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반발' 광주시의회, 자유총연맹 지원조례 상정 철회
민주당 시의원 6명 공동발의 참여
예산 지원·공유재산 무상 사용 명시
시민사회 반발에 본회의 상정 보류
대표발의 김용임 “정치적왜곡 자제를"
입력 : 2025. 06. 29(일) 15:58
지난 23일 열린 제333회 임시회 본회의 모습. 광주광역시의회 제공
광주광역시의회가 30일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던 ‘한국자유총연맹 광주시지부 지원 조례안’을 철회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최근 광주시 예산과 공유재산을 활용해 계엄 옹호와 5·18 폄훼 논란이 불거진 단체를 제도적으로 지원하려는 내용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29일 광주시의회에 따르면, 지난 27일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들은 연석회의를 열고 해당 조례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협의했다. 시의회는 본회의에 앞서 의원 간담회를 통해 이 같은 방침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할 예정이다.

조례안은 지난 3월 국민의힘 김용임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더불어민주당 서임석·심철의·박수기·박필순·박희율·임미란 의원과 무소속 심창욱 의원 등 9명이 공동 발의했다. 한 차례 상임위에서 부결됐으나, 지난 25일 행정자치위원회를 통과하며 본회의 상정이 예고됐었다.

조례안은 자유총연맹이 신청한 사업에 대해 광주시장 심사와 시의회 심의를 거쳐 예산 범위 내에서 운영비와 사업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공유재산(사무실·토지 등)의 무상 사용도 허용된다. ‘한국자유총연맹 육성에 관한 법률’과 전국 13개 지자체의 유사 조례가 제정 근거로 제시됐다. 광주시는 이미 지난 2022년부터 매년 약 4000만원의 예산을 자유총연맹 광주지부에 지원해 왔다. 이번 조례는 이런 관행을 제도화하려는 성격이 짙다.

조례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시민사회는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민주노총·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는 지난 27일 공동 성명을 통해 “이승만 전 대통령이 만들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키운 자유총연맹은 대표적인 관변단체”라며 “12·3 비상계엄과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를 옹호하고 리박스쿨 댓글조작에도 연루된 의혹이 있는 단체에 시 예산을 쓰는 것은 내란예비음모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광주진보연대도 “자유총연맹은 2023년 자체 정관에서 ‘정치적 중립’ 조항을 삭제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발언을 공개적으로 옹호한 단체”라며 “광주는 내란을 막고 민주정부를 세운 도시인데 이 조례는 광주정신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수기 의원이 지난 28일 자신의 SNS에 최근 논란이 된 ‘자유총연맹 광주지부 지원조례’에 대해 사과의 입장을 올렸다. 정성현 기자
자유총연맹은 극우 교육단체 ‘리박스쿨’과의 연계 의혹, 정치 편향적 행보 등으로 지속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국가정보원의 지원을 받아 맞불 집회와 여론 조성 활동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었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관제 집회 동원 논란이 제기됐다. 최근 서울·경기 등 일부 지자체는 관련 조례를 폐지하거나 예산 지원을 중단한 반면, 광주는 되레 제도적 지원을 공식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전국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담당 상임위인 행정자치위원 전원이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도 함께 비판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공동 발의자 중 박수기·박필순 의원은 SNS를 통해 “안일하게 판단했고 신중하지 못했다”며 “조례안 철회 의사를 밝혔고 본회의 보류를 건의하겠다”고 사과했다. 그외 발의자 상당수는 “상위법상 지원 근거가 있어 이를 구체화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대표 발의자인 김용임 의원은 본보와 통화에서 “이 조례는 자유총연맹만을 위한 것도, 돈을 더 주자는 것도 아니다”며 “새마을운동, 바르게살기처럼 이미 조례가 제정된 단체들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행정 실무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민주당 의원들도 조례의 취지에 공감해 참여한 것인데, 논란이 예상보다 컸다”며 “자유총연맹 광주지부는 5·18 민주묘지 정화 활동 등 지역 봉사를 꾸준히 해 온 조직이다. 중앙쪽 이슈 탓에 괜스레 정치 표적이 된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해당 조례안은 이날 본회의에 정식 상정되지 않음에 따라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시의원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광주를 ‘빛의 혁명의 어머니’라 칭한 만큼, 이 조례가 통과됐다면 정치적 상징성과 파장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며 “상임위까지 통과한 조례라 해도 본회의 상정까지는 내부적으로도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다. 정치적 중립·공공성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한편 시의회는 4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구성 문제를 두고도 의원들이 서로 예결위원 선임을 원하면서 일부 상임위에서 추천자 2명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최종 선임은 다음 회기로 넘겨질 예정이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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