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공평한 글로벌 발전·안보 위한 다자주의 강화’ 주제
<63>2024 러시아 카잔 브릭스 정상회담의 의미와 전망
러시아 카잔 브릭스 정상회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푸틴 대통령의 승리 시간
브릭스는 정치 대화·경제 협력 플랫폼… 비공식 국가 간 신흥경제국 협의체 그룹
신개발은행 총재, 미국 금융 기관에 대한 의존으로 인해 국가 경제 통제권 박탈
BRICS 미국 주도 단극 세계 헤게모니 거부… 반서방적 플랫폼 모색하진 않을 듯
입력 : 2024. 10. 24(목) 16:23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16차 브릭스 정상회담의 틀 내에서 브릭스 국가 대표단이 확대회의를 하고 있다.카잔 브릭스 정상회담 사이트
제16차 러시아 카잔 브릭스(BRICS) 정상회담은 2024년 10월 22일부터 24일까지 열린다. 정상회담에는 36개 국가와 6개 국제기구가 대표로 참석했으며, 주제는 ‘공평한 글로벌 발전과 안보를 위한 다자주의 강화’였다. 10월 23일 브릭스 지도자들은 최종 카잔 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의 핵심 내용은 ‘보다 공정하고 민주적인 세계질서를 위한 다자주의 강화’, ‘세계 및 지역의 안정과 안보를 위한 협력 강화’, ‘공정한 글로벌 발전을 위한 금융 및 경제 협력 심화’, ‘사회·경제적 발전을 위한 인도적 교류 확대’에 관한 것이다.

이번 회담은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불구하고 점점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브릭스 정상회담 의장국을 맡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승리 시간이 될 것이며, 러시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외교정책 행사가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본격적인 특별군사 작전이 시작되면서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서방의 모든 시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국제적인 버림받은 나라가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브릭스 국가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으로 역할을 해 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으로 인한 지정학적 혼란과 최근 몇 년간 중국과 미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도 브릭스 가입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이 그룹을 향후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유용한 메커니즘으로 보고 있다.

브릭스는 러시아의 주도로 2006년 창설된 정치 대화와 경제 협력 플랫폼으로 비공식 국가 간 신흥경제국 협의체 그룹이다. 공동 창립자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으로 영어 약어 BRIC가 형성되었다.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가 2001년에 BRIC라는 약어를 만들었다. 이는 풍부한 광물 매장량, 많은 인구 및 어느 정도 민첩성을 갖춘 빠르게 발전하는 흥미로운 국가 그룹에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었다. 2011년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가입했을 때 이 기구는 BRICS라고 불렸다. 2023년에 이집트, 이란,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에티오피아가 가입한 이후에도 BRICS라는 이름은 유지되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BRICS+라고 불리는 경우가 많다. 튀르키예, 아제르바이잔, 말레이시아, 태국이 공식적으로 BRICS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10월 8일 쿠바가 브릭스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브릭스 의장국인 러시아에 공식 전달했다. 그리고 최근 러시아에서 열린 BRICS 대화에는 베트남, 쿠바, 베네수엘라, 튀르키예, 라오스,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카자흐스탄도 참석했다. BRICS의 추가 확장은 인도네시아와 같은 개발도상국을 포함해 40개 이상의 국가가 가입에 관심을 표명하면서 앞으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의 브릭스 가입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와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 서방 강대국의 통제를 받고 있는 주요 기관에 대해 점점 더 커지는 개혁 요구 불만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의장직의 일환으로 200개 이상의 정치, 경제, 사회 행사를 조직한다. 푸틴 대통령은 “브릭스는 신흥 다극 세계 질서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이다”라고 했다. 문서에 따르면 “브릭스 국가 참가자들은 정보 자원을 통해 국제법과 평등, 주권 존중, 내정 불간섭, 불가분의 안보 원칙에 기초한 공정하고 평등한 다극 세계 질서 구축에 기여할 것이다”라고 쓰여있다.

