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세월호·이태원참사 가족들 "비극적인 사고 재발 방지, 안전사회 조성을"
참사 피해가족 장동원·김영백씨
제주항공참사 끔찍한 기억 상기
대형 참사 반복에 '좌절감' 호소
여전한 '2차가해' 수사·엄벌 촉구
"철저한 규명과 사고예방 나서야"
입력 : 2025. 01. 07(화) 18:53
지난 3일 오후 무안국제공항에서 이정민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준명 기자
“같은 아픔과 고통을 겪고 있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지난 연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세월호·이태원 참사 가족들은 이번 사고로 큰 고통을 받는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들은 이번 사고가 단순한 비극으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면서 사고 재발 방지와 안전 사회 조성을 강조했다.
장동원 세월호 가족 협의회 팀장. 본인 제공
7일 오전 만난 장동원 세월호가족협의회 총괄팀장은 지난 연말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고 모습을 지켜보면서 세월호 참사의 기억이 떠올라 가슴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장 팀장은 “사고가 발생한 순간, 다시 11년 전 세월호 참사가 떠오르며 가슴이 먹먹해지고 숨이 쉬어지지 않더라”며 “협의회 회원 대부분이 같은 경험을 했다고 한다. 당시 큰 충격으로 입은 심리적 외상에 따른 후유증이 발현한 것”이라고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이번 사고 직후 정확하지 않은 뉴스 정보와 당국의 브리핑은 그의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당시 단원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그의 딸 장애진씨는 사고 직후 구조됐지만, 사망자 명단에 있었고 두 번의 정정 끝에 생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정보가 정확하지 않거나 지연되면 유가족들의 고통은 배가된다. 그날도 사고 발생 직후부터 계속해서 잘못된 보도와 불확실한 정보들이 난무했다”며 “그때의 혼란과 괴로움이 떠올라 큰 고통을 느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회사를 그만두고 안전 사회 조성을 위해 활동해 온 장 팀장은 그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년에 한 번꼴로 대형 참사가 발생하는 현실에 큰 좌절감을 느꼈다.

장 팀장은 “정부 당국의 각종 사고 예방에 대한 매뉴얼 부재가 여실히 드러났다. 이번에도 결국 참사가 발생해서야 원인을 규명하며 후속 조처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사회적참사특조위’ 등 참사 재발을 막고자 해왔던 노력이 물거품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희생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2차 가해가 여전히 만연한 것에 대해서도 큰 우려를 표하며, 이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장 팀장은 “제주항공 참사가 제대로 수습도 안 된 상황에서 지역과 유가족을 모욕하는 이들에게 분노를 느낀다”며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비슷한 모욕을 겪었다. 이는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에게 두 번 상처 입히는 일이 될 것이다. 강력한 수사를 통해 엄벌에 처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장 팀장은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표하며, 사고 원인 조사 및 규명까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돕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그는 “대형 참사를 겪은 유가족들의 고통스러운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고, 이들의 마음이 치유되는 데까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며 “이러한 참사가 절대 재발하지 않도록, 체계적인 대응과 제도적 개선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백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광주전남지부장. 본인 제공
같은 날 오후 만난 김영백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광주전남지부장 역시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참사를 기억하고, 진상을 규명해서 책임을 물어야 이런 대형 참사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지부장은 이태원참사 당시 사랑하는 아들을 떠나보냈다. 그의 아들 고(故) 김재강씨는 당시 병역을 마치고, 서울에 있는 기업에서 일하던 젊은 신입사원이었다.

김 지부장은 “장례를 치르기 위해 아들의 시신을 앞에 두고 구급차로 서울에서 광주로 오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며 “한참 지나 겨우 분향소를 차렸는데 극우단체들의 2차 가해로 유가족들이 구급차로 실어 나가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며 당시의 아픔을 상기했다.

그는 유가족의 입장에서 진정한 위로는 사고에 대한 철저한 원인규명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지부장은 “이번 참사의 진실 규명을 통해 책임이 있는 자들은 사과하고, 그에 걸맞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것만이 유가족 입장 진정한 위로일 것”이라며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절대 치유되지 않는다. 지금도 마음과 몸이 안정되지 않아 약을 먹으며 간신히 버티며 생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같은 아픔을 갖고 있는 제주항공 유가족들에 대한 심심한 위로와 애도의 말씀을 전한다. 많이 어렵겠지만 힘든 부분과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한편 지난 1일 4·16 세월호가족협의회 30여명이 무안국제공항 합동분향소를 찾은 데 이어. 3일에는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20여명이 무안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
사회일반 최신뉴스더보기

기사 목록

전남일보 PC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