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발위>"물고기는 없고 악취 뿐, 예전 강이 아니에요"
'영산강 수문 너머, 생명과 공존의 미래를 만들자’ <1>영산강 하굿둑 44년의 기록
어종 줄어 내수면 어업 붕괴
마을 주민 떠나고 소멸 위기
수질 악화…"썩은 펄층 10m"
"영산강 살리려면 해수유통뿐"
어종 줄어 내수면 어업 붕괴
마을 주민 떠나고 소멸 위기
수질 악화…"썩은 펄층 10m"
"영산강 살리려면 해수유통뿐"
입력 : 2025. 06. 29(일) 13:06

영산강살리기네트워크 양효식 정책위원장이 최근 영산강 하굿둑을 바라보며 하굿둑 상시개방을 촉구했다.
‘남도의 젓줄’ 영산강은 44년째 가로막혀 있다. 1980~90년대 농업·산업화의 구심점이었던 하굿둑 일대는 2000년대 이후 쇠퇴와 환경오염화로 시름하고 있다. 영산강 등 4대강의 해수유통 요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4대강 중 유일하게 낙동강은 상시개방으로 기수역 등 상태계 복원이 이뤄지고 있다. 하굿둑 개방은 단순 자연회복을 넘어 인간과 생명이 공존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다룰 핵심 과제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강과 바다를 가로막던 둑을 허물어 생태복원과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에 본보는 ‘영산강 수문 너머, 생명과 공존의 미래를 만들자’라는 기획시리즈를 통해 하굿둑의 환경변화와 개방 요구, 갈등없는 공론화 모색, 국내·외 선진사례를 통해 영산강 하굿둑의 해수유통, 환경복원과 생태관광 방안을 10편에 걸쳐 심층 보도한다.
“비가오면 강물을 따라 바다에 사는 물고기들이 떼지어 올라오는 모습이 장관이었어요.”
전라남도 목포시 산정동 북항에 거주하는 김춘호(65)씨는 과거 영암 삼양읍 용포리 마을 인근 갯벌에서 조개와 게, 장어를 잡으며 생계를 꾸려왔다. “쪽대 들고 물고기를 잡고, 갯벌을 밟는 감촉이 좋았죠. 둑이 없을때 강에 살던 뱀장어들이 바다로 오고 갔고, 물고기가 넘쳐났죠, 수질도 깨끗해 물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김씨가 기억하는 하굿둑이 생겨나기 전 영산강 하구언의 모습이다. 하굿둑이 없던 영산강 끝자락은 비릿한 염기가 생명의 순환을 이끌었다. 영산강을 품고 사는 많은 사람들이 바다와 강이 만나는 기수역(汽水域)에서 생계를 꾸렸고, 고향 마을엔 활기가 넘쳤다고 한다. “지금은 고향마을에 형님만 살고 있고, 나머지는 다 떠났어요. 서울로 올라갔다가 저는 다시 목포로 내려왔지만, 예전처럼 물고기를 잡을 수는 없어요.”
1981년 하굿둑 착공과 함께 그의 삶은 급격히 무너졌다. 강과 바다의 물길이 끊기자 염분을 따라 올라오던 웅어, 숭어, 농어 등 회귀성 어류는 사라졌고, 어획량은 급감했다. 그는 현재 목포에서 목수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은 냄새가 심해서 못 있어요. 예전 물이 아니에요.”
해남에서 농사를 짓는 박종기(75)씨는 생태학적 관점에서 하굿둑의 실상을 고발했다. 그는 영산강물을 가둬 만든 금호호·영암호에서 녹조와 적조가 상시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의 터전은 금호호·영암호의 한복판인 해남 산이면 상봉마을. 이곳 주민들 대부분이 간척지에서 농사를 짓고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녹조도 문제고, 펄에서 냄새가 올라오고, 정수장 냄새도 심해요. 여름이면 썩는 냄새가 집 안까지 들어온다”고 꼬집었다. 하굿둑 인근 유역에서는 여름철 녹조 경보가 상시 발령할 정도로 지역 주민들에겐 일상이 됐다. 그는 “하굿둑 위에 가보면 물이 흐르질 않고 가만히 있죠. 옛날 같으면 배도 지나다녔을 강이 이젠 썩어간다”며 안타까워했다.
