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국토부 ‘셀프 조사’ 논란··· 유족 “독립조사기구 마련”
사고조사위 부처 인사 다수 포함
공항시설물 설치·관리 원인 지적
“책임주체가 사고 조사” 우려 제기
"외부 전문가 참여시켜 신뢰 확보"
입력 : 2025. 01. 06(월) 18:48
이혁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대표단 장례위원장이 지난 4일 오후 무안국제공항에서 성명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지난달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사고 원인 규명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일부 국토교통부(국토부) 소속 관계자들이 사고조사위원회(조사위)와 조사단에 포함되면서 유가족은 “책임 주체가 스스로 사고를 조사하는 셀프 조사에 불과하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유가족 대표단과 광주지방변호사회 법률지원단은 지난 4일 무안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항 시설물 설치와 관리가 이번 참사의 원인 중 하나라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책임 주체인 국토부가 진상규명을 전담할 조사위원회 구성까지 도맡아 추진 중이다”며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조사 기구 설치를 촉구했다.

유가족들은 또 “조사위원장은 전 국토부 관료 출신이며 상임위원은 현직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국토부의 역할 배제를 요구했다.

이어 “이는 결국 국토부가 이번 항공참사의 책임자가 아닌지 논의되는 가운데 셀프 조사를 하는 셈이다”며 “중립성과 독립성이 보장되는 별도 조사기구를 설치하거나 최소한 위원장과 상임위원은 조사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항공·철도 사고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조사절차에서 유가족들의 참여와 의견 개진도 필수”라며 “(이밖에) 유가족단체나 시민사회가 추천한 전문가를 조사위원회와 조사단에 포함하는 등의 방식으로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조사위는 국토부 장관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조사위가 국토부 산하 조직이라는 구조적 한계와 현직 관계자가 상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사 과정과 최종보고서 심의에 국토부 의견이 개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6일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조사위 항공 분과 소속으로는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이 상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장만희 조사위원장은 전 국토부 항공교통본부장, 항공조사팀장도 국토부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위의 독립성 문제가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아시아나 여객기 사고 당시 해당 사안이 주목을 받으면서 국회에서 관련 개정안 논의가 이뤄졌다. 그간 국회에서는 사조위 위원 중 상임위원 2명이 국토부 실·국장을 돼 있어 위원회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구성이 새로운 대책으로 강구되는 상황에서 국토부 산하 조사위가 진상규명을 주도하더라도 외부 전문가를 포함해 공정성을 확보하고, 조사 과정 유족에게 공유하는 방식으로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민병로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모두 사고 원인과 진상규명, 피해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혼란과 갈등이 장기화 된 바가 있다”며 “현재 조사위의 진상규명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특별법 제정 및 복잡한 절차가 따르는 특조위 구성을 논의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현재로서는 조사위에 힘을 실어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급선무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가족의 추천을 받은 외부 전문 인력을 조사위에 포함해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국토부는 유족들의 신뢰를 구축하는 방안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사위는 무안공항 활주로를 14일 오전 5시까지 잠정 폐쇄하고 격납고 내에서 엔진, 조종석 상부 패널 등 그간 이송한 주요 부품에 대해 정밀 조사를 추진 중이나 유족 측의 성명서 발표 이후 외부 전문가 유입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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