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하나로마트서 수입과일 판매…지역 농가 '반발'
임자농협·신안농협, 수입 바나나·키위 유통
50㎞이내 생산 농수산물 유통 규정 어긋나
국산 바나나 생산 지역농가들 원성 잇따라
전남농협 “주기적인 현지 점검 나서겠다”
입력 : 2025. 01. 16(목) 13:44
신안군 임자농협하나로마트에 뉴질랜드산 키위가 판매되고 있다
신안지역 하나로마트에서 수입 과일과 농산물들이 판매되고 있어 지역 생산농가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에서는 바나나 등 15개 품목에 대한 수입농산물 판매가 금지돼있지만 신안 2곳의 하나로마트에서는 일부 수입 과일을 판매하고 있어서다.

신안농협하나로마트 로컬푸드직매장
●골드키위·석류 등 수입산 과일 판매
지난 13일 찾은 신안군 임자면 임자로 123 임자농협하나로마트 상품판매대에는 ‘골드키위 원산지 뉴질랜드’, ‘석류 원산지 미국’ 가격표가 붙여진 과일들이 진열돼 있었다.

농협중앙회 내부 매뉴얼에 따르면 수입농산물 판매금지 규정에는 △바나나, 오렌지, 파인애플, 키위, 레몬 등 열매·과실류 △쌀, 보리를 포함하는 곡류 △고추, 당근, 양배추 채소류 등 15개 품목에 대한 판매를 하지 못하게돼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수입산 골드키위, 석류 등을 판매하는 이유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위해서라는 게 임자농협하나로마트 측의 입장이다.
임자농협하나로마트 관계자는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늘어나면서 키위, 석류 등을 찾고 있다”며 “임자농협하나로마트를 찾는 고객을 위해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지역농가와 상생’ 로컬푸드 매장 취지 무색
신안군 암태면에 위치한 신안농협하나로마트에서도 별도로 운영중인 로컬푸드 구역에 수입산 바나나, 파인애플, 레몬 등을 진열해 판매하고 있다. 바로 옆 판매대에는 ‘원산지 인도, 파키스탄’이라고 쓰여있는 볶음참깨 제품도 놓여있었다.

로컬푸드는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 농수산물로 반경 50㎞ 이내에서 생산된 농수산 상품을 일컫는다.
생산지와 소비자 간 배송 거리 및 유통 단계를 줄여 식품의 신선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로컬푸드 구역에 제품이 유통되기까지 과정은 농업인이 생산한 농산물을 수확, 포장, 가격결정, 직매장 내 진열, 재고관리 등을 직접 수행해 판매하는 직거래 방식이다.
하지만 신안농협하나로마트 로컬푸드구역에는 수입 과일과 농산물이 판매되고 있다.

지역민들은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수입산 과일·농산물이 판매되는 것에 대해 ‘운영 취지에 맞지 않다’는 반응이다.
소비자 A(암태면·52)씨는 “친환경 유기농 방식으로 지역 농가들이 직접 재배한 농수산물을 믿고 구매할 수 있어 로컬푸드만을 이용하고 있다. 지역 농가와 상생하기 위한 매장에 수입산 과일을 왜 판매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계절근로자 등을 배려하기 위한 판매의도는 이해할 수 있으나 이윤 추구에 급급해 수입 농산물 마저 판매하는 것을 보니 앞으로 국산품이 설 자리가 줄어들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로컬푸드구역의 수입산 과일 품목 가운데 바나나 판매를 놓고 지역 농가들의 반발도 잇따랐다.
신안군이 2023년부터 임대방식으로 운영하는 암태면 청년임대농장에서 4곳의 농가들이 국산 바나나를 생산하고 있으며 신안농협하나로마트로부터 반경 50㎞이내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암태면 청년임대농가 B씨는 “겨울철이어도 실내 최저온도를 20도로 유지해 2개월간 후숙과정을 거치면 상품화가 가능하다. 지난해 7.2톤이 출하됐고 마땅한 판로가 없어 지역 부녀회, 마을 직거래 유통 방식으로 1손에 5000원~7000원에 거래된게 전부다”며 “농장과 신안농협하나로마트 매장 거리도 50㎞ 이내로 납품조건에 충족된다. 지역농민과 함께 상생하겠다는 농협이 수입산 과일을 판매하는 행위는 농민을 배신한 행위나 마찬가지다”고 울분을 토했다.

로컬푸드 구역 매장은 지역 농민들에게 직접 수익을 돌려주기 때문에 농민 소득을 증가시켜 농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현재 전남에는 총 118곳의 하나로마트에 로컬푸드 구역이 운영중이다.
농협전남본부는 하나로마트의 수입산 과일·농산물 판매에 대해 집중 관리 감독에 나설 방침이다.

농협전남본부 농촌지원단 관계자는 “설 대목을 앞두고 상품 재고가 쌓이고 판매대가 협소해 로컬푸드 구역 판매대에 임시로 상품을 진열해 뒀다. 농협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대체할 수 있는 품목들을 발굴해 나가겠다”며 “브랜드 관리와 소비자 신뢰 제고를 위해 주기적으로 하나로마트 담당자 교육, 현지 점검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신안=홍일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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