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없는 영공수호…조국 방위의 가장 높은 힘 될 것"
●광주 제1전투비행단 장교 3인
한국전쟁·월남전 참전용사 후손
美 시민권 포기 고민없이 입대
‘병사·부사관·장교’ 군번줄만 3개
"전투력 길러 국가와 군에 도움”
입력 : 2024. 09. 29(일) 18:31
대한민국 공군 제1전투비행단 제216비행교육대대 김한결 중위. 공군 제1전투비행단 제공
외세로부터 가난한 내 나라와 가족을 지켜내고자 돌부리라도 집어 들어 항거했던 의병과 독립군·한국광복군. 이들의 정신을 이어 받아 창설된 대한민국 국군이 어느덧 건군 76년을 맞았다. 국군은 한 세기가 채 되지 않는 세월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며 누구도 쉽게 넘보지 못할 강한 국방력을 갖추게 됐다.

본보는 건군 제76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이색적인 이력을 가진 광주의 공군 제1전투비행단 소속 젊은 장교 3명을 만나봤다. 이들은 빈틈없는 영공수호에 이바지하겠다는 일념으로 오늘도 완벽한 임무수행을 위해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 김한결 중위 “조부와 외조부 참전용사"

“참전용사의 후손으로서 부끄러움이 없도록 실력을 갈고닦아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으로 성장해 나가겠습니다.”

김한결(26) 중위는 참전용사인 조부와 외조부에 부끄럽지 않은 군인이 되겠다며 강한 목소리로 다짐했다.

공군사관학교 70기로 졸업한 김 중위는 지난 2022년 공군 소위로 임관해 제216비행교육대대에서 전투기 조종사가 되기 위한 교육훈련을 받고 있다.

김 중위의 조부는 6·25전쟁 당시 사병으로 참전해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싸웠으며, 그의 외조부 역시 부사관으로 월남전에 참전해 현재 호국원에 안장돼 있다.

그는 두 차례의 전쟁이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지는 의미에 관해 설명하며, 선조이자 선배인 그들의 걸음을 따르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김 중위는 “6·25전쟁은 한국을 존재할 수 있게 했던 버팀목이고, 월남전은 발전된 한국을 만든 밑거름이었다”며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땅은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한 이들의 유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부와 외조부 등 모든 참전용사가 걸어온 숭고한 걸음에 경외심을 느낀다”며 “그들의 후배로 복무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다”고 덧붙였다.

김 중위는 스스로 생각하는 조국의 의미와 군 생활 목표도 설명했다.

그는 “조국은 나를 군인으로 살게 하는 이유다. 군인이 대단한 대우를 받거나 큰 이익을 취하는 직업은 분명 아니다”며 “그럼에도 스스로 복무를 명예롭게 여기는 이유는 선조들이 지켜낸 대한민국에 대한 애국심 때문”이라고 힘줘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중위는 “군 생활을 하며 유일한 목표가 있다면, 대한민국의 영공 방위에 젊음을 바쳐 사랑하는 가족들과 모든 국민들이 팔다리 뻗고 편안하게 단잠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며 환하게 웃었다.

대한민국 공군 제1전투비행단 제189비행교육대대 김태훈 중위. 공군 제1전투비행단 제공
● 김태훈 중위 “美 시민권 포기, 자진입대”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군에 입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입대를 망설이거나, 후회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공군사관학교 71기인 김태훈(24) 중위는 지난해 임관해 현재 제189 비행교육대대에서 교육과정을 밟으며 전투기 조종사의 꿈에 다가가고 있다.

김 중위는 대한민국과 미국 국적을 모두 가져 선택에 따라 병역의 의무를 지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군인을 꿈꿨던 그는 망설임 없이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공사에 입학했다.

그는 “미국에서 거주하는 외조부모의 댁에서 태어나 이중국적을 가졌다”며 “어린 시절 미국을 왕래하며 교육을 받기는 했지만 대한민국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하는 등 한국에서 주로 생활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입대하는 데까지 일말의 고민도 없었다고 단언했다.

김 중위는 “초등학생 때부터 군인이 되기를 희망했고, 조종사라는 꿈을 구체적으로 그려왔다”며 “한국 남성이라면 당연히 군대에 가야 한다고 생각해 시민권 포기에 대해서 전혀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선택을 후회해 본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족과 친구 모두 내 선택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응원을 보내줬다”며 “군 생활동안 숱한 역경을 이겨내면서 정신과 신체 모두 성장하고 있는 것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는 조국을 위한 복무에 깊은 자부심을 내비치며, 능력있는 장교로 성장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김 중위는 “군인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 공군은 그 큰 틀 속에서 조국의 푸른 하늘을 지켜내는 역할을 부여받는다”며 “교육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쳐 영공을 비행하며 영예롭게 임무를 수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에게 사랑받는 정직하고 성실한 장교가 되는 것이 목표다”며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전투력을 길러 다방면에서 국가와 군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대한민국 공군 제1전투비행단 공병대대 이준형 소위. 공군 제1전투비행단 제공
●이준형 소위 "병사, 부사관, 장교로"

“공군에서만 3개의 군번을 가진 것은 의미가 특별합니다. 제 이력을 살려 공감하고 소통하는 장교가 되겠습니다.”

공병대대 이준형(24) 소위는 보기 드문 군 경력의 소유자다. 병사로 처음 공군에 발을 디딘 그는 부사관을 거쳐 장교까지 조국으로부터 3개의 군번을 부여받았다.

그는 지난 2019년 1월, 공군병 796기로 군 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전문하사를 통해 부사관으로 복무했고, 올해는 장교로 임관했다. 계급은 초급장교인 소위지만, 군 경력은 벌써 4년 차에 이른다.

이 소위는 “병사·부사관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지휘관이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겨서 장교로 재입대했다”며 “가족보다 군필자 친구들이 특히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는 군대에 다시 갈 생각은 절대 못 한다. 재입대를 선택한 것이 대단하다’는 반응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각 복무 시기의 역할 차이를 설명하며, 경험을 토대로 소통하는 장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소위는 “병사와 부사관 시절에는 실무, 장교가 돼서는 행정을 주 임무로 맡고 있다. 병사와 부사관 시절에 이어 지금도 공병 특기로 복무 중이다”며 “실무 경험을 가지고 행정을 하니 일 처리가 수월하다. 병사들의 애로사항 등도 모두 경험해 봐 많은 조언을 해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고 말했다.

이어 “군 생활을 하다 보면, 병사와 부·준사관과 선·후배 장교와의 공감과 소통, 존중이 필요한 것을 느낀다”며 “내 이력을 살려 그들을 잇는 매개체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전역 후 군 생활 기록을 담은 책을 발간하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이 소위는 “힘이 닿는 곳까지 열심히 군 생활을 하며 조국의 자유를 지켜내는 것이 목표다. 또 누군가 내 이름을 들었을 때 ‘그 사람 정말 괜찮은 사람이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서 “오랜 군 생활을 마치는 먼 훗날 나의 일대기를 책으로 써보고 싶은 작은 소망도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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