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1년…‘가라앉은 진실, 표류하는 기억’
●오늘 세월호 참사 11주기
정부 차원 조사위원회 세번 구성
내인설·외력설…원인 규명 못해
대통령 7시간 공개 요구도 묵살
‘기억공간’ 조성사업도 지지부진
은폐·정쟁 속 혐오·2차가해 발생
정부 차원 조사위원회 세번 구성
내인설·외력설…원인 규명 못해
대통령 7시간 공개 요구도 묵살
‘기억공간’ 조성사업도 지지부진
은폐·정쟁 속 혐오·2차가해 발생
입력 : 2025. 04. 15(화) 18:23

세월호 참사 11주기. 참사에 대한 진실은 미완성으로 남았다.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국가의 약속도 아직 이행되지 않았다. 15일 광주 서구청 앞 광장에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설치한 노란 바람개비가 봄날 꽃처럼 수 놓고 있다. 김양배 기자
2014년 4월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청해진해운 소속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구조 신호가 전달된 이후에도 승객들에게는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 방송이 반복됐고, 이 와중에 선장과 일부 선원들은 먼저 탈출했다. 배 안에 남아 있던 304명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고, 172명만이 구조됐다.
참사 직후부터 진상 규명을 위한 노력은 이어졌지만, 사고 전후의 핵심적인 의문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정부 차원에서 총 세 차례에 걸쳐 조사가 진행됐음에도 침몰의 원인을 둘러싼 내인설과 외력설의 충돌은 지금까지도 명확한 결론 없이 갈등만을 반복하고 있다.
2015년 가장 먼저 출범한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그해 3월 활동을 시작했으나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의 전방위적 반발과 청와대 및 정부의 조직적 비협조 속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예산 집행 지연, 조사자료 미제출, 조사 방해 등으로 인해 조사는 지지부진했고, 결국 2016년 9월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강제 종료됐다.
2017년 4월, 인양된 세월호 선체를 바탕으로 물리적 증거를 확보해 원인을 규명하겠다는 목적으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출범했다. 선체조사위는 침몰 당시의 조타기 고장 가능성, 외부 충격 여부, 선박의 복원성 문제 등을 주요 쟁점으로 다뤘지만, 조사위 내부의 입장 차이로 인해 단일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결국 조사위는 내인설과 외력설을 각각 담은 보고서를 제출한 채 2018년 8월 활동을 마무리했다.
이듬해인 2018년,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구성됐다. 사참위는 침몰 원인에 대해 “조타 장치 일부인 솔레노이드 밸브의 고착이 급격한 선회의 직접 원인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하면서도 “세월호 외부 변형 및 손상은 수중체 접촉에 의한 외부 충격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히며 또 다시 침몰 원인을 단정하지 못한 채 2022년 6월 종료됐다.
국가 차원의 공식 조사가 모두 끝난 이후에도 논란은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26일, 목포지방해양안전심판원은 특별심판부를 통해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조타장치 고장, 복원성 부족 등 선체 자체의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했다. 해심원은 외력설에 대해서는 “실체에 대한 타당한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원인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참사 당일 사라진 7시간의 행적이 진실의 핵심이자 국가 책임을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라고 강조하며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정보공개를 공식 청구함과 동시에 대통령기록물법 개정 등 제도적 보완도 함께 촉구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또 다른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한 ‘기억공간’ 조성 사업 또한 11년이 지나도록 지지부진한 진상규명만큼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22년 완공 예정이었던 4·16생명안전공원은 참사로부터 10년10개월이 흐른 지난 2월13일에야 안산에서 첫 삽을 떴다. 착공식에 정부와 여당, 공사 주체인 안산시는 참석하지 않았다. ‘주민 갈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세월호 선체를 보존하고 이를 중심으로 기억과 교훈을 전할 ‘국립 세월호 생명기억관(가칭)’ 조성 사업 역시 제자리걸음이다. 전남도와 해양수산부는 목포 고하도 신항만 배후 부지에 약 3만4000㎡ 규모의 해상 매립지를 활용해 생명체험관, 4·16기억관, 세월호 선체 전시관, 생명공원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아직도 기초자료 조사용역이 진행 중이다. 전남도는 계획상 2026년부터 2029년까지 부지 조성과 시설공사를 거쳐 2029년 말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아직 부지 조성 공사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 완료 시점은 불투명한 상태다.