영산강 하굿둑은 1980년대 농업 기반 확충, 1990년대 산업화와 제조업 육성의 구심점이었다. 수자원 확보와 간척지는 지역 경제성장의 상징이었고, 토목개발의 시대적 요구에 부합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환경오염 누적과 농업·산업의 동반 쇠퇴는 되레 지역소멸 위기를 앞당겼다. 어민 공동체는 해체됐고, 인구는 줄었으며, 하굿둑을 중심으로 삶터와 일터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인근 나주시나 무안군 등의 일부 마을은 과거 어업 중심의 경제 기반을 잃고 고령화와 빈집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의 진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승수 전남대 명예교수는 하굿둑 건설 이후 나타난 변화들을 통계로 제시한다. 그는 “유속이 줄고 퇴적층이 증가하면서 수질은 나빠졌고, 어류 서식처는 붕괴됐다”며 영산강의 자정작용은 사실상 마비됐다고 진단했다. 물길이 멈추면서 수심은 얕아지고, 바닥에는 썩은 펄이 구간마다 다르지만 최대 10m 이상 쌓여 있는 곳도 있다는 연구결과도 냈다. 전 교수는 “하굿둑 이후 기저 퇴적층의 오염은 장기간 지속되며, 강의 바닥부터 썩어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농어촌공사의 ‘영산강유역 농촌용수 관리방안’에 따르면, 영산강 하류는 퇴적물 내 유기물질 농도가 상류 대비 4~7배에 달한다. 이는 하굿둑이 강의 흐름을 차단하면서 유속이 줄고, 오염물질이 하류에 지속적으로 퇴적돼 생태계 질서가 무너졌다는 분석이다. 물의 흐름이 멈춘 강은 정체되기 마련이고, 그 속에서 퇴적층은 스스로를 정화하지 못한 채 오염을 축적했다고 봤다.
결국 영산강이 생명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결국 ‘해수유통’에 답이 있다는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 ‘영산강 하구 통합관리방안 연구’에 따르면, 하굿둑 시범 개방 이후에는 BOD, T-N, T-P 등 주요 수질지표가 모두 개선됐다. 또한 염생식물의 회복과 더불어 멸종 위기종을 포함한 회귀성 어류의 유입 가능성도 포착됐다. 이는 단순 이론을 넘어, 실제 수문 개방이 가져올 수 있는 회복의 실마리를 보여주는 실증적 사례로 평가된다. 물길을 열면 영산강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생명력을 갖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하굿둑 개방은 생태 회복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수질 개선과 지역 공동체 복원의 시급한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영산강은 ‘남도의 젖줄’이란 이름과 달리 점차 생명의 강으로서의 기능을 잃고 있다. 수계연결 차단으로 어종 감소로 내수면 어업이 붕괴됐다. 유입하천 수질 역시 법정기준을 초과하는 경우가 잦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영산강의 자연환경과 생태적 가치’에 따르면, 1998년 환경부 조사에서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 평균이 4.5mg/L였지만, 2020년엔 7.9mg/L로 급등했다. 이는 ‘4급수’에 가까운 수질이다. 그 사이, 하굿둑을 중심으로 인구는 줄었고 어촌 공동체는 해체됐다. 김춘호 씨는 “영산강에서 고기 잡던 나주 사람들이 해남으로 이주했지만, 거기도 물고기가 없더라”고 전했다. 고통은 이주로도 치유되지 않았다.
간척지 농업 역시 돌파구가 아니다. 김춘호 씨는 해남의 60만평 간척지에서 친환경 농업을 실험했지만 “소금기 섞인 땅에서는 미질이 나빠지고 수확량도 줄었다”며 “농촌진흥청도 간척지 쌀이 가장 품질이 낮다고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에 간척지 실태를 알리기 위해 직접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정부기관에 알려나갔다. “해수유통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전승수 교수도 같은 입장이다. 그는 “하굿둑 축조 이후 생태계는 회복불능 수준으로 망가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독일, 네덜란드의 하구 복원 사례를 예로 들며 “기저 퇴적층의 오염은 장기간 지속되며, 유속 확보 없이 생태복원은 불가능하다. 지금 열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글·사진=김성수 기자
“비가오면 강물을 따라 바다에 사는 물고기들이 떼지어 올라오는 모습이 장관이었어요.”
전라남도 목포시 산정동 북항에 거주하는 김춘호(65)씨는 과거 영암 삼양읍 용포리 마을 인근 갯벌에서 조개와 게, 장어를 잡으며 생계를 꾸려왔다. “쪽대 들고 물고기를 잡고, 갯벌을 밟는 감촉이 좋았죠. 둑이 없을때 강에 살던 뱀장어들이 바다로 오고 갔고, 물고기가 넘쳐났죠, 수질도 깨끗해 물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김씨가 기억하는 하굿둑이 생겨나기 전 영산강 하구언의 모습이다. 하굿둑이 없던 영산강 끝자락은 비릿한 염기가 생명의 순환을 이끌었다. 영산강을 품고 사는 많은 사람들이 바다와 강이 만나는 기수역(汽水域)에서 생계를 꾸렸고, 고향 마을엔 활기가 넘쳤다고 한다. “지금은 고향마을에 형님만 살고 있고, 나머지는 다 떠났어요. 서울로 올라갔다가 저는 다시 목포로 내려왔지만, 예전처럼 물고기를 잡을 수는 없어요.”
1981년 하굿둑 착공과 함께 그의 삶은 급격히 무너졌다. 강과 바다의 물길이 끊기자 염분을 따라 올라오던 웅어, 숭어, 농어 등 회귀성 어류는 사라졌고, 어획량은 급감했다. 그는 현재 목포에서 목수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은 냄새가 심해서 못 있어요. 예전 물이 아니에요.”
