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폭우에 광주 도심 마비…‘시간당 80㎜’ 물폭탄
집중호우에 저지대 침수 피해
“순식간에 발목까지 물 차올라”
북구청 어린이집 원생 긴급 대피
'경보' 2시간 만 도로 87곳 잠겨
입력 : 2025. 07. 17(목) 17:28
17일 광주광역시 북구청 일대 도로가 집중호우로 물에 잠겨 차량들이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독자 제공
“짧은 시간에 갑자기 빗물이 차 올랐어요. 평소처럼 이동하다 이렇게까지 물이 차오른 걸 본 건 처음이네요.”

17일 광주광역시 북구 중흥동에서 이동 중이던 최진훈(21)씨는 마치 파도처럼 밀려오는 빗물을 급히 피하며 말했다. 최씨는 “방금 시내버스를 이용했는데, 폭우로 인해 경로를 우회해야 했다”며 “자주 오가는 길에서 이렇게 발목까지 물이 차오른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광주·전남 지역에는 시간당 80㎜, 최대 203.5㎜ (광주 북구청 일대)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며 도심 침수와 시설 피해를 일으켰다.

가장 피해가 컸던 지역은 저지대인 동구 계림동, 북구 중흥1동, 서구 유촌교 일대 등으로 이곳은 침수와 교통 통제가 동시에 이뤄졌다.

또 계림동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는 비로 인해 도로가 들뜨고 보도블록이 파손되면서 경찰이 긴급히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차량 통제에 나서기도 했다.

주민 김모(52)씨는 “도로가 최근에 새로운 보도블럭으로 포장했는데, 아파트 입구부터 깨져서 불안하고 통행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유촌교 주변도 상황도 심각했다. 하천 물이 순식간에 불어나며 산책로를 덮쳤다. 현장을 둘러보던 주민 배모(75)씨는 “하천 물이 넘쳐 산책로가 보이지 않는다”며 “아파트까지 피해가 올까 걱정”이라고 했다. 같은 곳의 주민인 한모(52)씨는 “동네에 오래 살았지만 하루종일 비가 내려 물이 범람한 적은 있지만 오전 짧은 시간 많은 비로 산책로까지 물이 찬 경우는 처음”이라며 “토요일까지 비가 온다는 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17일 오전 광주에 쏟아진 비로 광주북구청어린이집에 침수가 발생해 원생 6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사진은 어린이집 관계자가 현관에 들어찬 비를 빼고 있다. 광주북구청어린이집 제공
북구에 쏟아진 비로 인해 광주북구청어린이집 1층에 물이 들어차 원생 60여명이 같은 건물 4층으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다행히 폭우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목재로 이뤄진 어린이집 내부와 각종 교구가 비에 젖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순식간에 도로가 침수된 것을 놓고 홍수 예방 인프라 관리 미비와 지하철 공사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주민들의 지적이 나왔다.

중흥동 인근 한 아파트의 경비원 박모(70)씨는 “오전에는 괜찮았는데, 낮 12시께 되니 갑자기 물이 차올랐다”며 “예전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지하철 공사 때문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주민 곽모(60) 씨도 “비가 오면 물에 잠기긴 했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훨씬 심하다”며 “기존 배수 구조가 문제인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광주시는 호우에 따라 도심 내 위험지역 499곳을 긴급 통제했다. 또한 하천 징검다리와 진출입로, 지하차도 등을 중심으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행정·경찰·소방이 총출동했다.

이날 광주시는 오후 3시 기준, 도로침수 141건, 도로장애 4건, 건물침수 78건, 인명구조 3건, 기타 15건 등의 안전조치를 취했다.

전남도는 주택 침수 10건, 도로 침수 5건, 가로수 전도 7건, 기타 17건 등 총 39건의 안전조치를 이행했다. 관내 국립공원과 여객선, 하상도로, 둔추주차장 등을 통제했고, 비상근무자 총 819명을 투입해 상황관리를 2단계로 격상해 대응했다.
정유철·정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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