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출발, 따뜻한 약속…어느 봄날의 ‘특별한 결혼식’
●광주서구장애인복지관 '합동결혼식'
저소득장애인 부부 6쌍 화촉 밝혀
수십년만 웨딩드레스에 '설렘가득'
장애친화 예식, '반짝 박수' 세례도
"서구민 나눔·연대가 기적 만들어"
저소득장애인 부부 6쌍 화촉 밝혀
수십년만 웨딩드레스에 '설렘가득'
장애친화 예식, '반짝 박수' 세례도
"서구민 나눔·연대가 기적 만들어"
입력 : 2025. 04. 24(목) 16:19

24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위더스웨딩홀에서 광주서구장애인복지관이 주관하고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서구 지역 고액기부자 모임 ‘서구아너스’가 후원한 ‘당신의 특별한 날, 드림(Dream) 웨딩’ 결혼식이 열렸다. 윤준명 기자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진짜 부부가 된 것 같아요. 많은 분의 따뜻한 손길 덕분에 인생의 봄날을 맞을 수 있었습니다.”
24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위더스웨딩홀.
환한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부부들이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입장하자, 하객들 사이로 따뜻한 박수와 눈물이 번졌다.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채 수십년을 함께해온 이들은 마침내, 뜨거운 축복 속에서 평생의 약속을 맺었다.
이날 열린 ‘당신의 특별한 날, 드림(Dream) 웨딩’은 광주서구장애인복지관이 주관하고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서구 지역 고액기부자 모임 ‘서구아너스’가 후원한 행사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신체적 제약으로 결혼식을 미뤄야 했던 6쌍의 저소득 장애인 부부들을 위해 지역사회가 나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하루를 선물하자는 취지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 만에 결혼식을 올리게 된 부부들의 얼굴에는 소년·소녀처럼 수줍고도 설레는 미소가 가득했다.
청각장애가 있는 조미숙(63)씨는 “남편과 함께 살게 된 지 40년이 지났는데, 꿈에 그리던 웨딩드레스를 입게 돼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면서 “어제 리허설을 했는데 너무 설레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행복하게 잘 살고 싶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이날 결혼식을 계기로 13년 만에 딸과 마음의 벽을 허물게 된 중년의 남성도 있었다.
박찬용(64)씨는 “딸이 너무 어린 나이에 혼인신고를 하면서 마찰이 생겨 교류가 끊겼는데, 최근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이렇게 함께 축하할 수 있어 감격스럽다. 앞으로는 사위, 딸과 자주 왕래하며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박씨의 사위 김선화(46)씨는 “부부가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고, 그간 형편이 어려웠는데 아내에게 드레스를 입혀줄 수 있게 돼 너무 행복하다”며 “결혼식을 계기로 장인께 손주들을 보여드릴 수 있어 더욱 기쁘다”고 밝혔다.
행사는 장애인 친화형 예식으로 진행됐다. 이를 위해 위더스웨딩홀과 수어통역센터, 서구농아인쉼터가 협력하고, 전문 수어통역사가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통역해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을 완성했다.
서구의회 의원들을 비롯해 지역 복지단체 관계자와 지인 등 100여명의 하객들로 예식장은 가득 찼고, 김이강 서구청장은 한 신부의 휠체어를 직접 밀어 행진을 돕는 등 혼주 역할을 자처해 눈길을 끌었다.
또 전통적인 주례 대신, 이대만 서구장애인복지관장이 ‘증인’으로 나서 부부십계명을 낭독해 의미를 더했다. 이 관장은 “지역사회의 연대가 부부들의 간절한 꿈을 현실로 바꿨다”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오래도록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감동적인 행사에 신랑 신부뿐 아니라, 이들의 사연을 알고 있는 하객들까지 기쁨의 눈물로 새출발을 함께 축복했고, 행사 내내 ‘반짝이는 박수 소리’와 격려가 끊이지 않았다.
서영남(71)씨는 “형편이 어려워 미처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이들을 위한 좋은 행사다. 지자체에서 이러한 행사를 적극적으로 장려했으면 좋겠다”며 “늦게 결혼식을 올리게 된 만큼, 지인이 앞으로 더욱 단단히 가정을 꾸려나가기를 바란다”고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본 식이 끝난 후에는 축하공연과 기념촬영, 피로연이 이어지는 등 부부들의 행복한 시작을 응원하는 자리가 마련됐으며, 100만원 상당의 혼수와 근교 결혼여행 지원도 함께 제공됐다.
