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모를 불황’…소상공인, 새해에도 ‘걱정·한숨만’
탄핵·참사에 경기전망지수 하락
식자재·인건비·공공요금 다 올라
작년 폐업 사업자 수 ‘역대 최다’
“내수회복·영세상인 지원책 절실”
식자재·인건비·공공요금 다 올라
작년 폐업 사업자 수 ‘역대 최다’
“내수회복·영세상인 지원책 절실”
입력 : 2025. 01. 06(월) 18:22
고물가·경기침체 장기화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는 가운데 탄핵 정국 등으로 인한 정치·경제적 불안이 지속되면서 새해에도 소상공인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다. 사진은 ‘임대’ 문구가 붙어 있는 상가 옆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식자재비, 인건비, 공공요금 등 가게 운영 비용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와중에 내수 부진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광주 동구에서 피자 가게를 운영하는 손모(35)씨는 지난해 여름 새롭게 가게 문을 열었지만, 흔히 ‘오픈빨’이라고 불리는 특수조차 누리지 못했다. 예전 같으면 따로 광고를 하지 않아도 가게를 오픈하면 손님들이 줄을 지었으나 이제는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손씨는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손님들이 기존에 이용하던 곳이 아니면 잘 소비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얼마 전에는 2025년 새해를 맞았지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가게 운영 비용이 나날이 커지는 와중에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하는 등 올해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다.
특히 올해는 최저시급이 1만원을 돌파하면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됐다. 올해 시급은 1만30원으로, 지난해(9860원) 대비 1.7% 소폭 인상됐지만,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첫 1만원 돌파라는 심리적 부담감은 매우 컸다. 손씨는 알바생들의 사정을 배려해 지난해에도 1만원의 시급을 책정했지만, 올해는 인건비 부담으로 1000원 단위로 인상하던 시급을 500원 단위로 인상하고, 주말 오후에만 3시간씩 알바생을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식자재비 인상도 큰 걱정거리 중 하나다. 그는 “지난해 여름 2.5㎏에 1만8000원가량이었던 치즈 가격이 불과 2~3개월 만에 2만3~4000원까지 오르는 등 식자재비가 폭등해 가게 운영이 더욱 어려워졌다. 재룟값 상승 폭을 감당할 수 없어 당시 어쩔 수 없이 피자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며 “오픈 때 음식 가격을 워낙 낮게 책정해 뒀기 때문에 당시 가격 인상을 꺼리는 손님들은 거의 없었지만, 이제는 가격 인상을 쉽게 단행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2025년 을사년(乙巳年) 새해가 밝았지만 소상공인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다. 고물가·경기침체 장기화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는 가운데 탄핵 정국 등으로 인한 정치·경제적 불안이 지속되면서 신년에도 내수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영업 부진 등의 사유로 폐업을 선택한 사업자 수가 지난 2006년 이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6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2024년 12월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광주·전남지역 소상공인의 올 1월 전망 BSI는 각각 71.7, 72.3으로, 전월 전망 대비 광주는 -4.8p, 전남은 -2.9p 하락했다. 소상공인 전망 경기 악화 사유로는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요인(52.7%)’, ‘정치적(계엄/탄핵 등) 요인(20.6%)’, ‘날씨/계절성 요인(10.2%)’ 등이 꼽혔다.
지난해 12월 체감 BSI 역시 광주는 47.3으로 전달인 11월(56.2)와 비교해 -8.9p 하락했으며, 전남은 46.7로 전달(58.7)과 비교해 -12.0p 감소했다. 연말 대목임에도 불구하고 체감 BSI가 하락한 요인은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요인(55.0%)’, ‘정치적(계엄/탄핵 등) 요인(25.7%)’, ‘날씨/계절성 요인(9.1%)’ 등 순으로 동일했다. BSI 지수는 사업체의 실적 등에 대한 주관적 의견을 수치화한 경기 예측 지표로, BSI 지수가 100 이상인 경우 경기 실적이 호전됐다는 의미이며, 100 미만인 경우 그 반대를 뜻한다.
동구 계림동에서 옷 가게를 운영 중인 김모(57)씨는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직원을 2~3명 두고 매일 오후 8시~10시까지 영업했는데, 지금은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일하고 평일 오후 8시가 되기도 전에 문을 닫는다. 코로나19가 끝나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최근 2년 간이 더욱 심각하다. 매출로 치면 코로나 전과 비교해 절반 이상 감소한 것 같다”며 “여기서 장사를 한 지 17년 정도 됐는데, 주변에 더 오래된 상가도 지난해 두 곳 정도 문을 닫았다. 인근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경기침체가 심각하니 긍정적인 영향이 전혀 없다. 정국 불안으로 인해 경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으니 수많은 가게가 폐업 신세를 면치 못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경기침체 장기화에 정국 불안까지 겹치면서 소상공인들의 경영 환경은 이미 악화할 대로 악화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최근 폐업사업자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사업자 수는 98만6000명으로,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다. 업종별로는 소매업(27만7000명), 기타 서비스업(21만8000명), 음식업(15만8000명) 등의 순으로 폐업자 수가 많았으며, 폐업률은 음식업(16.2%), 소매업(15.9%) 등 소상공인이 많은 업종이 높게 나타났다. 폐업 사유로는 ‘사업 부진’을 택한 비율이 48.9%로 가장 많았으며, 이는 2010년(50.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경총은 “내수 부진 지속과 인건비 등 운영 비용 부담으로 인해 소상공인들이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줄폐업하고 있다”며 “올해 경기가 작년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내수 활성화와 영세 소상공인 지원 대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 동구에서 피자 가게를 운영하는 손모(35)씨는 지난해 여름 새롭게 가게 문을 열었지만, 흔히 ‘오픈빨’이라고 불리는 특수조차 누리지 못했다. 예전 같으면 따로 광고를 하지 않아도 가게를 오픈하면 손님들이 줄을 지었으나 이제는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손씨는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손님들이 기존에 이용하던 곳이 아니면 잘 소비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얼마 전에는 2025년 새해를 맞았지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가게 운영 비용이 나날이 커지는 와중에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하는 등 올해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다.
