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박하선의 사진풍경 107>순록마을 사람들
박하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입력 : 2024. 02. 15(목) 10:13
순록마을 사람들
시베리아와 만나는 몽골의 서북쪽 ‘홉스골’ 호수 인근의 타이가 숲속

순록을 키우면서 살아가는 소수민족 ‘차탄족’을 찾았다.

원래 북쪽의 시베리아에서 몽골 쪽으로 넘어 온 유목민족이다.

오늘날 이들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어 몇백 명 정도에 지나지 않기에

인류학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부족이고,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집들과 흡사한 ‘오르츠’라는 이동식 움집을 짓고 산다.

살림살이라곤 그저 엉성한 이부자리와 장작 난로,

그리고 밥그릇 몇 개가 전부다.



이들의 일상은 오로지 순록을 방목하면서 가죽과 고기,

그리고 젖을 얻는 것이기에 순록의 먹이 이끼를 찾아 수시로 이동한다.

멋진 뿔을 가졌지만 순해 빠진 순록을 타고 이동에 동참하다가

오르츠 안에서 영하 30도의 추위를 견디어 내며 이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아득한 옛날을 꿈꾸게 했다.

샤먼의 딸인 할머니를 중심으로 주변의 일가가 모인 기념사진이다.

옷차림이 좀 다를 뿐이지 우리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이들에게도 현대 문명의 손길이 미치게 되면서 갈등의 소지가 커졌다.

어쩜 이들의 참모습을 보게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우리 민족의 주류가 북방에서 유목 생활을 하다 이동해 왔다고 했으니

이들은 아직도 터전을 지키며 살아 온 우리의 뿌리이고

그 가냘픈 한 가닥일 수 있겠다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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