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광장·정상연>2025년, 소망을 희망으로 꽃피우자
정상연 전남과학대 겸임교수·문화학박사
입력 : 2025. 01. 06(월) 18:16
정상연 전남과학대 겸임교수
참으로 참담하고 안타까운 시간을 뒤로하고 또 새로운 한 해를 맞이했다.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종종 잊어버릴 때가 있다. 어제의 삶이 오늘도 연속되고 있음을 당연한 것으로, 또 나의 시간은 영원할 것으로 믿는다. 본인의 시간만은 계속될 것이라 착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일 년을 365일로 나눈다. 이는 지구가 자전하면서 태양을 완전하게 한 바퀴 도는 것을 뜻한다. 생명의 근원인 시·공간에서 출발한 365라는 숫자는 태양력(太陽曆)을 기반으로 1582년에 교황 ‘그레고리오 13세(Gregorius XIII, 1502~1585)’에 의한 결과물이다. 숫자 1에서부터 시작되는 365일은 단순한 시간 단위라기보다는 생명의 신비로움이다. 그 때문에 1월 1일은 어제에 이어진 시간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고 있고, 그날 우리는 서로에게 송구영신(送舊迎新)과 근하신년(謹賀新年)을 덕담으로 새로운 소망을 기원한다.

소망(所望)은 ‘어떤 일을 이루고자 바라는 마음’이다. 이는 우리의 삶의 의미와 간절한 바람을 담아내는 희망을 뜻하는 것이다. 2025년을 맞이하는 국민들의 소망은, ‘정의로운 사회와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가 첫 번째였고, 두 번째는 ‘가족의 건강과 팍팍한 살림살이에 대한 염려, 그리고 경제 회복’이었다.

우리는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말로 한 해를 마무리하곤 한다. 하지만 지난해의 아픔들을 단순한 말 한마디와 단어 하나로 가름하기에는 너무나 큰 상처를 남기고 있다. 인간성을 파괴하는 처참한 전쟁의 참상은 세계 도처에서 계속되고 있고 분쟁과 갈등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나 국내에서는 몇몇 오만한 군상들의 모습에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의 자괴감을 느낀다. 지난 12월 3일 불법 계엄이후 나라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헌정 사상 최초 현직 대통령 출국금지, 체포영장발부 등 있을 수 없는 일들이 현실이 되었고 현재도 진행 중이며 당분간은 계속될 전망이다.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몰염치한 그들에겐 최소한의 품위도 없고 염치도 없어 보인다.

또한,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온 국민의 애간장(애肝腸)을 태우며 비통함을 남겼다. 179명 사망, 2명 생존. 안타까운 희생자 개개인의 사연들은 오열하는 유가족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을 눈물 흘리게 했다. 이어진 사건들로 인해 국격이 떨어지고 침체가 깊어지던 경제는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참으로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매년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세계행복보고서’(WHR)를 발표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를 핀란드로 꼽는다. 연속 7년째 1위에 오른 것이다. 이 보고서는 갤럽 세계여론조사(GWP)가 세계 각국에서 실시하는 주관적 안녕(SWB)에 관한 데이터를 분석한 것인데, 핀란드 국민들은 ‘국가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첫 번째 행복의 덕목으로 믿고 있었다. 혹시나 오늘, 아니면 내일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나와 내 가정에 대한 사회적 연대에 확고한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국가가 나를 지켜줄 거라는 믿음은 사라지고 각자도생을 부르짖는 사회가 되었다.

세계 GDP 10위, 경제 대국 우리 대한민국의 오늘의 안녕은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정치적 대립과 이념의 갈등으로 인한 그들만의 리그(league)에서 지금의 대한민국은 아파하고 있다. 문화와 사회전반에 미치는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식을 저버린 몰지각한 정치 행위에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 민족이 가진 국난극복의 DNA를 믿으며 소망의 꽃씨를 뿌려 본다. 오늘의 소망을 내일의 희망으로 꽃을 피우는 것이다. ‘절망 없는 희망도 없다.’라는 알베르 카뮈(A. Camus, 1913~1960)의 말처럼 우리는 이 어려운 역경을 잘 이겨낼 것이다. 자라나는 미래 세대를 위해서 반드시 이겨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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