해남에서 농사를 짓는 박종기(75)씨는 생태학적 관점에서 하굿둑의 실상을 고발했다. 그는 영산강물을 가둬 만든 금호호·영암호에서 녹조와 적조가 상시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의 터전은 금호호·영암호의 한복판인 해남 산이면 상봉마을. 이곳 주민들 대부분이 간척지에서 농사를 짓고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녹조도 문제고, 펄에서 냄새가 올라오고, 정수장 냄새도 심해요. 여름이면 썩는 냄새가 집 안까지 들어온다”고 꼬집었다. 하굿둑 인근 유역에서는 여름철 녹조 경보가 상시 발령할 정도로 지역 주민들에겐 일상이 됐다. 그는 “하굿둑 위에 가보면 물이 흐르질 않고 가만히 있죠. 옛날 같으면 배도 지나다녔을 강이 이젠 썩어간다”며 안타까워했다.
영산강 하굿둑은 1980년대 농업 기반 확충, 1990년대 산업화와 제조업 육성의 구심점이었다. 수자원 확보와 간척지는 지역 경제성장의 상징이었고, 토목개발의 시대적 요구에 부합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환경오염 누적과 농업·산업의 동반 쇠퇴는 되레 지역소멸 위기를 앞당겼다. 어민 공동체는 해체됐고, 인구는 줄었으며, 하굿둑을 중심으로 삶터와 일터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인근 나주시나 무안군 등의 일부 마을은 과거 어업 중심의 경제 기반을 잃고 고령화와 빈집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의 진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승수 전남대 명예교수는 하굿둑 건설 이후 나타난 변화들을 통계로 제시한다. 그는 “유속이 줄고 퇴적층이 증가하면서 수질은 나빠졌고, 어류 서식처는 붕괴됐다”며 영산강의 자정작용은 사실상 마비됐다고 진단했다. 물길이 멈추면서 수심은 얕아지고, 바닥에는 썩은 펄이 구간마다 다르지만 최대 10m 이상 쌓여 있는 곳도 있다는 연구결과도 냈다. 전 교수는 “하굿둑 이후 기저 퇴적층의 오염은 장기간 지속되며, 강의 바닥부터 썩어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농어촌공사의 ‘영산강유역 농촌용수 관리방안’에 따르면, 영산강 하류는 퇴적물 내 유기물질 농도가 상류 대비 4~7배에 달한다. 이는 하굿둑이 강의 흐름을 차단하면서 유속이 줄고, 오염물질이 하류에 지속적으로 퇴적돼 생태계 질서가 무너졌다는 분석이다. 물의 흐름이 멈춘 강은 정체되기 마련이고, 그 속에서 퇴적층은 스스로를 정화하지 못한 채 오염을 축적했다고 봤다.
결국 영산강이 생명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결국 ‘해수유통’에 답이 있다는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 ‘영산강 하구 통합관리방안 연구’에 따르면, 하굿둑 시범 개방 이후에는 BOD, T-N, T-P 등 주요 수질지표가 모두 개선됐다. 또한 염생식물의 회복과 더불어 멸종 위기종을 포함한 회귀성 어류의 유입 가능성도 포착됐다. 이는 단순 이론을 넘어, 실제 수문 개방이 가져올 수 있는 회복의 실마리를 보여주는 실증적 사례로 평가된다. 물길을 열면 영산강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생명력을 갖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하굿둑 개방은 생태 회복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수질 개선과 지역 공동체 복원의 시급한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영산강은 ‘남도의 젖줄’이란 이름과 달리 점차 생명의 강으로서의 기능을 잃고 있다. 수계연결 차단으로 어종 감소로 내수면 어업이 붕괴됐다. 유입하천 수질 역시 법정기준을 초과하는 경우가 잦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영산강의 자연환경과 생태적 가치’에 따르면, 1998년 환경부 조사에서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 평균이 4.5mg/L였지만, 2020년엔 7.9mg/L로 급등했다. 이는 ‘4급수’에 가까운 수질이다. 그 사이, 하굿둑을 중심으로 인구는 줄었고 어촌 공동체는 해체됐다. 김춘호 씨는 “영산강에서 고기 잡던 나주 사람들이 해남으로 이주했지만, 거기도 물고기가 없더라”고 전했다. 고통은 이주로도 치유되지 않았다.
간척지 농업 역시 돌파구가 아니다. 김춘호 씨는 해남의 60만평 간척지에서 친환경 농업을 실험했지만 “소금기 섞인 땅에서는 미질이 나빠지고 수확량도 줄었다”며 “농촌진흥청도 간척지 쌀이 가장 품질이 낮다고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에 간척지 실태를 알리기 위해 직접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정부기관에 알려나갔다. “해수유통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전승수 교수도 같은 입장이다. 그는 “하굿둑 축조 이후 생태계는 회복불능 수준으로 망가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독일, 네덜란드의 하구 복원 사례를 예로 들며 “기저 퇴적층의 오염은 장기간 지속되며, 유속 확보 없이 생태복원은 불가능하다. 지금 열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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