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억 편취하고 1심서 무죄받은 70대…항소심서 반전
1심은 대가성으로 간주했지만
항소심, 사기 편취액으로 판단
입력 : 2024. 11. 21(목) 17:08
광주고등법원 전경.
지인에게 수십억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70대 사업가가 항소심에서 일부 유죄가 인정돼 법정구속됐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고법판사 박정훈·김주성·황민웅)는 21일 301호 법정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돼 1심서 무죄를 받은 A(70)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도주 우려를 고려해 법정 구속했다.

A씨는 지난 2019년부터 2020년 3월 사이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부지를 매매 계약하던 지인 B씨에게 3차례에 걸쳐 34억 7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A씨는 “사업 인허가가 불가능한 토지인 줄 모르고 참여했다가 계약 후 이를 알았다. 6억원은 빌린 것이고, 나머지 28억7000만원은 ‘입주 승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던 땅의 매매 문제를 해결해준 대가로 받은 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B씨는 A씨가 빌려간 돈을 갚지 않은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재판부는 “부동산 매매 성사 대가가 아니라 차용금으로 보이지만, A씨가 운영하는 회사의 순자산이 100억원을 넘어 변제 능력이 충분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기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도 A씨에 대한 혐의 중 7억원 상당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은 무죄 판결을 유지했지만, 28억 7000만원의 피해금이 ‘사기’로 인해 편취한 금액이라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약정서에도 ‘매매대금 차용’ 목적이라고 기재돼 있고 사건 관계인의 법정 진술 역시 피해자 A씨의 일관된 주장과 일치한다. 빌린 돈 중 28억7000만원은 부동산 매매 대금에 쓰지 않고 당좌수표 결제 등에 사용하는 등 개인 용도로 썼던 것으로 보인다”며 “사기 범행으로 인한 피해액이 크고 범행을 부인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죄책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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