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일본만 반기지 않는 탄핵
박성원 편집국장
입력 : 2025. 04. 09(수) 14:14
박성원 국장
2025년 4월 4일,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했다. 이 결정은 한국 민주주의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 지를 전 세계에 보여준 중요한 순간이었다. 주요 외신들이 긴급 보도를 내보낸 것도 그 의미가 단순한 국내 정치를 넘어섰음을 의미한다.

AP, 로이터,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은 한국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결정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그 배경과 의미, 국민 반응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들 매체는 공통적으로 윤 대통령의 ‘계엄 시도’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해석하며, 한국 헌재가 이를 저지한 것을 ‘민주주의의 방어’로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 민주주의 안전장치의 시험대를 넘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국민의 저항과 국회의 표결에 이어 사법부도 윤 대통령이 행한 민주화 이후 최초의 계엄 시도를 거부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흥미로운 점은 대다수 외신이 한국 민주주의의 우수한 회복 탄력성에 주목한 반면, 일본 언론만 부정적으로 보도했다는 사실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일한 관계를 극적으로 개선시킨 윤 전 대통령의 퇴진은 일한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걱정은 ‘일본에 유화적인’ 윤 전 대통령의 퇴장을 아쉬워하는 감정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집권 이래 줄곧 ‘굴욕 외교’라 불릴 만큼 일본에 무조건적인 양보를 해왔기 때문이다. 대표 사례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다. 윤 정부는 일본 가해 기업의 사과나 배상 없이, 한국의 재단이 제3자 방식으로 피해자에게 돈을 지급하겠다는 해법을 내놨다. 이는 사실상 일본의 책임을 한국이 떠안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어 국민적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도 한국 정부는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명확히 기록하라는 요구 없이 등재에 합의해줘 일본의 역사 왜곡 시도를 사실상 묵인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두고 유독 일본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국의 외교 손실’을 걱정하고 있다면, 이는 역설적으로 윤 정부의 외교가 얼마나 일본 측에 기울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일본만이 반기지 않는’ 이 상황을 우리 외교당국은 반성하고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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