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하는 광장, 연대의 예술…전남도립미술관 기획전
●국제전시 'Occupy: 우리는 연결되고, 점유한다'
광양서 9월3일까지 전시
국내외 작가 20여점 선봬
전쟁과 억압 넘어 예술 표현
"새로운 공동체 상상·제안"
광양서 9월3일까지 전시
국내외 작가 20여점 선봬
전쟁과 억압 넘어 예술 표현
"새로운 공동체 상상·제안"
입력 : 2025. 06. 15(일) 17:53

에코 누그로호 작 ‘혼돈 속의 아름다운 시간’. 박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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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찬 작 ‘무기력한 풍경’. 박찬 기자 |
전남도립미술관은 오는 9월3일까지 기획전 ‘Occupy: 우리는 연결되고, 점유한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점유하는 광장’을 키워드로 삼아 인권과 존엄을 위한 공동체적 연대의 자세를 조명하며, 국내·외 예술가들의 실험적 작업을 통해 그 의미를 재해석한다. 전남 출신 4인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폴란드,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중국, 홍콩 출신 작가들이 참여해 각자의 사회적 맥락을 담은 예술 언어로 관객과 만난다.
작가들은 공동체 실천의 현장을 재현하고, 집단 기억의 장소를 소환하며, 시간의 흔적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점유’의 새로운 개념을 전시장에 펼쳐놓는다. 특히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광장’이라는 공간이 지난 십수 년간 시위와 연대의 현장으로 진화해 온 과정과 그 결실을 반영하며, 예술을 통해 다시 태어난 ‘광장’의 의미를 탐색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미디어, 설치 등 20여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과거-현재-미래’라는 세 가지 시간적 축을 중심으로 구성됐으며, 관람객이 자유롭게 공간을 넘나들며 작품 간의 연결성과 의미를 유기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섹션 구분 없이 배치됐다.
첫 번째 축은 ‘개인은 과거의 사건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출신 작가들로 구성된 오픈 그룹은 사회·정치적 현실의 긴박함을 참여형 설치 작업으로 풀어냈다. 튀르키예의 에르칸 오즈겐은 억압된 존재들의 침묵 당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시각화했으며 장흥 출신 권승찬 작가는 국가보도연맹 사건을 중심으로 기억과 공간, 인물 간의 관계를 아카이빙한 작업을 선보인다.
두 번째 축은 ‘현재 우리는 어떻게 연대하고 있는가’이다. 인도네시아의 에코 누그로호는 공동체 참여형 대형 벽화를 통해 연대의 실천을 예술로 풍자화하고 곡성 출신 이세현은 사진을 통해 사건의 흔적을 추적한다. 강수지·이하영은 12·3 계엄으로 나타난 MZ세대의 새로운 시위 문화와 저항을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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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그룹 작 ‘나를 따라 해보세요 2’.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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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양핑 작 ‘거울의 도시’ 시리즈. 박찬 기자 |
이번 전시에는 전쟁, 정치적 억압, 상실 등 각기 다른 위기의 조건 속에서 점유의 의미를 되짚고, 회복과 재구성의 서사를 예술로 풀어낸 ‘희망의 장’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실제로 오픈 그룹의 한 멤버는 전쟁에 참전 중이라 이번 전시에 불참했으며, 다른 멤버들은 전쟁 초기와 달리 줄어든 국제사회의 관심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들은 역경 속에서도 작품을 통해 개인이 겪은 사회 문제를 절박한 기록으로써 남겨 점유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 현장 또한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가져오는 불안 속 다시 사람들과 모이고, 기억을 나누고,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는 ‘광장’인 셈이다. 전시의 각 주제와 작품들은 결국, 산산이 흩어진 삶의 조각들이 연대하는 과정이자, 공통의 시간과 장소를 회복하려는 예술적 선언이 된다.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은 “이번 기획전은 동시대 예술가들의 실험적 시도를 통해, 공동의 목표를 향한 다양한 연대의 양상과 그 미학적 가능성을 조명한다”며 “예술을 매개로 형성되는 관계성과 상호작용에 주목하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공동체의 상을 상상하고 제안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