11년간 이어진 진상규명을 향한 요구는 ‘은폐’와 ‘정쟁’이라는 프레임 속에 갇혀 혐오와 2차 가해로 점철되고 있다. 참사에 대한 진실은 반복된 조사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며 논쟁만이 남았다.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국가의 약속도 아직 이행되지 않았다. 기억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리는 그날 이후 가라앉아버린 진실에 대해 계속해서 되물어야 할 시점에 있다.
세월호를 둘러싼 지난 11년의 시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기억과 망각의 경계’에서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오지현 기자 jihyun.oh@jnilbo.com
참사 직후부터 진상 규명을 위한 노력은 이어졌지만, 사고 전후의 핵심적인 의문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정부 차원에서 총 세 차례에 걸쳐 조사가 진행됐음에도 침몰의 원인을 둘러싼 내인설과 외력설의 충돌은 지금까지도 명확한 결론 없이 갈등만을 반복하고 있다.
2015년 가장 먼저 출범한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그해 3월 활동을 시작했으나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의 전방위적 반발과 청와대 및 정부의 조직적 비협조 속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예산 집행 지연, 조사자료 미제출, 조사 방해 등으로 인해 조사는 지지부진했고, 결국 2016년 9월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강제 종료됐다.
2017년 4월, 인양된 세월호 선체를 바탕으로 물리적 증거를 확보해 원인을 규명하겠다는 목적으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출범했다. 선체조사위는 침몰 당시의 조타기 고장 가능성, 외부 충격 여부, 선박의 복원성 문제 등을 주요 쟁점으로 다뤘지만, 조사위 내부의 입장 차이로 인해 단일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결국 조사위는 내인설과 외력설을 각각 담은 보고서를 제출한 채 2018년 8월 활동을 마무리했다.
이듬해인 2018년,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구성됐다. 사참위는 침몰 원인에 대해 “조타 장치 일부인 솔레노이드 밸브의 고착이 급격한 선회의 직접 원인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하면서도 “세월호 외부 변형 및 손상은 수중체 접촉에 의한 외부 충격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히며 또 다시 침몰 원인을 단정하지 못한 채 2022년 6월 종료됐다.
국가 차원의 공식 조사가 모두 끝난 이후에도 논란은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26일, 목포지방해양안전심판원은 특별심판부를 통해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조타장치 고장, 복원성 부족 등 선체 자체의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했다. 해심원은 외력설에 대해서는 “실체에 대한 타당한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원인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참사 당일 사라진 7시간의 행적이 진실의 핵심이자 국가 책임을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라고 강조하며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정보공개를 공식 청구함과 동시에 대통령기록물법 개정 등 제도적 보완도 함께 촉구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또 다른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한 ‘기억공간’ 조성 사업 또한 11년이 지나도록 지지부진한 진상규명만큼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22년 완공 예정이었던 4·16생명안전공원은 참사로부터 10년10개월이 흐른 지난 2월13일에야 안산에서 첫 삽을 떴다. 착공식에 정부와 여당, 공사 주체인 안산시는 참석하지 않았다. ‘주민 갈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세월호 선체를 보존하고 이를 중심으로 기억과 교훈을 전할 ‘국립 세월호 생명기억관(가칭)’ 조성 사업 역시 제자리걸음이다. 전남도와 해양수산부는 목포 고하도 신항만 배후 부지에 약 3만4000㎡ 규모의 해상 매립지를 활용해 생명체험관, 4·16기억관, 세월호 선체 전시관, 생명공원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아직도 기초자료 조사용역이 진행 중이다. 전남도는 계획상 2026년부터 2029년까지 부지 조성과 시설공사를 거쳐 2029년 말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아직 부지 조성 공사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 완료 시점은 불투명한 상태다.
11년간 이어진 진상규명을 향한 요구는 ‘은폐’와 ‘정쟁’이라는 프레임 속에 갇혀 혐오와 2차 가해로 점철되고 있다. 참사에 대한 진실은 반복된 조사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며 논쟁만이 남았다.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국가의 약속도 아직 이행되지 않았다. 기억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리는 그날 이후 가라앉아버린 진실에 대해 계속해서 되물어야 할 시점에 있다.
세월호를 둘러싼 지난 11년의 시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기억과 망각의 경계’에서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