브릭스 10개국은 지구 인구의 45%,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36%를 차지한다. 즉, G7이라고 부르는 부유한 국가 그룹보다 GDP가 더 높다. 인구는 36억 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에 해당한다. 이들 국가는 세계 석유 생산량의 40% 이상, 세계 천연가스 생산량의 36%, 세계 상품 수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이 그룹은 전략금속 카르텔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원 지배력을 따지면 브릭스 국가들은 확장 이전에도 세계 희토류 광물 매장량의 72.5%를 장악했다. 정제된 광물의 거의 85%가 BRICS 국가에서 채굴된다. 희토류 매장량을 관리한다는 것은 현대 산업 4.0 혁명을 주도하는 자원을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희토류 원소가 현대 첨단 무기, 전기 자동차, 회로 기판, 휴대폰 등에 사용된다. 이러한 잠재력을 지닌 브릭스는 세계 경제의 세력균형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

이 그룹은 본질적으로 비블록적이며 제3자를 겨냥하지 않는다. 그룹의 목표는 회원국 간의 포괄적인 협력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BRICS 회원국은 경제, 문화, 과학 및 기술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상호 작용한다. 상설 본부나 사무국은 없으며, 정상회담을 주최하는 국가가 의장직과 활동 조정을 수행한다.

첫째, 브릭스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BRICS가 서방의 대안 정치적 연합으로 등장한 것은 미국이 이끄는 질서의 불평등과 불의에 대한 진심 어린 불만을 반영한 것이다. 브릭스에 대한 관심은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촉발됐다. 미국은 이를 막지 못했으며 이는 브레턴우즈 제도의 무능함을 입증했다. 당시 중국은 지속적인 성장을 경험하고 있는 반면, 서방 경제는 엄청난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다. 이로 인해 글로벌 경제력과 책임을 재분배하고 부분적으로 이를 서방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이러한 요구를 한 가장 대표적인 그룹이 바로 브릭스였다. 지금까지 브릭스의 미래를 설계하는 내부 논의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2014년 브릭스는 기존 국제기구를 보완하고 금융안전망을 형성하기 위해 신개발은행(NDB) 창설을 발표했다. 회원들이 단기적인 어려움을 겪을 경우를 대비해 유동성을 제공했다. NDB는 세계은행과 IMF를 대체하거나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해야 했다. 2016년에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 탄생했다. 중국인민은행은 위안화의 국제화 정책을 추진해 왔으며, 위안화의 국제 유동성을 강화하기 위해 무역에 중국 통화를 사용하고 다른 중앙은행과의 통화 스와프를 점점 더 많이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은 위안화를 IMF 특별인출권 바스켓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위안화는 세계 유일의 비전환성 글로벌 기축통화가 됐다. NDB를 통해 행동하고, 양자 무역에서 현지 통화를 사용하려는 계획을 통해 국가 준비 통화를 통합함으로써 BRICS는 현재 세계 질서에서 중국의 비중과 영향력을 강화하는 다자간 기관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무력 충돌이 발발하고,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서방의 조율된 제재 조치가 도입된 후, 러시아는 2015년 브릭스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이를 통해 러시아는 국가가 고립되지 않았으며 G-8에서 러시아가 추방되면서도 G-7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려고 했다. BRICS가 미국 헤게모니로부터의 구원이 될 수 있다는 느낌은 2022년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군사작전이 시작되면서 더욱 강화되고 자신감이 커졌다.

둘째, 브릭스는 군사적인 길과 경제 협력의 길에서 어느 길을 갈 것인가? BRICS 회원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단극 세계의 헤게모니를 거부하면서도 다극 세계가 반서방적 플랫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오히려 NATO 회원국 튀르키예, 미국과 유럽도 동등한 파트너로서 다극화 세계에서 참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룹의 모든 회원 중에서 러시아만이 현재 서방과 직접 대결하고 있다. 이것이 중요한 사항이다. BRICS 국가들이 경제 분야 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군사 블록으로는 전환되지 않을 것이다. 브릭스는 세계 경제와 서방이 주도하는 국제체제를 다극화 질서로 전환하는 중요한 비서방 플랫폼 중 하나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 전문가들은 이 그룹을 ‘남반구의 NATO’라고 부르고 있다. 특히 그들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NATO 동맹에 대한 푸틴의 반항적인 태도에 영감을 받은 이 그룹은 군사화되고 있다고 한다. 과연 이들은 반미 연합인 남반구의 NATO가 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그룹에 속한 국가들은 결정적인 군사적 우위를 향한 길을 가지 않겠다고 한다.