특히 올해는 최저시급이 1만원을 돌파하면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됐다. 올해 시급은 1만30원으로, 지난해(9860원) 대비 1.7% 소폭 인상됐지만,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첫 1만원 돌파라는 심리적 부담감은 매우 컸다. 손씨는 알바생들의 사정을 배려해 지난해에도 1만원의 시급을 책정했지만, 올해는 인건비 부담으로 1000원 단위로 인상하던 시급을 500원 단위로 인상하고, 주말 오후에만 3시간씩 알바생을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식자재비 인상도 큰 걱정거리 중 하나다. 그는 “지난해 여름 2.5㎏에 1만8000원가량이었던 치즈 가격이 불과 2~3개월 만에 2만3~4000원까지 오르는 등 식자재비가 폭등해 가게 운영이 더욱 어려워졌다. 재룟값 상승 폭을 감당할 수 없어 당시 어쩔 수 없이 피자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며 “오픈 때 음식 가격을 워낙 낮게 책정해 뒀기 때문에 당시 가격 인상을 꺼리는 손님들은 거의 없었지만, 이제는 가격 인상을 쉽게 단행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2025년 을사년(乙巳年) 새해가 밝았지만 소상공인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다. 고물가·경기침체 장기화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는 가운데 탄핵 정국 등으로 인한 정치·경제적 불안이 지속되면서 신년에도 내수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영업 부진 등의 사유로 폐업을 선택한 사업자 수가 지난 2006년 이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6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2024년 12월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광주·전남지역 소상공인의 올 1월 전망 BSI는 각각 71.7, 72.3으로, 전월 전망 대비 광주는 -4.8p, 전남은 -2.9p 하락했다. 소상공인 전망 경기 악화 사유로는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요인(52.7%)’, ‘정치적(계엄/탄핵 등) 요인(20.6%)’, ‘날씨/계절성 요인(10.2%)’ 등이 꼽혔다.
지난해 12월 체감 BSI 역시 광주는 47.3으로 전달인 11월(56.2)와 비교해 -8.9p 하락했으며, 전남은 46.7로 전달(58.7)과 비교해 -12.0p 감소했다. 연말 대목임에도 불구하고 체감 BSI가 하락한 요인은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요인(55.0%)’, ‘정치적(계엄/탄핵 등) 요인(25.7%)’, ‘날씨/계절성 요인(9.1%)’ 등 순으로 동일했다. BSI 지수는 사업체의 실적 등에 대한 주관적 의견을 수치화한 경기 예측 지표로, BSI 지수가 100 이상인 경우 경기 실적이 호전됐다는 의미이며, 100 미만인 경우 그 반대를 뜻한다.
동구 계림동에서 옷 가게를 운영 중인 김모(57)씨는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직원을 2~3명 두고 매일 오후 8시~10시까지 영업했는데, 지금은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일하고 평일 오후 8시가 되기도 전에 문을 닫는다. 코로나19가 끝나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최근 2년 간이 더욱 심각하다. 매출로 치면 코로나 전과 비교해 절반 이상 감소한 것 같다”며 “여기서 장사를 한 지 17년 정도 됐는데, 주변에 더 오래된 상가도 지난해 두 곳 정도 문을 닫았다. 인근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경기침체가 심각하니 긍정적인 영향이 전혀 없다. 정국 불안으로 인해 경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으니 수많은 가게가 폐업 신세를 면치 못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경기침체 장기화에 정국 불안까지 겹치면서 소상공인들의 경영 환경은 이미 악화할 대로 악화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최근 폐업사업자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사업자 수는 98만6000명으로,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다. 업종별로는 소매업(27만7000명), 기타 서비스업(21만8000명), 음식업(15만8000명) 등의 순으로 폐업자 수가 많았으며, 폐업률은 음식업(16.2%), 소매업(15.9%) 등 소상공인이 많은 업종이 높게 나타났다. 폐업 사유로는 ‘사업 부진’을 택한 비율이 48.9%로 가장 많았으며, 이는 2010년(50.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경총은 “내수 부진 지속과 인건비 등 운영 비용 부담으로 인해 소상공인들이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줄폐업하고 있다”며 “올해 경기가 작년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내수 활성화와 영세 소상공인 지원 대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