를 두고 싸우는 것 역시 진영 싸움일 뿐이다. 만약 이번 참사가 영남권 공항에서 발생했다면, 두 진영은 자리를 바꿔 싸웠을 터다.
양쪽으로 갈라진 광장에서의 외침은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오늘, 우리의 좌우 날개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