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수 김신혜 무죄…25년만에 사회에서 맞은 ‘첫 눈’
2000년 구속, 재심서 무죄 선고
위법한 증거 수집 “효력 없어”
사망원인·범행 동기도 불분명
김씨 “아버지 못 지켜드려 죄송”
위법한 증거 수집 “효력 없어”
사망원인·범행 동기도 불분명
김씨 “아버지 못 지켜드려 죄송”
입력 : 2025. 01. 06(월) 18:49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확정받아 25년간 옥살이를 한 김신혜(48)씨가 6일 열린 재심을 통해 24년 만에 무죄를 선고 받고 전남 장흥교도소에서 출소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민현기 기자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은 김신혜(48)씨가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25년만에 ‘첫 눈’을 사회에서 맞았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박현수 지원장)는 6일 존속살해·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형이 확정된 김씨에 대해 재심 선고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 2000년 3월 7일 완도군 완도읍에서 수면제 30여알을 탄 술을 아버지에게 건네 살해한 뒤 인적이 드문 버스정류장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돼 2001년 3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해당 사건은 현장에서 차량의 부서진 전조등 조각이 발견돼 뺑소니 의심사고로 시작됐다. 그러나 검시 과정에서 교통사고에서 나타나는 외상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에서 사체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303%와 함께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됐다.
이를 두고 경찰은 이복여동생과 자신에 대한 아버지의 성추행에 앙심을 품은 김씨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특정했다. 특히 김씨의 고모부가 ‘이복여동생을 성추행한 데 앙심을 품고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자신에게 말했다’고 한 진술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또 보험설계사로 일했던 김씨가 아버지 명의로 거액의 상해·생명보험 7개에 가입한 사실을 파악하고 범행동기도 충분하다고 봤다.
하지만 수사기관에 범행 사실을 자백했던 김씨는 재판이 시작되자 진술을 번복했다. 동생 대신 교도소에 가기 위해 거짓으로 자백했었다며 무죄를 호소한 것이다. 아버지 명의로 가입된 보험도 상당수가 이미 해약됐고 나머지 보험들도 가입 2년이 지나지 않아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며 짜맞추기식 수사라고 주장했다.
김씨의 항변에도 법원은 혐의를 인정, 무기징역형을 확정했다.
교도소에 입감돼 옥살이를 하고 있는 김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심 재판을 신청했고 뒤늦게 경찰의 위법 수사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조서에는 문제가 없는 것처럼 허위로 꾸몄고 김씨가 현장검증을 거부했음에도 영장 없이 범행을 재연토록 했으며 수사 과정에서 김씨의 머리와 뺨을 때리며 서류에 지장을 찍을 것을 강요하고 날인을 거부하자 억지로 지장을 찍었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법원은 ‘경찰의 강압 수사, 영장 없는 압수수색, 절차적 불법 행위’ 등을 이유로 지난 2015년 재심 결정을 내렸다. 다만 김씨 측이 주장한 무죄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형 집행정지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날 재심 재판에서 당시 수사경찰이 영장 없이 김씨의 집에서 일기장, 노트 등 증거를 압수한 것은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하고 이를 기초로 한 2차 증거 역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자백과 관련한 진술증거도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강압적인 환경 속에서 수사기관에 진술하게 된 경위나 상황 등을 비추어볼 때 허위로 자백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김씨 자백에 대한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친척들의 진술 또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사망원인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았다. 공소사실은 피해자인 아버지가 숨지기 2시간 전 독실아민(수면제) 30알 분량을 복용했다고 했지만 부검 당시 피해자 위장 내에서 많은 양을 복용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사망 당시 피해자가 혈중알코올농도 0.303%의 고도명정(운동 장애·혼수상태 가능) 상태였던 점이 독립적인 사망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검찰이 주장하는 ‘사후재분배’(사망 후 약물이 혈액 속으로 재분포돼 혈중 농도가 변하는 현상)도 사망 후 35시간 만에 신속하게 부검이 이뤄진 점을 고려했을 때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봤다.
특히 보험설계사로 일했던 김씨가 계약 2년 내 보험금을 받을 수 없었다는 사실을 알았을텐데 보험금을 노린 범죄라고 볼 수 없어 범행 동기도 부족하고 범행 직후 아버지가 발견된 시간에 김씨가 친구들과 약속을 잡았던 점이 시체 유기가 가능한 시간 등을 고려했다면 범행 계획에 차질이 생겨 계획적 살인을 저지른 사람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무죄를 선고받은 김씨는 이날 오후 4시께 장흥교도소에서 곧장 출소했다. 김씨의 출소에 맞춰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진범 대신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재심으로 무죄를 선고받은 윤성여씨와 낙동강변 살인사건에서 범인으로 몰려 억울하게 21년간 옥살이를 했다 무죄를 선고받은 장동익씨가 꽃다발을 전달하며 마중했다.
