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본촌산단 지하수에서도 1급 발암물질 검출
광산구 하남산단 이어 두번째
북구, 정화 없이 수년째 방치
기준치 초과 TCE 다량 검출
예산 부족 이유로 정화 미뤄
입력 : 2025. 07. 16(수) 11:16
본촌산단 지하수 오염분포도. 연합뉴스
광주광역시 광산구 하남산업단지 지하수에서 기준치를 최대 466배 초과하는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됐지만, 광주시와 광산구가 2년 가까이 이 사실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인 가운데 이번에는 북구 본촌산단 지하수에서 1급 발암물질이 반복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16일 북구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실시한 본촌산단 지하수·토양 오염 실태조사에서 총 43개 지점 중 14곳에서 TCE(트라이클로로에틸렌)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했다. 특히 옛 로케트건전지 부지와 호남샤니 부지에서는 각각 기준치의 9배, 11배에 달하는 고농도 TCE가 검출됐다.

TCE는 금속 세정제 등 산업용으로 사용되는 유기염소계 화합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PCE(테트라클로로에틸렌)는 모든 조사 지점에서 기준 이내였으며, 토양은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

오염의 원인으로는 1980~90년대 환경 규제 도입 이전 사용된 산업용 화학물질이 지목됐다. 보고서에는 양수처리 공법을 통한 지하수 정화와 오염 차단 방안이 제시됐으며, 필요 예산은 54억원으로 산정됐다.

그러나 북구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정화사업을 시행하지 못했고, 2021년 9월 보조관측망 1대를 추가 설치하는 데 그쳤다. 이 관측망은 수위, 수온, 전기전도도만 측정 가능해 지하수 내 유해물질 농도나 종류를 정밀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인화 조선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보조관측망은 단순 수자원 모니터링 도구일 뿐 오염 차단책이 아니다”며 “TCE는 분해가 어렵기 때문에 조속한 정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구는 올해 환경부가 실시하는 ‘토양·지하수 환경조사’에 본촌산단이 포함돼 있다며, 연말 발표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북구 관계자는 “조사 이후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연계해 예산 확보를 시도했으나 성과가 없었다”며 “주민 안전과 환경 보호를 위해 정화사업이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승우 기자 seungwoo.jeo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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