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 무기수 김신혜(48)씨가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제1형사부(지원장 박현수)는 6일 존속살해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은 김씨의 재심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가 구속된 지 25년, 재심 개시가 결정된 지 10년여 만이다.

김씨는 지난 2000년 3월 완도에서 수면제 30여알을 양주에 타서 건네는 방법으로 아버지(당시 52세)를 살해한 뒤 완도군 정도리 인적이 드문 버스정류장 인근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보험설계사로 일했던 김씨가 범행 직전 아버지 앞으로 거액의 보험을 들고 보험금을 편취하기 위해 고의로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판단했다.

교도소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던 김씨는 재심 재판을 신청했고 법원은 ‘경찰의 강압 수사·불법 행위’ 등을 이유로 지난 2015년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김씨가 수사기관에서 스스로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자백한 진술조서를 부인하고 있어 해당 증거의 효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다른 동기로 허위 자백했을 가능성도 있고 자백을 들은 친척과 경찰관들의 진술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봤다.

김씨가 건넨 다량의 수면제 때문에 사망했다는 것도 명확하지 않다고 봤다. 사망 당시 피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303%였던 것을 고려하면 독립적인 사망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범행 직전 김씨는 친구들과 약속을 잡았는데 시체 유기가 가능한 시간 등을 고려했다면 범행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계획적 살인을 저지른 사람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김씨가 동생들을 이용해 허위 진술을 교사하고 김씨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은 분명 있지만, 이런 정황만으로 유죄로 단정지을 순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