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광주 농성역 '소망의 벽'…시민 아쉬움 토로
세월호참사 '무사귀환' 염원 공간
당시 아픔과 슬픔 메모에 '생생히'
지난해 10월 노후화로 인해 철거
"상징적 공간, 안타까워" 입 모아
"추모전시공간 조성 적극적 검토"
당시 아픔과 슬픔 메모에 '생생히'
지난해 10월 노후화로 인해 철거
"상징적 공간, 안타까워" 입 모아
"추모전시공간 조성 적극적 검토"
입력 : 2025. 04. 14(월) 18:31

지난 2022년 4월 광주 농성역 3번 출구 ‘소망의 벽’(위)·14일 같은 장소의 모습. 전남일보 DB·윤준명 기자
4·16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앞둔 가운데, 참사 직후 마련돼 사회적 책임과 교훈을 환기해 온 광주 농성역 ‘소망의 벽’(본보 2022년 4월12일자 5면)이 노후화로 자취를 감춘 것으로 확인됐다. 10여년간 출퇴근길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해온 상징적인 공간이 사라진 데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광주교통공사는 시민들이 남긴 메시지를 활용한 새로운 추모 공간을 마련하는 등 ‘기억’을 이어가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할 방침이다.
14일 찾은 광주 서구 농성역 3번 출구. 과거 벽면을 가득 채웠던 노란 엽서들과 리본, 시민들의 메시지는 자취를 감췄고, 덩그러니 빈 벽만이 남아 있었다.
이곳은 본래 지난 2010년 설치된 ‘시민 행복·사랑 표현 공간’으로, 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하며 일상에서 느끼는 감사나 소망을 적어 공유하던 장소였다.
그러던 중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광주도시철도공사(현 광주교통공사)는 일주일 뒤인 4월23일부터 지역 내 19개 역사에 추모 엽서를 비치하고, 광주재능기부센터가 제공한 노란 리본 1만여개를 시민들에게 배부했다. 시민들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무사 귀환을 염원하는 글귀를 남겨 바구니에 넣었고, 도시철도공사 측은 이를 수거해 ‘시민 행복·사랑 표현 공간’에 전시하며 세월호 기억 공간인 ‘소망의 벽’으로 활용해 왔다.
참사의 충격과 슬픔이 채 가시지 않았던 당시, 시민들이 남긴 편지에는 그 비통함이 생생히 담겨 있었다. ‘제발 기적이 일어나기를, 꼭 생존자가 있기를’, ‘언니, 오빠 꼭 살아서 엄마, 아빠 품으로 돌아와’ 등의 메시지와 함께 미흡한 구조 대응에 대한 분노와 안타까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기도도 곳곳에 스며 있었다.
소망의 벽은 시민들에게 깊은 위로를 건네는 동시에, 어린 학생들의 안전을 지켜내지 못했던 우리 사회의 책임과 교훈을 되새기게 하는 장소로 자리매김해 왔다. 하지만 참사 발생 이후 10여년이 흐르면서 엽서와 시설 등이 노후화됐고, 광주시의 역사 순회 점검 결과 지적사항이 제기된 후, 지난해 10월 결국 철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출퇴근길을 오가며 소망의 벽을 지나치던 시민들은 참사 당시의 아픔을 상징했던 공간이 사라진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소모(54)씨는 “소망의 벽을 지나며 마음속으로 희생자들을 떠올리고는 했는데, 이제 그 공간이 사라졌다니 허전하고 안타깝다”며 “단순한 추모 공간을 넘어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는지를 스스로 묻는 계기가 됐던 곳이었다”고 말했다.
김준호(26)씨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은 잊지 않아야 할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상징적인 공간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든다”며 “단순히 철거로 끝낼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기억과 메시지가 이어질 수 있는 다른 형태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교통공사는 철거 후 보관하고 있는 엽서들을 활용한 새로운 추모 전시공간 조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또 소망의 벽을 사진으로 기록한 팻말을 용산차량기지에 설치, 직원들과 시민들이 안전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도록 했다.
광주교통공사 관계자는 “노후화로 인해 연대와 기억의 의미가 담긴 공간을 철거하게 돼 공사 입장에서도 안타까움이 컸다”며 “메시지 하나하나가 안전사회 조성의 밑거름이라고 생각하고 소중히 보관해 뒀다가, 이른 시일 내에 시민들이 다시 접할 수 있도록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
14일 찾은 광주 서구 농성역 3번 출구. 과거 벽면을 가득 채웠던 노란 엽서들과 리본, 시민들의 메시지는 자취를 감췄고, 덩그러니 빈 벽만이 남아 있었다.
이곳은 본래 지난 2010년 설치된 ‘시민 행복·사랑 표현 공간’으로, 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하며 일상에서 느끼는 감사나 소망을 적어 공유하던 장소였다.
그러던 중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광주도시철도공사(현 광주교통공사)는 일주일 뒤인 4월23일부터 지역 내 19개 역사에 추모 엽서를 비치하고, 광주재능기부센터가 제공한 노란 리본 1만여개를 시민들에게 배부했다. 시민들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무사 귀환을 염원하는 글귀를 남겨 바구니에 넣었고, 도시철도공사 측은 이를 수거해 ‘시민 행복·사랑 표현 공간’에 전시하며 세월호 기억 공간인 ‘소망의 벽’으로 활용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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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4월 광주 농성역 3번 출구 ‘소망의 벽’에 걸려있는 세월호 참사 당시의 추모 메시지. 전남일보 DB |
소망의 벽은 시민들에게 깊은 위로를 건네는 동시에, 어린 학생들의 안전을 지켜내지 못했던 우리 사회의 책임과 교훈을 되새기게 하는 장소로 자리매김해 왔다. 하지만 참사 발생 이후 10여년이 흐르면서 엽서와 시설 등이 노후화됐고, 광주시의 역사 순회 점검 결과 지적사항이 제기된 후, 지난해 10월 결국 철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출퇴근길을 오가며 소망의 벽을 지나치던 시민들은 참사 당시의 아픔을 상징했던 공간이 사라진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소모(54)씨는 “소망의 벽을 지나며 마음속으로 희생자들을 떠올리고는 했는데, 이제 그 공간이 사라졌다니 허전하고 안타깝다”며 “단순한 추모 공간을 넘어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는지를 스스로 묻는 계기가 됐던 곳이었다”고 말했다.
김준호(26)씨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은 잊지 않아야 할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상징적인 공간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든다”며 “단순히 철거로 끝낼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기억과 메시지가 이어질 수 있는 다른 형태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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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동구 용산차량기지 내에 설치된 ‘소망의 벽’ 팻말. 광주교통공사 제공 |
광주교통공사 관계자는 “노후화로 인해 연대와 기억의 의미가 담긴 공간을 철거하게 돼 공사 입장에서도 안타까움이 컸다”며 “메시지 하나하나가 안전사회 조성의 밑거름이라고 생각하고 소중히 보관해 뒀다가, 이른 시일 내에 시민들이 다시 접할 수 있도록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