한편, BRICS는 그동안 가장 큰 경제 중심지 중 하나로 경제 협력의 길을 갈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국제 금융 거래에서 달러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서방에 맞서 싸우고자 한다. 그는 “BRICS 국가와의 협력의 일환으로 우리는 모든 대외 무역에 대한 효율적이고 독립적인 서비스를 위한 조건을 조성할 자체 지불 및 결제 회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BRICS 회원국들은 중앙은행 간 금융 정보 교환을 개발하느라 바쁘다. 이것은 국제 결제를 제공하는 SWIFT와 유사할 것이다. 단일 BRICS 통화 문제는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그동안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압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 대체 금융 및 기술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는 BRICS를 통한 다자주의 심화의 최적 경로로 보인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 통화 사용을 줄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에 반러 제재가 달러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촉구했다.

더불어 BRICS는 현재의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마수드 페제쉬키안 이란 대통령은 회원국들에게 미국 달러와 독립된 상업 결제 시스템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딜마 호세프 브릭스 신개발은행 총재는 “미국은 통화 및 금융 정책을 다른 나라에 투사하여 그들이 국가 경제에 대한 통제권을 박탈한다. 달러가 사람들의 생활 조건을 변화시키는 무기로 사용된다는 사실로 인해 복잡한 지정학적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으며 이는 국제 시스템, 신뢰 및 통합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라고 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도 달러를 정치적 목적의 무기로 사용한 것은 큰 실수라고 말했다. 물론 BRICS 내 협력은 달러나 다른 통화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차원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디지털 화폐가 BRICS 내 투자 과정에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셋째, 앞으로 브릭스 그룹의 전망은 어떠한가? 브릭스는 다극화의 상징이다. 새로운 세계 질서 때문에 점점 더 많은 국가가 BRICS에 가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브릭스 조직의 확장에는 경제적, 지정학적이라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지정학적 권력 중심이 시장 경제가 발전하는 국가로 이동이다. 즉, 다극성...그리고 시장이다.

러시아 카잔 정상회담은 브릭스의 확장형 회의가 될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 협의체를 확장하고 국제무대에서 역할을 높이려는 적극적인 시도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그룹은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 모든 국가가 시진핑과 푸틴의 반서방적 의제를 공유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같은 입장이지만, 브라질과 인도는 여전히 현재의 국제 시스템을 침해하지 않고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에만 국한되기를 원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지도부는 계속해서 비동맹 정책을 견지하고 한편으로는 서방, 다른 한편으로는 러시아와 중국 사이의 중간 지점을 모색할 결심이다.

일부 BRICS 국가의 지정학적 경쟁은 매우 심각하다. 따라서 BRICS에는 회원국 간의 긴장을 해소할 내부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BRICS 회원국 간 모든 협력 분야에서 공통의 법적 공간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앞으로 몇 년 안에 BRICS는 이러한 차이점과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 BRICS 내에서 공통분모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 있으며, 특히 우크라이나 분쟁과 같은 민감한 지정학적 문제의 경우 더욱 그렇다.

이제 지정학은 여러 권력 중심지 사이의 경쟁에 의해 결정된다. 내부 긴장에도 불구하고 BRICS의 핵심 플랫폼인 다극성은 남반구 전체 자본의 관점에서 볼 때, 국제 규칙과 규범, 그리고 세계 안정에 위협이 될 패권 세력을 통제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다른 국가들은 BRICS 가입을 서방과의 관계를 격하시키지 않으면서 중국과 러시아 및 남반구의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
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 최신뉴스더보기

기사 목록

전남일보 PC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