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격랑에 모국어 상실… 고국에서 필요성 부여해야
모국어 잊어가는 중앙아시아 고려인들 <6·끝> ‘이방에서 이웃으로’ 심포지엄||재외동포법 개정 등 법·제도 정비… 야학 운영·현지 민족학교 부활 등
입력 : 2018. 12. 17(월) 19:02

고려인동포들에게 어떻게 하면 잊혀진 모국어를 되돌려줄 수 있을 것인가를 심도 깊게 논의하는 심포지엄이 광주에서 열렸다.

이 심포지엄에서는 고려인들의 한국 정착을 위한 법·제도의 정비는 물론 현실적인 한국어 교육법, 중앙아시아 현지의 민족학교 부활 등이 거론됐다.

17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12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고려인 이웃만들기-이방에서 이웃으로'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고려인의 한글·한국어 사용 활용화를 주제로 한 이번 심포지엄은 광주시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고려인마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고려인인문사회연구소가 주관했다. 전남일보는 후원을 맡았다.

이날 심포지엄은 지난 10월14일부터 23일까지 '언어가 복지다'를 기치로 내걸고 꾸려진 조사단이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을 탐방하며 수집한 현지 고려인들의 모국어 사용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방안 마련을 위해 개최됐다.

박용수 고려인동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심포지엄에서는 김병학 고려인역사박물관장과 김나경 전남대 한상문화연구단 박사의 발제에 이어, 김승력 안산 고려인센터 '미르' 대표, 김종덕 무등종합사회복지관 이사, 선봉규 전남대 교수, 전득안 이주민종합지원센터 대표, 최창호 유라시아와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 대표, 홍인화 고려인인문사회연구소 대표 등이 토론에 나섰다.

첫 발제에 나선 김병학 고려인역사박물관장은 옛 소련 고려인의 모국어 교육 약사를 통해 "고려인은 옛 소련지역에서 150여년을 살아오면서 역사적 격변에 따라 부침을 거듭해 왔다"며 "모국어는 고려인 존립의 근거를 제시하며 적절한 응답을 요구해 왔기에 현지 고려인과 조국과의 관계를 더욱 긴밀히 할 수 있는 공통된 언어를 통해 촘촘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나경 전남대 박사는 '카자흐스탄 고려인의 한글교육 및 한국어 사용실태'를 통해 고려인의 특수성에 기반을 둔 교육 목표 및 방향 재정립, 교육적 환경기반 조성을 통한 효과적인 한국어 교육을 추진해 나갈 것을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승력 미르 대표는 "고려인들은 대부분 공장일을 하며 새벽에 출근했다 밤 늦게까지 일하다보니 한국어 공부를 하고 싶어도 여력이 되지 않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안산에서는 오후 8~12시까지 야학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언어정체성이 러시아어로 확립돼 있기 때문에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용자 중심의 교육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이어 "국내 뿐 아니라 중앙아시아 등지에서도 옛 소련 당시 폐쇄된 민족학교들이 다시 문을 열 수 있도록 한국에서 지원해 고려인들이 현지에서도 스스로 모국어 교육과 민족정체성 확립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수 고려인동행위원장은 "오늘날 국내 거주 고려인들이 살아남기 위해 다소나마 한국어를 익히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필요성에 따라 잊혀진 모국어를 되살릴 수 있는 계기가 충분히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위해서는 법과 제도로써 한국어를 교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물론 영주권 취득 등 고려인들에게 목표를 심어줘야 한다"고 정리했다.

행사에 참석한 광주시 사회복지과 고선화 사무관은 "심포지엄을 통해 도출된 다양한 의견을 수렴, 광주 정착 고려인동포들이 조상의 땅에서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방안 마련에 힘써 노력하겠다" 고 밝혔다.

김정대 기자

nomad@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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