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괴물 산불의 교훈
김성수 논설위원
입력 : 2025. 04. 01(화) 17:38
‘치유 불가능.’

1901년 한국을 방문한 독일 지리학자 겸 기자 지그프리트 겐테가 쓴 저서 ‘신선한 나라 조선 1901’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는 서울을 매력적인 도시라고 묘사하면서도 “나무 하나 없는 산봉우리가 사납게 내려다보는 모습은 암담하고 황폐하다”고 안타까워했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는 흔히 흰색과 붉은색으로 표현됐다. 나무 한그루 없는 붉은 땅에서 흰옷을 입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당시 황폐한 산림은 육안으로 보기에만 비참한 것이 아니라 그 땅을 터전으로 사는 국민들의 삶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비가 조금만 와도 홍수가 발생했고, 반대로 조금만 가물어도 하천과 강이 순식간에 마르면서 시도 때도 없이 흉년이 찾아왔다.

‘산림녹화.’

대한민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산림강국이다. UN은 1982년 FAO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산림복구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라고 했다. 전 세계 환경정책의 대부라 불리는 레스터 브라운은 자신의 저서 ‘플랜B 2.0’을 통해 “한국의 산림녹화는 세계적 성공작”이라며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치산녹화 10개년 계획 수립 이후 새마을운동을 통해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산림녹화를 추진한 당시 박정희 정부의 결단력과 현신규 박사를 비롯한 대한민국 산림녹화의 선각자들, 그리고 산림녹화는 곧 내 고장 살리기라는 것을 공감하고 녹화조림에 열과 성의를 다한 국민 등 민둥산의 가난한 나라가 세계가 부러워하는 산림강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인간승리의 역사였다.

‘괴물 산불.’

올해 봄, 건조한 바람을 타고 한반도의 동부권을 중심으로 ‘최악의 산불’이 발생했다. 언론은 일제히 ‘괴물 산불’이라고 칭했다. 인명피해만 사망자 30명을 포함해 모두 7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산불 피해 영향구역은 총 4만 8000여㏊(헥타르)로 추산됐다. 서울 면적(6만 523㏊)의 약 80%에 해당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산불 발생 때마다 임도(숲길) 부족, 우왕좌왕 대피 체계, 부족한 장비와 인력, 관리가 안 돼 불쏘시개로 전락한 숲은 산불 피해를 키운 주원인으로 지적됐다. 이번 산불 역시 항상 존재했지만 개선되지 않은 기존 산불 대책의 많은 허점들이 재확인됐다. 가속화 된 기후변화에 대형 산불 위험도 더욱 커지고 있다. 한강의 기적보다 더 놀라웠던 ‘산림 녹화 ’기적은 대한민국의 자존심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산림 피해가 상시화, 규모화되고 있다. 앞으로 산림은 취악한 소나무 위주에서 다양성을 높이고 경제성까지 기대할 수 있는 제2의 산림녹화 계획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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