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어느 법관의 삶
김성수 논설위원
입력 : 2025. 04. 08(화) 17:43

모두 입을 모아 ‘어른 없는 시대’라 말한다. ‘어른 같은 어른’은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 한탄스럽다. 일명 꼰대만 가득한 시대에 진정한 어른은 없을까? 몇년 전 개봉했던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가 새삼 화제다. 경남 진주에서 60년 동안 한약방을 지킨 한약사 김장하 선생의 일대기다. 100억원이 넘는 사비로 학교를 세우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자신의 부를 나누는 데 주저하지 않던 주인공의 삶은 ‘꼰대 시대’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김장하 선생의 후원으로 성장했던 한 청년 역시 ‘좋은 어른’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자신이 고등학교 2학년 때 김장하 선생을 만나 대학교 마칠 때까지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고 덕분에 학업을 무사히 마쳤다”고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장면은 영화 ‘어른 김장하’에서도 볼 수 있다. 바로 ‘김장하 장학생’인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이야기이다.
그는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선고에서 파면을 선고했다.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마지막 주문은 사회·경제·정치·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했던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모든 절차가 일단락됐다. 비상계엄 122일 만에 다시 보통의 일상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특히 헌재의 8대 0 전원 일치 결정을 내리면서도 오랜 시간이 걸렸던 이유는 두 쪽으로 갈라진 우리 사회를 어떻게 설득하면 될지 고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갓 사법고시를 합격해 감사 인사를 한자리에서 “갚아야 한다면 사회에 갚으라”던 선생의 말을 평생 잊지 않았던 청년의 마지막 재판은, 우리 민주주의를 제자리로 돌려놓은 역사적인 판결로 평가받게 됐다.
그도 역시 평생 청렴함을 지키며 묵묵히 법관의 길을 걸어왔다. 탄핵 국면에서 문 대행은 6년 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평균인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발언이 큰 관심을 받았다. 김 선생이 베푼 선한 영향력이 그의 삶의 좌표가 된 셈이다. 청문회 당시 “다른 헌재 재판관들 재산은 평균 20억원인데, 문형배 재판관 재산이 4억원에 못 미치는 이유는 평균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다짐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행은 오는 18일 퇴임한다. 문 대행은 공직 생활이 끝나더라도 영리를 위해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는 법관으로써 자유와 평등, 차별을 없애기 위해 헌신했다. 그는 법복을 벗기 전 마지막으로 탄핵 찬반 갈등으로 분열된 대한민국을 다시 연결하기 위해 애썼다. 사회에 대갚음하라는 김 선생의 뜻을 다른 방식으로 몸소 실천하고 있다. ‘어른 같은 어른’이 그리운 우리사회에서 그의 퇴임은 아쉽다. 퇴직 후 ‘평균인의 삶’을 살아갈 그를 응원한다. 김성수 논설위원
김장하 선생의 후원으로 성장했던 한 청년 역시 ‘좋은 어른’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자신이 고등학교 2학년 때 김장하 선생을 만나 대학교 마칠 때까지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고 덕분에 학업을 무사히 마쳤다”고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장면은 영화 ‘어른 김장하’에서도 볼 수 있다. 바로 ‘김장하 장학생’인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이야기이다.
그는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선고에서 파면을 선고했다.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마지막 주문은 사회·경제·정치·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했던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모든 절차가 일단락됐다. 비상계엄 122일 만에 다시 보통의 일상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특히 헌재의 8대 0 전원 일치 결정을 내리면서도 오랜 시간이 걸렸던 이유는 두 쪽으로 갈라진 우리 사회를 어떻게 설득하면 될지 고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갓 사법고시를 합격해 감사 인사를 한자리에서 “갚아야 한다면 사회에 갚으라”던 선생의 말을 평생 잊지 않았던 청년의 마지막 재판은, 우리 민주주의를 제자리로 돌려놓은 역사적인 판결로 평가받게 됐다.
그도 역시 평생 청렴함을 지키며 묵묵히 법관의 길을 걸어왔다. 탄핵 국면에서 문 대행은 6년 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평균인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발언이 큰 관심을 받았다. 김 선생이 베푼 선한 영향력이 그의 삶의 좌표가 된 셈이다. 청문회 당시 “다른 헌재 재판관들 재산은 평균 20억원인데, 문형배 재판관 재산이 4억원에 못 미치는 이유는 평균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다짐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행은 오는 18일 퇴임한다. 문 대행은 공직 생활이 끝나더라도 영리를 위해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는 법관으로써 자유와 평등, 차별을 없애기 위해 헌신했다. 그는 법복을 벗기 전 마지막으로 탄핵 찬반 갈등으로 분열된 대한민국을 다시 연결하기 위해 애썼다. 사회에 대갚음하라는 김 선생의 뜻을 다른 방식으로 몸소 실천하고 있다. ‘어른 같은 어른’이 그리운 우리사회에서 그의 퇴임은 아쉽다. 퇴직 후 ‘평균인의 삶’을 살아갈 그를 응원한다. 김성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