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기억 품은 천불천탑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희망하다
●황순칠 화백 제23회 개인전 '운주사 천불천탑 와불이 일어나다'
21~26일 서울 G&J갤러리서
10여년간 작업한 40여점 선봬
"12·3 비상계엄으로 전면 수정"
미완의 아름다움 담아낸 석불
21~26일 서울 G&J갤러리서
10여년간 작업한 40여점 선봬
"12·3 비상계엄으로 전면 수정"
미완의 아름다움 담아낸 석불
입력 : 2025. 05. 19(월) 14:28

황순칠 작 ‘감실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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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칠 작 ‘코보할망’. |
21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이트센터 3층 G&J갤러리에서 열리는 ‘운주사 천불천탑 와불이 일어나다’ 전시는 황 화백의 운주사 작업을 엿볼 기회다. 지난해 발발한 12·3 계엄으로 원래 계획한 전시를 전면 수정하게 됐다고 밝힌 작가는 운주사에 와불이 일어나며 미륵세상이 온다는 말이 있듯이 새롭게 서는 대한민국을 바라며 작업을 펼쳐왔다고 말한다.
황 화백에게 운주사는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예술적 깨달음의 공간이었다. 지난 2013년 전라남도 담양에서 매화를 그리던 중 문득 떠오른 운주사의 항아리탑을 시작으로, 수십 기의 석불과 석탑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그의 전시작들에는 목이 잘린 석불, 표정이 사라진 바보 석불, 누워 있는 와불 등 유독 미완성의 돌부처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는 5·18 광주의 상처, 민중의 아픔이 깃든 것으로 단순히 풍경화가 아닌 자기 성찰의 기록을 투영한 것이다.
“바보는 나였다. 자신을 지키지 못한 바보. 나를 그렸다.”
황 화백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운주사 천불천탑’ 시리즈는 민족사에 대한 예술적 증언으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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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칠 작 ‘항아리탑’. |
어느 순간 작위적 태도를 버리고 무위(無爲)의 상태에서 표출되는 미완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그는 완성도를 향한 집념 속에서도 “불완전함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라는 예술적 자각에 이른다. 이는 단지 한 화가의 철학을 넘어서, 인간의 본질과 삶의 진실을 관통하는 통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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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칠 작 ‘눈보라 몰아치는 정적의 감실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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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칠 작 ‘할매와 영감’. |
이번에 전시하는 운주사 천불천탑 작품들은 모두 황 화백의 숙명적인 결과물들이다. 미완이어서 더 거룩하고 아름다운 운주사의 돌부처들은 ‘오늘날 사람의 형상’으로도 다가온다. 인간의 미완성과 상처, 이를 견디는 존재의 존엄을 전하고자 한 황 화백의 간절함이 작품 곳곳에 담겼다.
여수에서 태어나 현재 조선대 미술대학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황 화백은 그간 화가이자 피아니스트, 서예가로서 서화락(書畵樂)과 삼도(三道)를 닦아온 예인이다. 70여년 인생이 고스란히 응축된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에서 보기 드문 묵직한 미학적 성과를 확인하는 자리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