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장애인 e스포츠팀' 광주·전남 출신 선수 3명 입단
롤·카트라이더 등 3명 프로 등극
쿠팡 소속 하루 4시간 재택 연습
상여금 등 복지혜택 직원과 동일
부모가 코치자격증 따는 등 '노력'
입력 : 2025. 01. 07(화) 18:08
쿠팡 소속 장애인 e스포츠 선수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홍지석 선수 제공
광주장애인e스포츠단 ‘e루다(전 무등)’에서 활동 중인 선수들이 지역 최초로 직장인e스포츠단에 선발돼 프로로서 지원을 받게 됐다. 부모들이 코치 자격증을 따 직접 교육하는 등 어렵게 운영해 왔던 장애인e스포츠인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7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유통업체 ‘쿠팡’이 장애인e스포츠 직무를 신설하고 지난달 프로선수 9명(발달장애·뇌병변장애·안면장애 등)을 선발했다. 2019년 장애인선수단을 창단해 장애인 체육인들의 훈련을 지원해 온 쿠팡은 지난해 10월 장애인 e스포츠까지 지원 분야를 확대, 전국 모집에 나섰다. 지역에서는 총 3명(광주2명·전남1명)의 선수가 합격했다.

합격자들은 모두 ‘e루다(e스포츠로 꿈을 이루다)’ 소속생으로, e루다는 광주장애인e스포츠선수단 ‘무등’과 전남 장애인e스포츠 선수들이 주축이 돼 지난해 1월 꾸려졌다. 그간 매주 월·수 광주e스포츠교육원에서 대회출전·프로데뷔 등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이들은 올해부터 모든 대회에 쿠팡 소속으로 출전하게 된다. 종목은 리그오브레전드·FC온라인·카트라이더 드리프트·철권 등 다양하다.

연습은 장애 유형 별 전문 보호사가 있어야 한다는 특수성을 인정, 재택근무를 원칙으로 ‘주 4일 하루 4시간(주종목 3시간·부종목 1시간)’으로 정했다. 4대 보험은 물론 명절 상여금 등 다른 쿠팡 직원과 동일한 복리후생이 제공된다. 월급은 100만원으로 책정됐다.
장애인e스포츠선수단이 획득한 메달과 부모들이 딴 코치, 심판 자격증 모습. 정성현 기자
합격 소식을 들은 e루다 팀은 ‘노력의 결과’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특히 e루다 선수들의 부모들은 지역 내 장애인e스포츠 지도자 등의 부재로 ‘대한장애인e스포츠연맹 e스포츠 감독·심판 자격증’을 따 훈련을 직접 지도하기도 했다.

이혜영 e루다 대표(광주장애인e스포츠부모회장)는 “지금까지 학부모들이 자녀의 미래를 위해 코치·심판 자격증도 따고 했지만 종목 및 지역적 한계에 부딪혀 어려움이 많았다”며 “생각보다 많은 장애인들이 ‘프로게이머’를 꿈꾼다. 이번 기회를 통해 지역사회의 관심과 협력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평생의 소원’을 이룬 선수들의 포부도 남다르다.

홍지석(쿠팡·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이머는 “중학생 때부터 프로선수를 꿈꿨다. 이번 쿠팡 선발을 위해 홀로 금요일 마다 추가 연습을 하기도 했다. 꿈을 이뤄 너무 행복하다”며 “장애인들에게 e스포츠는 장벽이 없는 유일한 스포츠다. 많은 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본보기가 되고 싶다. ‘장애인계의 페이커’가 될 수 있도록 치열하게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광주e스포츠교육원에서 장애인들을 관리·교육하고 있는 박욱 남구 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장애인들은 성인이 된 이후 고정적인 수입을 얻는 직장을 구하기 쉽지 않다. 그간 e스포츠라는 매개체로 프로선수를 준비하던 지역 선수들이 실제 채용 돼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될 것 같다”며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조만간 패럴림픽·아시안패러게임 등에서도 (채택 등) 적절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 내 e스포츠 인재들이 정말 많은데, 지자체에서 지원 등 경쟁력을 강화해 ‘장애인e스포츠도시’로 도약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쿠팡은 오는 2~3월 중으로 한번 더 장애인 e스포츠 선수 채용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네이버 등도 조만간 ‘장애인e스포츠 직무 신설(가제)’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e스포츠교육원에서 학부모 및 코치들이 e루다 훈련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정성현 기자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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