이번 행사에 깊이 공감한 위더스웨딩홀은 약 5000만원에 달하는 예식 비용을 절반 이하로 낮춰 2200만원에 제공했고, 이는 서구아너스 회원들의 기부로 전액 충당됐다. 위더스웨딩홀은 이 가운데서도 1000만원을 복지사업을 위해 기부하기로 해 온정을 보탰다.
김이강 서구청장은 “드림 웨딩은 ‘마음 부자’ 서구민들의 나눔과 연대가 주민의 삶을 얼마나 따뜻하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사례”라며 “앞으로도 서구는 꿈을 현실로 바꾸는 기적 같은 순간들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
24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위더스웨딩홀.
환한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부부들이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입장하자, 하객들 사이로 따뜻한 박수와 눈물이 번졌다.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채 수십년을 함께해온 이들은 마침내, 뜨거운 축복 속에서 평생의 약속을 맺었다.
이날 열린 ‘당신의 특별한 날, 드림(Dream) 웨딩’은 광주서구장애인복지관이 주관하고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서구 지역 고액기부자 모임 ‘서구아너스’가 후원한 행사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신체적 제약으로 결혼식을 미뤄야 했던 6쌍의 저소득 장애인 부부들을 위해 지역사회가 나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하루를 선물하자는 취지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 만에 결혼식을 올리게 된 부부들의 얼굴에는 소년·소녀처럼 수줍고도 설레는 미소가 가득했다.
청각장애가 있는 조미숙(63)씨는 “남편과 함께 살게 된 지 40년이 지났는데, 꿈에 그리던 웨딩드레스를 입게 돼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면서 “어제 리허설을 했는데 너무 설레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행복하게 잘 살고 싶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이날 결혼식을 계기로 13년 만에 딸과 마음의 벽을 허물게 된 중년의 남성도 있었다.
박찬용(64)씨는 “딸이 너무 어린 나이에 혼인신고를 하면서 마찰이 생겨 교류가 끊겼는데, 최근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이렇게 함께 축하할 수 있어 감격스럽다. 앞으로는 사위, 딸과 자주 왕래하며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박씨의 사위 김선화(46)씨는 “부부가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고, 그간 형편이 어려웠는데 아내에게 드레스를 입혀줄 수 있게 돼 너무 행복하다”며 “결혼식을 계기로 장인께 손주들을 보여드릴 수 있어 더욱 기쁘다”고 밝혔다.
행사는 장애인 친화형 예식으로 진행됐다. 이를 위해 위더스웨딩홀과 수어통역센터, 서구농아인쉼터가 협력하고, 전문 수어통역사가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통역해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을 완성했다.
![]() |
24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위더스웨딩홀에서 광주서구장애인복지관이 주관하고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서구 지역 고액기부자 모임 ‘서구아너스’가 후원한 ‘당신의 특별한 날, 드림(Dream) 웨딩’ 결혼식이 열렸다. 김이강 서구청장이 휠체어를 밀어주며 신랑, 신부와 함께 행진하고 있다. 윤준명 기자 |
또 전통적인 주례 대신, 이대만 서구장애인복지관장이 ‘증인’으로 나서 부부십계명을 낭독해 의미를 더했다. 이 관장은 “지역사회의 연대가 부부들의 간절한 꿈을 현실로 바꿨다”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오래도록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감동적인 행사에 신랑 신부뿐 아니라, 이들의 사연을 알고 있는 하객들까지 기쁨의 눈물로 새출발을 함께 축복했고, 행사 내내 ‘반짝이는 박수 소리’와 격려가 끊이지 않았다.
서영남(71)씨는 “형편이 어려워 미처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이들을 위한 좋은 행사다. 지자체에서 이러한 행사를 적극적으로 장려했으면 좋겠다”며 “늦게 결혼식을 올리게 된 만큼, 지인이 앞으로 더욱 단단히 가정을 꾸려나가기를 바란다”고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본 식이 끝난 후에는 축하공연과 기념촬영, 피로연이 이어지는 등 부부들의 행복한 시작을 응원하는 자리가 마련됐으며, 100만원 상당의 혼수와 근교 결혼여행 지원도 함께 제공됐다.
이번 행사에 깊이 공감한 위더스웨딩홀은 약 5000만원에 달하는 예식 비용을 절반 이하로 낮춰 2200만원에 제공했고, 이는 서구아너스 회원들의 기부로 전액 충당됐다. 위더스웨딩홀은 이 가운데서도 1000만원을 복지사업을 위해 기부하기로 해 온정을 보탰다.
김이강 서구청장은 “드림 웨딩은 ‘마음 부자’ 서구민들의 나눔과 연대가 주민의 삶을 얼마나 따뜻하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사례”라며 “앞으로도 서구는 꿈을 현실로 바꾸는 기적 같은 순간들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