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진 필름 다시 이을까…"새 정부는 지역영화 생태계 되돌리길"
尹 재임 기간 무너진 영화 생태계
지원금 축소·사업 폐지 등 잇따라
예산 복원 등 구조적 지원 필요
"지역 불균형 해소할 정책 마련을"
지원금 축소·사업 폐지 등 잇따라
예산 복원 등 구조적 지원 필요
"지역 불균형 해소할 정책 마련을"
입력 : 2025. 04. 15(화) 18:37

김채희 광주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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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영화인들이 지역영화 활성화를 위해 광주독립영화관과 광주극장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사진은 국내 유일의 단관극장인 광주극장. |
●“무너진 지역영화 생태계, 다시 세워야”
15일 영화계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지역 영화산업은 지원사업 통합과 삭감 등으로 난항을 겪었다. 정부는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예산 중 지난 2018년 시작된 ‘지역영화문화활성화 지원사업’과 ‘지역영화 기획개발 및 제작지원 사업’ 등을 시행 5년 만에 전액 삭감했고 ‘지역 영화 네트워크 허브 사업’을 전면 폐지했다. 또 그간 국제·국내영화제를 별도로 지원하던 제도를 국내외 영화제 지원사업으로 통합해 지원금을 절반 수준으로 삭감하며 여러 지역의 영화제가 폐지되거나 축소 운영됐다.
매년 영진위 국내영화제 지원금을 받았던 광주여성영화제 또한 이같은 통합 정책으로 인해 지난해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영진위가 2023년 해당 사업을 통해 지원한 영화제는 40개에 달했지만 지난해 10개로 대폭 줄며 광주여성영화제가 선정되지 못한 것이다.
이에 광주 영화인들의 반발이 빗발쳤고 영진위는 지원 규모와 내용 등을 일부 수정해 올해 광주여성영화제를 포함한 20개의 영화제가 이 사업의 지원을 받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총예산은 이전 수준에 못 미치며 지난해와 크게 변동이 없어 지역영화가 활기를 되찾기 위해서는 예산 증액과 지속적 지원을 마련할 제도가 필요하다는 게 지역 영화인들의 주장이다.
김채희 광주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진위의 지역영화 지원 예산이 복원되는 게 중요하다. 최소 2023년 이전 수준으로 복원해야만 향후 지역영화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속 가능한 정책·창작 연계 프로그램 필요”
지역 영화계는 영화인 간의 연대와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버텨왔지만, 정부의 지원 없이는 지속 가능성이 낮다는 현실을 절감하고 있다.
광주에서 활동하는 허지은 감독은 “지난해 영진위의 지역영화 예산이 전액 삭감됐을 때, 국가가 지역에서는 영화를 만들지 말라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보였다”며 “작은 영화, 실험적인 시도, 새로운 이야기들이 전부 도태되는 분위기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 삭감됐던 지역 영화 예산을 복원하고, 영화인들이 창작을 계속할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정책과 창작 연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탈북 미혼모의 삶을 다룬 영화 ‘명옥’을 연출해 화제를 모았던 이진혁 감독은 “최근 OTT의 강세로 영화라는 매체의 힘과 극장 산업 위상이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라며 “지역 예술인의 창작물을 기반으로 웹툰, 웹소설, 다큐 등 다른 콘텐츠와 연결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전략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영화계의 봄’, 지역에서부터 시작돼야
영진위가 지난달 발표한 ‘2025년 국내 및 국제 영화제 지원 사업 심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20개 영화제가 선정됐으나 이 중 광주·전남 지역에서 열리는 영화제는 2개(광주여성영화제,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에 불과했다. 반면 12개 영화제가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돼 지역 간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 영화계는 새 정부가 지역영화 지원 예산 복원과 창작자 중심의 정책 설계, 지속적인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광주에서 활동하는 영화인 A씨는 “다양한 영화 문화 활성화를 위한 뿌리는 지역영화에 있다는 것을 새 정부가 인식해야 한다. 지역영화 활성화를 위해 거점 공간을 마련하고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광주독립영화관과 광주극장에 더 많은 관객이 올 수 있도록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 기반 영화인 B씨는 “단순한 예산 복원만으로는 부족하다. 네트워킹, 관객과의 만남, 상영 기회 등 영화 제작과 유통의 모든 과정에서 지역이 배제되지 않는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고 단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