김씨는 “잘못된 부분을 곧바로 바로잡았다면 좋았을텐데 이걸 바로잡는게 우리나라 사법체계 안에서는 25년 만에 바로잡힐 정도로 힘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고생만 하다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곁에서 끝까지 못 지켜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박현수 지원장)는 6일 존속살해·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형이 확정된 김씨에 대해 재심 선고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 2000년 3월 7일 완도군 완도읍에서 수면제 30여알을 탄 술을 아버지에게 건네 살해한 뒤 인적이 드문 버스정류장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돼 2001년 3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해당 사건은 현장에서 차량의 부서진 전조등 조각이 발견돼 뺑소니 의심사고로 시작됐다. 그러나 검시 과정에서 교통사고에서 나타나는 외상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에서 사체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303%와 함께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됐다.
이를 두고 경찰은 이복여동생과 자신에 대한 아버지의 성추행에 앙심을 품은 김씨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특정했다. 특히 김씨의 고모부가 ‘이복여동생을 성추행한 데 앙심을 품고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자신에게 말했다’고 한 진술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또 보험설계사로 일했던 김씨가 아버지 명의로 거액의 상해·생명보험 7개에 가입한 사실을 파악하고 범행동기도 충분하다고 봤다.
하지만 수사기관에 범행 사실을 자백했던 김씨는 재판이 시작되자 진술을 번복했다. 동생 대신 교도소에 가기 위해 거짓으로 자백했었다며 무죄를 호소한 것이다. 아버지 명의로 가입된 보험도 상당수가 이미 해약됐고 나머지 보험들도 가입 2년이 지나지 않아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며 짜맞추기식 수사라고 주장했다.
김씨의 항변에도 법원은 혐의를 인정, 무기징역형을 확정했다.
교도소에 입감돼 옥살이를 하고 있는 김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심 재판을 신청했고 뒤늦게 경찰의 위법 수사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조서에는 문제가 없는 것처럼 허위로 꾸몄고 김씨가 현장검증을 거부했음에도 영장 없이 범행을 재연토록 했으며 수사 과정에서 김씨의 머리와 뺨을 때리며 서류에 지장을 찍을 것을 강요하고 날인을 거부하자 억지로 지장을 찍었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법원은 ‘경찰의 강압 수사, 영장 없는 압수수색, 절차적 불법 행위’ 등을 이유로 지난 2015년 재심 결정을 내렸다. 다만 김씨 측이 주장한 무죄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형 집행정지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날 재심 재판에서 당시 수사경찰이 영장 없이 김씨의 집에서 일기장, 노트 등 증거를 압수한 것은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하고 이를 기초로 한 2차 증거 역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자백과 관련한 진술증거도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강압적인 환경 속에서 수사기관에 진술하게 된 경위나 상황 등을 비추어볼 때 허위로 자백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김씨 자백에 대한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친척들의 진술 또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사망원인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았다. 공소사실은 피해자인 아버지가 숨지기 2시간 전 독실아민(수면제) 30알 분량을 복용했다고 했지만 부검 당시 피해자 위장 내에서 많은 양을 복용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사망 당시 피해자가 혈중알코올농도 0.303%의 고도명정(운동 장애·혼수상태 가능) 상태였던 점이 독립적인 사망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검찰이 주장하는 ‘사후재분배’(사망 후 약물이 혈액 속으로 재분포돼 혈중 농도가 변하는 현상)도 사망 후 35시간 만에 신속하게 부검이 이뤄진 점을 고려했을 때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봤다.
특히 보험설계사로 일했던 김씨가 계약 2년 내 보험금을 받을 수 없었다는 사실을 알았을텐데 보험금을 노린 범죄라고 볼 수 없어 범행 동기도 부족하고 범행 직후 아버지가 발견된 시간에 김씨가 친구들과 약속을 잡았던 점이 시체 유기가 가능한 시간 등을 고려했다면 범행 계획에 차질이 생겨 계획적 살인을 저지른 사람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무죄를 선고받은 김씨는 이날 오후 4시께 장흥교도소에서 곧장 출소했다. 김씨의 출소에 맞춰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진범 대신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재심으로 무죄를 선고받은 윤성여씨와 낙동강변 살인사건에서 범인으로 몰려 억울하게 21년간 옥살이를 했다 무죄를 선고받은 장동익씨가 꽃다발을 전달하며 마중했다.
김씨는 “잘못된 부분을 곧바로 바로잡았다면 좋았을텐데 이걸 바로잡는게 우리나라 사법체계 안에서는 25년 만에 바로잡힐 정도로 힘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고생만 하다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곁에서 끝까지 못 지켜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