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데스크칼럼>DJ 정치가 그립다
김성수 정치부장
입력 : 2023. 07. 20(목) 12:40
김성수 부장
최근 정부와 정치권을 보자면 정쟁과 갈등에 빠져있다. 꼴사나운 모습에 국민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을 향한 민심이 싸늘하다 못해 분노에 가깝다.

윤석열 대통령을 보면 그렇다. ‘정치입문’ 8개월여의 초짜 대통령이라고 한다지만 미국, 일본을 상대로 한 ‘굴욕외교’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옹호하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대북관계는 강대 강으로 치닫고 있고, 문재인 전 정부에 대한 ‘정책 보복’도 서슴없이 진행되고 있다. “검찰 출신답다”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정치권은 더 가관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양평고속도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 등의 청문회를 놓고 7월 내내 여야는 국회에서 정쟁만 거듭하고 있다. 정치권이 사사건건 ‘내로남불’만 외쳐되는 형국이다.

지역감정이 잔존하는 현 상황에서 양분되는 모습도 안타깝다. 극우·극좌로 나뉘어 진영싸움에 연중 집회가 끊이지 않고 있다.

나라가 어수선하다. 이런 시국에 난세의 영웅이라도 나타나길 바라는 게 민심의 간절함일 것이다. 그래서 일까? 요즘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자주 소환된다. 내년 DJ 탄생 100주년을 앞둔 것도 있지만 최근 돌파구가 없는 정치적 상황에 ‘DJ 향수'가 간절해서 일 것이다.

DJ의 삶은 ‘인동초’라 불린다. 역대 독재정권 아래 가택연금만 55차례, 6년의 감방생활, 두 차례의 망명길, 내란죄로 사형선고, 납치 등 수차례의 죽음의 문턱을 넘은 그다. 그래서 그의 일생은 겨우내 견디고 봄이 돼서야 꽃을 피우는 인동초와 흡사하다.

이런 모든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대통령이라는 꽃을 피운 DJ는 임기 내내 우리 사회의 많은 병리 현상을 치료한 성공적인 대통령으로 꼽힌다.

작고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행동하는 양심’의 외길을 걸어온 DJ를 향해 “그는 투철한 역사의식을 갖춘 덕분에 역사의 흐름에 대한 통찰과 신념으로 역사의 난제를 회피하지 않았다”고 했다.

현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대통령 탄핵에 내년 총선 심판이라는 감정 섞인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오죽하면 그럴까’ 하는 마음은 충분히 수긍이 간다.

‘난세의 영웅’으로 불리는 이순신 장군은 바다에서 큰 승리를 거뒀지만 1597년 2월 26일 선조는 이순신을 파직 및 압송해 그해 3월 4일 금부에 투옥시켰다.

당시 조정의 무리들은 전란 속에 온 백성을 구한 이순신 장군은 안중에도 없었다. 조정은 당리당략으로 이분법의 공식이란 헛것에 물든 한심한 작태였다. 현 정치권과 뭐가 다를까?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에서 이순신의 자조 섞인 한탄의 한마디가 있다. “이순신의 칼로도 벨수 없었던 게 선조와 조정 무리들의 헛것”이란 구절이다.

전란의 상황에서 이순신 장군이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엿보인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DJ 역시 현 정치권을 보자면 한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DJ는 이순신 장군의 용맹함 대신 국가의 안위를 위해 ‘포용과 용서’를 선택했다. 자신을 죽음의 문턱까지 내몬 군부 세력을 석방시켜 대통합을 이끌었고, 일본과의 화해 정책으로 진심어린 ‘사죄’를 받았다. 햇볕정책을 통해 남북의 소통도 이끌어낸 장본인이다.

DJ는 현 정부와 정치권에 자신의 업적처럼 큰 성과는 바라지 않을 것이다.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윤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잘못하는 건 저항하면서 고쳐나가자. 그것이 곧 DJ의 행동하는 양심이다”고 말했다.

한국 정치가 극심한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이런 정치적 현실 속에서 ‘정치는 최선을 지향하지만 타협·대화를 통해 차선의 방법도 조정해 나가야 한다’는 DJ의 가르침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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