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특집>국내 최고 AI 인프라 갖춰…“이젠 정부 뒷받침이 관건”
●광주시, AI 기반 산업 생태계 조성
국가AI데이터센터 중심 기술 실증
AI사관학교·창업캠프 등 인재 양성
AI기업 지사·연구소 광주 유치 활발
국가컴퓨팅센터 유치·AI 2단계 과제
“정부 실질적 재정·정책적 지원 필수”
입력 : 2025. 07. 17(목) 17:50
광주광역시 첨단3지구 인공지능(AI) 중심산업융합집적단지 조성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김양배 기자
광주광역시가 인공지능(AI) 중심도시로의 도약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최고 수준의 AI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AI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과 AI사관학교·창업캠프 등 인재 양성과 기업 유치, 기술 실증 생태계 구축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며 ‘AI 중심도시’ 실현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과 정책적 뒷받침 없이는 지방자치단체의 힘만으로 더 큰 도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이재명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서 ‘AI 모빌리티 국가시범도시 조성’ 기본구상 용역비 10억원이 반영되지 않았으며,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와 AX실증밸리(AI 2단계) 사업까지 추진해야 할 사업이 산적해 있다. 성패의 갈림길에 선 광주의 AI 선도도시 전략이 ‘균형발전’이라는 국가 기조 속에서 본격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향후 정부의 대응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광주광역시 북구 첨단 3지구 ‘AI집적단지’에 조성된 대형 드라이빙시뮬레이터. 광주광역시 제공
●국내 최고 ‘광주형 AI 생태계’ 구축

광주시는 지난 2020년부터 총사업비 4269억원을 투입해 첨단 3지구에 AI집적단지 1단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연산량 88.5PF, 저장용량 107PB 규모의 고성능 국가AI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자율주행·헬스케어·에너지 분야의 실증센터와 함께 국내 최대 규모의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창업지원 공간 등 77종의 실증장비가 구축돼 있다. 데이터센터는 엔비디아의 최신 GPU ‘H100’을 국내 최초로 탑재해 운영 중이며, 현재까지 2200여건의 AI과제를 지원하고 996억원의 매출, 788건의 특허 출원·등록, 2173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광주시는 자동차·헬스케어·에너지 등 3대 특화산업을 중심으로 R&D 과제를 집중 지원해, AI 기술 집중도는 기존 0.59%에서 1.02%로 약 2배 증가했고, 등록 특허 가치는 전국 2위 수준(기술경쟁력 지수 92.81점)에 이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146개 AI기업 지사·연구소 광주에 둥지

이 같은 인프라를 바탕으로 광주시는 기업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19년부터 총 254개 기업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이 중 146개 기업이 실제 광주에 지사나 연구소를 개소했다. 특히 반도체 설계(팹리스) 분야에서는 국내 유일 TSMC 협력사인 ‘에이직랜드’를 비롯해 17개 기업이 유치되며 ‘광주형 AI반도체(Aim-GJ-1)’ 공동 개발도 본격화됐다. 해당 반도체는 CES 2025에서 세계 시장에 첫선을 보였으며, 지역 기업 제품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창업 지원·투자유치·인재 81만명 양성 로드맵

창업 생태계 조성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광주시는 현재 AI창업캠프 1·2호점을 운영 중이며, 총 75개 입주 기업 등 1098억원의 민간 투자 유치와 1135개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성과를 내고 있다. 자율주행 라이다 센서를 개발한 에스오에스랩은 537억원을 유치해 지난해 6월 코스닥에 상장됐고, 펠레메드는 AI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 ‘AHEDD’로 120억원 투자유치,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물질 미국·한국 FDA 임상시험 승인을 획득하는 성과를 냈다.

광주시는 AI산업의 뿌리를 튼튼히 하기 위한 인재 양성에도 총력을 다하고 있다. 광주는 전국 유일의 AI사관학교를 중심으로 AI 인재 저변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2020년 개교 이후 지난해까지 1221명이 수료했고, 이 중 68%가 취업 또는 창업에 성공했다. 실감콘텐츠 분야의 GCC사관학교도 지난해 132명, 올해 140명의 교육생을 모집해 실무형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두 사관학교 졸업생 다수는 지역 반도체·AI기업에 취업해 실무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또 광주시는 최근 ‘2030 인재양성전략’을 발표하며 AI, 반도체, 콘텐츠 등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해 오는 2030년까지 총 81만명의 전문 인재 양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교육부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와 ‘글로컬대학30’ 사업을 연계하고, 전남대·조선대 등의 혁신과제를 지역 산업과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AI 2단계 예타 면제 과제

현재 광주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를 위해 민관 합작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하고 재공모 참여를 준비 중이다. 당초 1차 공모는 참여 기업 부재로 유찰됐지만, 기업 조건을 완화한 재공모가 곧 이뤄질 예정으로, 광주는 이미 갖춰진 데이터센터·실증 인프라와 연결한 입지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울 방침이다.

여기에 더해 광주의 핵심 과제인 ‘AI 2단계 AX 실증밸리’ 조성에도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이 사업은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년간 총 9000억원을 투입해 산업특화 AI 기술개발, 시민 체감형 사회문제 해결 기술, 개방형 AI 인프라 고도화 등을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미 1·2차 추경을 통해 5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한 상태지만, 본 사업 착수를 위해선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와 국무회의 의결이라는 마지막 절차가 남아 있다.

하지만 모든 기획과 비전이 현실로 이어지기 위해선 결국 정부의 ‘결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지역사회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광주는 이미 공공형 데이터센터, 실증장비, 기업 유치, 인재 양성 등 AI 생태계 전반을 갖췄지만, 이에 비해 정부의 예산 투입과 정책 추진 속도는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광주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 전국 최고 투표율을 기록하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지역으로 단순한 정치적 성원이 아닌, 국가 차원의 전략사업 추진에 대한 믿음이 깔린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정부는 이에 상응하는 실질적인 지원으로 응답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광주시는 광주시는 AI 전략사업의 제도적 기반 마련을 추진해 사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AI부’ 신설과 국가시범도시 지정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정부에 건의했으며, 내부적으로는 ‘AI반도체과’를 신설해 기획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국정기획위원회·대통령 AI수석 등과의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AI 2단계 사업 예타 면제는 단지 행정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라며 “광주시는 국립 AI컴퓨팅센터 유치와 함께 1·2단계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AI기업 1000개 유치, 인재 양성, 산업·교육·실증이 결합한 AI 생태계를 완성하고, 대한민국 대표 AX 실증도시로서의 입지를 굳혀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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