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처지 이해 부족… 포용할 수 있는 제도 갖춰야"
모국어 잊어가는 중앙아시아 고려인들 <5> 변화의 시작은 우리부터||‘엄연한 동포인데 언어가 장벽’||한국어 사용 실태조사의 결론||오는 12일 대책 마련 심포지엄
입력 : 2018. 12. 03(월) 20:01

"중앙아시아 고려인에게 모국어를 되찾아주기 위해서는 그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함께 현실적인 제도가 뒷받침돼야만 한다."

구한말 연해주로 건너간 고려인들이 스탈린의 강제이주정책에 의해 척박한 중앙아시아로 내몰린 지 올해로 81년. 현지 고려인들은 어느새 4~5세대까지 대를 이어가며 고국에 대한 기억과 모국어를 자연스레 잊어가는 현실이다.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그리던 고국땅을 밟은 고려인들은 또다시 이방인 신세가 됐다. 그들은 엄연히 같은 동포이면서도 쉽사리 한국사회에 스며들지 못하고 있다. 바로 '언어' 때문이다.

이번 여정은 그러한 고려인들에게 어떻게 하면 모국어를 되찾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기 위해 시작됐다. 조사단원들은 지난 10월14일부터 23일까지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우즈베키스탄을 넘나들며 한국어 사용 실태를 파악하고 저마다의 해석과 결론을 내렸다. 조사단원들은 하나같이 '그간 한국사회에서 고려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고려인을 동포라고 부르면서도 그들을 위한 제도나 정책은 부실하다'는 등의 의견을 내놨다.

(사)고려인마을 김진아씨는 "현지 고려인들의 삶은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달랐다.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한지도 어느덧 80년, 그 동안 수 세대를 거치며 오늘날의 고려인들에게 한국과 한글은 어떤 의미인지 재정의가 필요해 보인다"며 "그들과 함께 공생하기 위해서는 비자 문제 등 그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제도의 보완이 절실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동안 국내에서 '동정의 대상'으로 소비돼 온 고려인의 이미지부터 바로잡아야 된다는 사실이라고 조사단은 입을 모았다.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존재가 아닌, 같은 민족으로서 동등하게 대우해주는 분위기가 정착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용수 고려인마을 동행위원장은 "고려인을 두고 각종 매체에서는 유랑인 혹은 이방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사실 '이웃만들기'라는 말 속에도 그들이 이방인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그들은 우리의 형제다. 함께 동행하는 존재라고 보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조사단은 '언어가 복지다. 고려인 한글·한국어 사용 활성화'를 주제로 한 '고려인 이웃만들기-이방에서 이웃으로 심포지엄'을 통해 중앙아시아 현지에서 피부로 느낀 문제점과 그에 따른 해결책 등을 제안할 예정이다.

오는 12일 오후 2시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회의실2에서 개최되는 심포지엄은 광주시가 주최하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사)고려인마을, (사)고려인인문사회연구소가 주관한다. 전남일보는 후원을 맡았다.

박용수 고려인마을 동행위원장이 진행을 맡은 가운데 전 고려일보 기자이자 고려인마을 동행위원인 김병학씨와 이번 조사단에 참여했던 김나경(전남대)씨가 발제자로 나선다.

토론자로는 최창호 유라시아와 미래세대를 생각하는 모임 대표, 전봉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문위원, 김승력 안산 고려인마을 지원센터장, 전득안 광주이주민종합지원센터 대표, 김종덕 사회복지사, 홍인화 고려인인문사회연구소장, 선봉규 전남대 정치학 박사 등이 참여한다.

김정대 기자

nomad@jnilbo.com

디아스포라 최신뉴스더보기

실시간뉴스

많이 본 뉴스

기사 목록

전남일보 PC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