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심장 수술 후 ‘식물인간’…병원 책임”
"경과 살피지 못해 부작용 발생"
설명의무도 위반…총 2억 지급
입력 : 2024. 11. 21(목) 16:37
병원에서 심장 수술을 받고 경과를 제대로 살피지 못해 헤파린 재활성화라는 부작용으로 20대 여성이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것에 대해 해당 병원에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제11민사부(재판장 유상호)는 20대 여성 환자 A씨와 A씨의 가족 2명이 전남대학교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병원 측이 A씨에게 1억 6000만원과 A씨의 부모에게 각각 2000만원씩 총 2억여원을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

선천적 심장 질환 진단을 받은 A씨는 지난 2019년 전남대병원에서 ‘심장중격결손 폐쇄술’을 받았다.

A씨는 수술을 마치고 후유증으로 심정지 상태를 보였고 이로 인해 뇌에 심각한 손상을 입어 호흡과 소화 기능은 하지만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한 이른바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A씨의 가족들은 “의료진이 권장량을 초과해 헤파린을 투여했고 수술 후 이상 증세가 나타났지만 헤파린 재활성화를 확인하는 검사를 진행하지 않아 A씨가 심정지를 일으켰고 뇌손상 확대를 막기 위한 별다른 조처도 없었다”며 “수술 전 헤파린 재활성화에 대한 위험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가 받은 심방중격결손 폐쇄술은 인공심폐기 사용 시 체내 혈전 발생을 막기 위해 항응고제로 헤파린을 투여하며 부작용으로 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또 중화 작용 후에도 헤파린 효과가 다시 나타나는 ‘헤파린 재활성화’가 발생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수술 이후 A씨가 헤파린 재활성화로 인한 출혈을 의심할 만한 증상들을 보였지만 적절한 검사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의료진 과실이 인정된다며 병원에 손해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병원 의료진이 원고 가족들에게 설명 의무도 지키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수술 동의서에 ‘수술 과정에서 대량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고 기재된 점은 인정되나 헤파린 재활성화 위험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고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이유로 의료진 설명의무를 면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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